『트릭컬:Revive』는 쉽게 말해서 한번 서비스 종료했다가 다시 부활한 게임이다. 유명 원화가 '디얍'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를 내세웠으며 그의 그림체에 홀린 각 게임 유저가 한번 찍먹하려고 들어갔다가 "이건 게임이 아니다."라고
평가 후 냅다 줄행랑. 그렇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게임은 종지부를 찍고 말았었다. 실제로 나도 부활 이전에 한번
원조 『트릭컬』을 맛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는 전혀 없고 게임은 하다
잠들 정도로 지루하였기 때문이다.
사업에 있어 잠재 고객의 유치와 고객의 이목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내용물이 얼마나 알찬지가 중요하단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계기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차피 할 게임은 넘쳐나고 개발자든 대표이사든 사업을
망치는 게 내 인생과 관계 없으니 관심 꺼버렸는데 언젠가 이 게임이 부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게임사 대표가
집을 2채를 팔아서 자금을 마련했다나 뭐라나. 그건 상관 없는데 무엇보다 게임 행사에서 보여주던 행보가 상당히
호감이 갔던 게 기억에 남았다. 게임에 애정이 매우 높은 것 같아서 응원해보고 싶어지더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ZIWkfuqdAoA
https://www.youtube.com/watch?v=8BA3sl4K0S8
얼마 전부터 사전예약 광고 영상이 몇개 게시되었는데 하나같이 나사 빠진 내용물들이라서 오히려 참신하고 재미있어서
없었던 기대감마저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데이터 쪼가리로 구성된 가상 피규어 전시용 소프트웨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대대적으로, 과감한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다니 게임에 대한 애정도와 자신감이 상당하구나 감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MCbiXEQcK8&t=387s
귀여운 것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근육으로 전신을 단련한 남자라도 가슴 속에 프릴 하나 정도는 달고 있기 마련이거든.
『트릭컬』에는 남심을 사로잡는 귀여움이 있었고 중독성 있으며 수준도 상당한 음악까지 갖춘 것으로 보였다. 출퇴근하며
매일 매일 사전예약 영상이랑 게임사에서 제공한 음악 영상을 감상하며 얼른 나오기만을 기대했고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추석이 되었다.
사전예약 알림 문자를 받자마자 설치하고 접속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서버가 터질 것을 예상했거든.
예상대로 당일 오후 16시까지 긴급 점검을 하더군.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개운하게 씻은 다음 누워서 게임을 켰다.
시원하게 선풍기 바람을 쐬며 『붕괴:스타레일』 일일 임무를 해치우면서 리소스 파일 다운로드를 마쳤고 게임에 접속!
??
놀랍게도 접속하자마자 게임 화면이 깨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Epid Games 사는 QA 인력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재접속하니까 문제는 해결되었다.
게임은 게임인데
편의성이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까놓고 말해서 부활 전의 『트릭컬』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게임이 더럽게 재미 없었다는 것만 기억나는데 이번에도 역시 '게임은 게임인데 재미는 애매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라스트 오리진』 하고 있는 내가 재미를 논할 자격따위는 없겠지. 『붕괴:스타레일』 만큼 플레이어의 정신을 쏙 빼놓지는
못하지만 잔잔하고 무난하게 즐길만한 오락거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이어지는 뽑기
30% 할인이라길래 당연히 이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후술되는 BM을 두고 생각하면 역시 손해였나 생각 드는구만.
『트릭컬』의 간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코미'를 획득했고 마음에 드는 외형을 가지고 있는 '디아나'와 '마리'를 얻었다.
'마리'는 표정이 너무 귀여운데 몸매도 나쁘지 않고 '디아나'는 안 좋아할 수 없다. 까놓고 '코미'는 그다지 나에게는
끌리는 외형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해서 내용물을 맛보려면 3성을 육성해야겠지.
도감을 열람해봤을 때 마음에 드는 녀석은 2명.
딱 보기에도 귀여운 맛이 있는 것 같은 '시온 더 다크불릿'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맛있을 것 같은 '셰이디'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형이 마음에 들었을 뿐, 기능적인 면에서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야 성능은 좋겠지.
특히 '시온 더 다크불릿'은 '볼그림'이라고 불리는 녀석 중에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 같은 유형의 사용자는
성능따윈 어차피 신경 쓰지 않는다. 재미있는 기술이 있어야만 하거든.
볼그림에 대해서는 후술하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환 스킬이 있긴 한데...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열에 나서서 근접 공격하는 '셰이디'는 키우고 싶지 않았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신봉하기 때문에 『디아블로2』, 『던전 앤 파이터』에서는 소환사 직업군만을 선택해왔다. 『트릭컬:Revive』에는 과연
마음을 사로잡는 사도가 있을까 생각하며 도감을 샅샅히 핥아보았고 마침 마음에 쏙 드는 소환사 계열 사도를 찾아냈다.
하지만 외형이 끔찍하더군.
벌레. 그중에서도 벌레인 것까지는 괜찮은데 조금 징그럽게 표현된 것이 거슬렸다. '전투기'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
아니, 전투기 외형이었다면 분명 3성이었겠지. 무척 실망스러웠지만 소환수를 이용한 전투가 가능하다는 점은 내가 이
게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단 BM 이야기부터 해야겠지.
BM이 뭔가. BM은 아마도 Business Model일 것으로 추정된다. Business Model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어떻게 이용자의 지갑에서 돈을 뽑아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이다. 『라스트 오리진』처럼 외형을
팔 것인가. 『디아블로2』 또는 『영웅서기 시리즈』처럼 게임 자체로서 판매 수익을 얻어낼 것인가 『붕괴:스타레일』처럼
뽑기를 통해 돈을 뽑아낼 것인가. 『트릭컬:Revive』는 현재 BM이 상당히 매콤하다는 점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트릭컬:Revive』는 뽑기를 수익의 주축으로 삼고 있다. 거기까진 괜찮고 아무런 탈이 없지만 왜 욕을 먹고 있는가를
따져보자. 첫째로 온갖 게임들의 매콤한 구석은 싸그리 가져왔다. 특히 높은 등급의 사도 중에서도 특히 성능적으로
뛰어난 특정 사도의 확률에서 차이점을 둔 것. 예전에 『니케:승리의 여신』에서 '필그림'이라는 단체 소속의 캐릭터가
게임 난이도를 바꿔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과 제작진의 편애를 받는 행보를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똑같은 상급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더욱 낮아 사용자들의 불만을 야기한 전적이 있었다. 지금 『트릭컬:Revive』가 이와
완전히 똑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 '볼따구'와 '필그림'의 합성어인 '볼그림'으로 이를 비꼬고 있는 것.
확실히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보일 것 같았던 Epid Games 사가 아직 사람들이 깊이 파고들기도 이전에 냅다 팔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고객을 돈통으로 보는 것인가 생각이 들게 되는 것. 매운 정도는 심각하지는 않은데 약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불지옥 한반도에서 고객 기만 정책에 시달려온 한국인들에게는 충분히 PTSD를 불러일으킬
요소로 가득했고 행사 등에서 보여주었던 친근한 모습과는 완벽히 상반되는 싸늘한 BM은 배신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캐릭터 장사하는 게임인데 장사할 줄 모른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더군. 볼따구 보는 게임이라고. 볼따구 잘 봤다. 그럼 끝난 건가. 요지는 캐릭터 팔아먹는 게임인 것.
그런데 게임을 하루동안 느긋하게 즐겨보았지만 도무지 캐릭터에 대해 정이 생기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는 끌리더라도
결국 외모는 이목을 끄는 수단일 뿐이지 붙잡고 늘어지게 만들 매력 요소는 아니다. 아직 너무 초창기인데다가 시간을
짧게 투자했기 때문에 못찾는 것일까?
당장 BM 판박이인 『니케:승리의 여신』의 출시 당일을 보자. 그 누구라도 '아니스'와 '마리안'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전투는 대부분 AI에게 일임한다는 점과 유사한 『블루 아카이브』를 볼까? 역시 게임 명가 Nexon답게 정말
변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둘과 비교했을 때 『트릭컬:Revive』는 분명 그 자체적으로 특색 있는 캐릭터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조임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BM에 비해 줄거리는 자극적이지 못하다. 임무를 진행하면서 적들을 쓰러뜨리는데 왜 싸우는지도 모르겠고
진행해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없으니 이걸 왜 깨야 하는 건지 모른다. 『크루세이더 퀘스트』, 『데스티니 차일드』처럼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좋을텐데 그 구성이 너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맥이 끊기더라,
내가 너무 다른 게임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비교하고 있나?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게임들도 아닌데, 기왕 다른 게임 BM 베껴왔으면 배울 점은 충분히 써먹으라고.
우효wwwwww 셰이디 GET다제wwww
달리 할 말이 없는데 속칭 서브 게임이어도 충분하다는 말과 달리 속물같은 BM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래도 보는
맛이 있는 건 사실이다. 소환사 계열 사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남은 것은 마음에 드는 사도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
하지만 아직은 불안한데 이런 때일수록 사료 뿌리기처럼 원초적인 화재 진압 대신에 회사의 간판격인 얼굴 마담이 나서
사용자들의 불만을 잠식시켜야 할 것이다.
지루할 때 즈음에 '비밀의 베이커리' 잠금 해제되었는데 이게 또 괴랄해서 웃음이 터져버리기도 했다. 이렇게나
다양한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있는 게임인데 어째서 게임 자체는 재미 빼고 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Epid Games의 『트릭컬:Revive』는 '볼매'인가 '불매'인가 그 사이에서 강약 조절을 잘 해야할 것이다.
다행이라면 나름 복잡한 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QA는 무난한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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