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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봉사활동 600시간, 초록우산 1차 홍보단 활동 수료

by 레블리첸 2020. 11. 25.

 

 

 

 

한동안 몰입해서 보았던 만화나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밀려오는 묵직한 미련이 가슴을 옥죄서

언제부턴가는 '작가가 보여주고 화면을 통해 비춰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도 그들의 세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았고 언제부턴가는 이런 이별은 사소하게

여기고 다시 내 마음을 동여맬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자가 조금

여릴 뿐이라 생각을 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게 진리더라.

당신이 보고 있는 화면을 통해 드러나는 이 작품의 작가인 동시에 작품이기도 한 나라는 존재

역시 오랜 과거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증명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스크린상으로

묘사하고 있는 내 상은 가끔 노가다를 뛰고 있는 서른 즈음의 복학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를 게재하면서 이따금씩 일당을 받아서 생활하는 대학생이라는 말로 나를 간단히 소개할

수는 있어도 나를 완전히 묘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 속 주역이 작품이 종영된 후 그 존재가 소멸되지 않고 작가나 독자들이

구상하고 상상하고 있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마치 방과후 옆자리 짝꿍이 학원에서 뭘 하는지

누구와 놀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숨쉬고 있듯이 나도 이곳을

통해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태여 덧붙이고 보충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올해가 시작되면서부터 나이를 먹은 탓인지

급격하게 스펙업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었고, 대신 돈을 보다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주변 친구들에게 곧잘 말하듯 내 관심사는 돈이 되었다. 이 세상에서 돈을 안 좋아하고 돈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친구들이 딴지를 걸어와도 여기에 충분히 반박이

가능하고 납득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돈에 대한 내 신념은 확고해졌다.

당장 모든 일들을 때려치우고 사랑스러운 돈을 더욱 많이 벌어들이는 데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일단 벌려놓은 일에 대한 수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대학교는 졸업을 해야 하고 지속했던

봉사활동도 마무리는 지어줘야 했다. 대학생으로서 학업에 열중해야만 하는 시기라는 변명이

통하는 시기도 어느샌가 끝을 맞이하고 있고 거창했던 봉사활동도 슬슬 종료기간이 임박했다.

우연한 계기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온라인 홍보단 일원으로서 활동을 했었고 그런 덕분에

뜻하지도 않게 봉사활동 600시간을 달성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몇번씩 정기적으로 본부에서 회의를 했고 주에 몇번씩 컨텐츠 구상 및 홍보단 '노크'의 방향성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단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논했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몰랐겠지.

영화 속 모든 주역이 화장실에서 배설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작품은 아마 많지 않겠지만, 그가

지구에 태어난 인간이라는 전제가 빗겨나가지 않는 이상 분명히 보여지지 않는 시간동안에는

아마 변을 누고 옷을 빨고 손톱을 깎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나 역시 이곳에서

드러나지 않는 동안에는 봉사활동을 했고 과제를 했고 게임을 했고 놀러다녔다.

이렇게 생각했더니 여러분에게 나는 만화 속 인물이나 다름이 없군. 어쩌면 조금만 더 과거의

과거로 돌아가서 어릴 적의 내가 '나를 제외한 사람은 NPC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리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군. 내가 만화 주인공이 아니어도 당신에게 있어서 만화 속의

인물과 다름 없는 것처럼 당신이 NPC가 아니라도 나에게 여러분은 NPC랑 다를 바가 없으니.

사상 최악의 사이코패스이자 소시오패스가 출현하게 될테니 누군가 말려주라.

하여튼간에 헌혈을 할 바엔 돈이나 더 벌자. 자원봉사를 할 시간에 출근이나 하자는 방향으로

지금 당장은 굳혔으니 당초에 목적으로 했던 봉사활동 1,000시간 달성은 조금 늦어지게 됐다.

당장은 먹고 사는 일이 더 급급해졌으니 말이다. 빈곤하진 않으나 분에 넘치는 재산의 필요를

조금은 느꼈다. 나만 그런 건 아마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