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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EA/▶ 라오 팬픽

섹스를 알려주겠다. 사령관(2).context

by 레블리첸 2023. 2. 16.

 

 

https://twitter.com/Controlline3/status/1361305017269899265?s=20&t=08gcZiu1DsrtW4WXJm8zYQ

 

트위터에서 즐기는 Controlline

“#Last_Origin #ラストオリジン #ラスオリ 이번에는 로열 아스널을 그렸습니다.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 오래걸렸네요”

twitter.com

 

 

 

 

일목요연하게 요점만 정리해서 이야기를 빨리 끝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대와 느긋하게

이 장소와 시간을 즐기고 싶군. 허락해주겠나?

 

 

그래, 그러자. 아스널이 그러기를 원한다면. 

 

 

...후후.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의 연속이 되겠지만, '퍼즐'이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시간을 들여

짜맞춰가는 즐거움이 있겠지. 

 

 

 

아스널이 접시 위에 놓인 블루베리 초코 쿠키 하나를 집어 삼켜서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은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입안을 헹궈냈다. 때마침 우편에서 미풍이 불어오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두눈을 감은 채 파라솔 아래 그늘에서 바람을 만끽했다. 풀내음을 실어온 한줄기 바람이 아스널의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마치 동화 속 공주가 저주에서 풀려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처럼 천천히 눈을 뜬 그녀에게서는

기품과 단아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우리가 '구시대'라고 부르는 '현대'의 남성은 압도적인 문명과 과학력이 있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하지. 아, 물론 어느 정도의 부가 필요했겠지만 말이야. 

 

 

그래. 여러 전쟁이 있기 전까지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풍요의 시대였다고..

 

 

그렇게 전지전능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그들에게 있어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관계였다고 하더군. 

 

 

관계..?

 

 

「...그렇게 그 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구절로 끝이 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는 비단 동화뿐만 아닌 모든 '줄거리 있는 문학 작품'이 내는 이상적인 해피 엔딩이지. 

 

 

응, 일종의 열린 결말. 

 

 

열렸다고 할지 닫혔다고 할지. 보통 연인과 맺어지는 형태로 열린 엔딩을 내도 독자들은 사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받아들이지 않아. 「공주님과 왕자님이 결혼했습니다. 그후로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독자가 인식하는 엔딩은 '결혼' 그 자체가 된단 말이지. 

 

 

...음.

 

 

 

조금 전 페로가 가져다 준 음료의 얼음이 살짝 녹아 짤그락 소리를 내며 일부가 커피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의 뚜껑을 열어 잔을 든 다음 입을 대고 한모금 홀짝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바이오로이드가 상용화되기 이전 '현대인'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고 있나?

 

 

아니. 뭐.. 어느 정도 어떻게 살았겠구나~ 정도로는 알지만. 

 

 

최근 스카디 양이 전자 문서 복구 작업을 하면서 과거 현대인들이 서버상에 남긴 게시글을 복구하고

이중에 어느 정도 문학적 또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 판단된 자료에 대해 하르페이아, 오렌지에이드 등

문학파 대원이 각색하여 오르카 게시판에 제보하고 있다만. 아직 못본 거로군?

 

 

으응.. 옛날 사람들의 일들은 조금 꺼림칙한 구석이 있어서..

 

 

테마파크.. 같은 이야기는 물론 참혹하지만. 보기 싫은 과거라고 해서 잊기만 해서는 안 될일이지.

더더욱이 그대처럼 한 세력의 통수권자라면 더더욱.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거잖나. 뭐, 아무튼. 분위기를 전환해볼까?

최근 발견된 사실인데 놀랍다 해야 할지 당연하다 해야 할지, 현대인들 중에는 '동인지'나 '망가'와

같은 소위 '음란물'이라는 것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일이 매우 매우 매우 빈번했다더군. 

 

 

뭐... 그랬겠지? 

 

 

하루에만 수십편의 동인지가 출품되고 그것들을 하루에 수십편씩 소화해냈다고 한다. 

'책을 안 보는 사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도 있었다지만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서량이 많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재미있네. 

 

 

당대에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었을수록 널리 유포되고 저장되어서 보존된 자료가 많지. 각국 언어로

번역까지 되어서 복구 작업도 어렵지 않았다. 개중에는 그대가 참고해도 좋을 만한 것들도 꽤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나?

 

 

한 시대를 풍미한.. 수천 수만명의 남성들을 매료한 역작이라고?

 

 

뭐, 언젠가 참고용으로..

 

 

 

아스널이 손을 뻗더니 손등 위에 도드라진 혈관을 툭툭 건드리거나 문지르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손을 포개어 가만히 온기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작품도 대부분 열린 결말식 엔딩을 선호하지. 당시 용어로는 크게 '순애'와 'NTR'로 나뉜 듯한데

어떤 갈래이든지 결국 결말은 매한가지거든. 

 

 

어려서부터 동화와 같은 매체들을 접해오며 살아오고 동인지와 같은 매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가장 어렵고 뜻밖이었던 게 바로 '관계의 연속성'이었단 말일세. 

 

 

관계의 연속성..

 

 

쉽게 말하자면, '결혼'이 인생의 종지부가 아니었고 '섹스'가 관계의 끝이 아니었다는 거지. 

지극히도 당연한 상식이지만 마치 대기 중의 산소처럼 그러한 사실은 잊혀지기 마련이었던 듯하다. 

 

 

삶은 길고. 그러한 이벤트들은 그중 단편적인 찰나에 지나지 않지. 

 

 

흠.... 아스널은 나보다 늦게 태어났는데도 벌써 어른이 됐구나. 

 

 

후후훗. 원래 남자는 평생 철이 들지 않고 여자는 20살 이후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그대는 지금 4살이지만 나는 이제 20살이 된 셈이라고 봐야겠지. 그러니 누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잘 새겨들으라고. 

 

 

네, 누나. 

 

 

아스널이 의자를 살짝 빼서 옆으로 돌리고 다리를 파라솔 바깥으로 뻗어 다리에 햇볕을 쬐었다. 햇빛을

받은 그녀의 종아리가 마치 백자토를 산화로 구워 빚어낸 도자기처럼 새하얀 빛을 냈고 하늘하늘한 천

재질의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 보기 좋게 살이 오른 허벅지가 완전히 드러났다. 

 

 

 

조바심은 금물이야. 사령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간, 겪을 사건은 부지기수고 무량대수잖나. 

수많은 대원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건 이해하지만 그것에 목을 매기 시작하면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독이 된다. 

 

 

....응..

 

 

그런 부분에서 사령관은 섹스를 모른다고 할 수 있지. 

 

 

....응애. 

 

 

 

잘 봐라, 그대여. 

 

 

 

타이밍이 좋게도 때마침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블랙 하운드가 조각 딸기 케이크를 가져다 주면서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잘 먹겠다고 인사하자 눈웃음으로 대답해준 블랙 하운드가 총총 걸음으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널이 포크로 케이크의 끝을 덜어 자신의 입에 가져갔고 딸기의 산미와 생크림의 부드러움에 눈을

질끈 감고 입가에 미소를 띈 채 전율했다. 곧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케이크 상단의 먹음직스러운 딸기와

케이크를 한번 크게 덜어서 당신의 입가에 가져갔고 당신은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었다. 산뜻한 딸기

맛과 적당히 잘 구워진 빵의 맛이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게 섹스다. 사령관. 

 

 

즐기고 싶은 것을 곧바로 즐기고

궁금하면 그 즉시 해결해보고. 

포만감과 안정감과 충실감을 주는 것. 이런 게 섹스지.

 

 

이게 섹스구나. 

 

 

그렇지만 그대여. 이건 섹스일 뿐이고 '관계'가 아니다.

연속성이 없으니까 말이야. 

 

 

응..?

 

 

조금 전 커피와 케이크를 서빙해준 페로 양과 블랙 하운드 양의 행동.

그것은 섹스임과 동시에 '관계'지. 

 

 

갑자기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교수님. 

 

 

종업원으로서의 업무는 고되지만, 매일 매일 보람... 즉 충실감과 성취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녀들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극상의 서비스를 제공했지. 

이게 섹스가 아니면 무엇인가?

 

 

이게 섹스네..

 

 

코헤이 교단에서 매주 주말이면 하는 구원자 중심의 예배 활동.

구원자가 즉 그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하니 그건 그야말로 집단 난교...

 

 

그, 그건 다른 표현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아하하하하, 요지는 사령관. 굳이 사령관이 섹스라는 형태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들은 필요로 하고 매순간 충실하게 사는 이 순간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는 말일세.

 

 

뭐, 섹스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딘가의 바보 씨가 재작년부터 끊임없이 우리들이 저마다의 꿈을 꿀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준 덕분이지. 

 

 

고마워.

 

 

 

저벅저벅 뒷편 멀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콘스탄챠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개 숙인 채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엇다. 

 

 

 

이런. 벌써 2시간이 지나버렸나? 그대와 함께 있으니 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지도 않은데

정말 시간이 쏜살 같이 흘러가버리는군. 

 

 

....아쉬우면. 잠깐 자리 좀 이동할까?

 

 

 

아스널에게 눈짓으로 카페 아모르 뒷편의 으슥한 골목을 가리켰다. 

 

 

 

아니,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사양해두지. 오늘은 이미 그대와 잔뜩 섹스했으니 말야. 

 

 

그래. 

 

 

 

아스널이 기지개를 켜면서 등근육을 이완시키고 다시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괸 채로 빨대를

입에 물어 아메리카노를 쭈욱 빨아마셨다. 

 

 

 

잘가게. 오늘은 즐거웠네. 

 

 

응, 편히 쉬어. 

 

 

 

인사하고 천천히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는 콘스탄챠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야기는 잘 하셨나요, 주인님?

 

 

응, 덕분에. 고마워 섹스 마스터. 

 

 

...에?! 그, 그게 갑자기 무슨..

 

 

큭.. 푸흡... 하핫.. 그런 게 있어. 

아- 당분간 쉬어야겠다. 그럼 이만 돌아가자. 

 

 

네, 주인님!

 

 

 

살랑살랑 뒤로 묶은 머리카락을 마치 강아지의 꼬리처럼 좌우로 흔들거리며 앞장 서서 걷는

콘스탄챠의 발걸음은 지금까지 무수히 봐온 그녀의 발걸음 중에서 가장 가벼워 보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