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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상영관

The Vampire's Bathroom (Edited by Ravlitzen)

by 레블리첸 2023. 5. 20.

 

 

https://youtu.be/qDZN6THLiWU

 

 

 

 

옛날에 재미있게 보고 열광했던 『Blood Plus』 애니메이션의 OST 'Vampire's threat'랑 영화 ⟪Joker⟫의 OST

기타등등 몇곡을 합성한 키메라 같은 음악이다. 음악이란 거창한 명칭이 붙기에는 미안하니까 그냥 합성 괴물으로

부르자.

이제 적당히 Final Cut을 이용해서 소리를 주무르는 것에는 익숙해진 것 같다. 더이상 수정하고 싶은 곡은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영상을 조금 만져볼 때가 된 듯하군. 점진적으로 소리를 쌓아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는 동시에 쌓아가는

과정을 답답하게 느끼기도 하는 복합적이고 복잡하게 뒤틀린 심성이 있다. 그래서 다소 지루한 초반부에 다른 색깔을

씌워보았다. 그러다가 맛있는 부분이 왔을 땐 스리슬쩍 치워두었지.

참으로 고풍적인 음악이라 마음에 든다. 조용히 위협적인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자신조차 모르는 새

함정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이상 벗어나기가 힘든 지경까지 와버렸다는 공포감에

취한 채 나를 향해 유려하게 걸어오는 처형인의 그림자를 보는 듯한 고혹적인 감각이 있다. 주술적인 맛이 있다. 이런

노래 듣는 거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런 B급만도 못한 감성에 취해있는 나를 보는 게 좋다고 말해준 친구가 있었지.

『Blood Plus』의 주인공인 '오토나시 사야'가 숙적 '디바'의 하수인 'Grigori Rasputin'과 설산에서 조우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멋있었지. 그 애니메이션 속의 악당들은 저마다 입체적인 매력이 있어서 50회차가 넘어가는 장편임에도

질리지 않았다. 그래, 기회가 되면 그것도 영상을 남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