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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EA

이도다시 귀신

by 레블리첸 2021. 3. 9.

 

 

 

 

 

 

의식을 찾았을 때 나는 학교 교실 풍경 속에서 봉을 휘둘러대는 거인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치는

학생들 속에 있었다. 이것이 대관절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봉에 맞으면 목숨이 위험한 듯

보이니 일단은 그렇게 비좁지는 않은 교실 내에서 굼뜬 거인을 계속 피해다녔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낑겨가며 간격을 벌리려니 힘들기도 해서 곧바로 교실 뒷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복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며 도망을 다니고 있었고 어느 쪽으로 가야만

할지 난생 처음 보는 건물 구조라 헷갈렸지만 일단은 오른쪽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난리통 속에서 기묘한 여자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달아나면서 계속 복도 바닥에 일정 간격으로

나무막대 같은 것을 세우고 있었다. 품에서 볼펜 사이즈의 막대기를 꺼내어 던져서 세우는 진기

명기를 선보이는 아이를 보고 잠시 넋을 잃었지만 아무튼 탈출했다. 달리면서도 계속 내 시선은

그 아이의 행동에 꽂혀있었는데 그 막대를 세우는 간격이 어쩐지 2에 관련된 것 같았다.

이어지는 꿈이었다. 복도 끝에서 몸을 꺾어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했더니 나는 비라도 오는 건지

어두컴컴한 하늘이 보이는 어두운 교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마 야간 자습 시간인 듯 보였는데

학생이 몇 없는 교실에 두 여자 아이가 소근대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숫자 2에 집착하는 어떤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굉장히 평범한 이름이어서 잊어버렸다. 뭐 아무튼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아이를 찾으러 가봤다. 내가 있는 곳이 꼭대기층인 5층이었고 그 아이가 아마 3층 아래

있었다고 했던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그 아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실로 갔다.

교내가 심히 어두웠다. 계단에는 불빛도 하나 없었다. 그래도 신이 나서 내려갔고 2층의 복도에

다다라, 천천히 비어있는 어두운 교실 안을 일일히 복도에 나있는 창문으로 확인했다. 그러다가

문득 열려있는 교실을 발견했다. 고개를 들이밀어 볼 것도 없이 사람의 음영이 하나가 보였었다.

그 여자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유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계속 '이도다시'

라는 말을 연거푸 반복했다.

뭔소리지 싶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내리깐

저음으로 차분하게 '이도다시 이도다시'라고 읊조리고 있었다. 그것이 어쩐지 무서워서 난 바로

복도끝 층계로 달려가 윗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도 계속 '이도다시'라 말하며 쫓아왔고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괴한 동작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그 여아에게 따라잡힐 것

같았던 나는 도움을 청하고자 불이 켜져있는 교실에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4층 정도에 올라왔을 때에 간격이 많이 좁혀진 것을 느끼고 곧바로 복도로 빠져나왔다. 그리곤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교실을 향해 달려가서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안 열렸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그순간 '이자식들이 이동 수업을 받으면서 불을 켜두고 갔구나' 생각이 들더라.

아니었을 수 있는데 아무튼 내 사고력은 딱 그정도 수준이다.

그때 바로 등뒤에서 '이도다시 이도다시'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흐아앙!"하고 흐느끼면서 잠을 깼다.

그리고 깬 순간 개 빡치더라. 다시 누워 곧바로 잠에 들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참 기묘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눈을 감았더니 나는 다시 그 학교, 불켜진 빈 교실 앞이었다. 생각해보니 신장

190cm에 달하면서 노가다로 단련된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인 내가 '이도다시'를 연호하는

조그마한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겁에 질릴 이유가 없잖아. 정체는 모르겠지만 한대 쥐어박아

줘야만 속이 후련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다시 계단을 내려가 그 아이를 찾아갔다.

근데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곧 알람이 울렸고 이후에는 마치 상대방이 차단이라도 한듯이

이어지지 못하고 계속 빈 꿈만을 꾸었을 뿐이다. 도대체 '이도다시'가 무엇인지 검색해봤지만

딱히 검색되는 결과는 없었다. 지금 글을 쓰다 거인이 나왔던 첫 번째 꿈에 대한 기억이 다시

선명해졌는데 곤봉 휘두르는 괴한 녀석은 내가 제압했었다.

두려워보이는 대상은 사실 자신을 향한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