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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121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PC방 철거)

by 레블리첸 2020. 11. 27.

 

 

 

 

출근을 많이 망설이다가 오늘의 운세 내용과 친구들의 '일할 수 있을 때 해야지'라는 조언을 듣기로

결심하고 출근 일정을 잡았다.

" 오늘의 운세 "

가족의 일로 경사가 있다. 욕심이 화가 되기도 하지만 좋은 날이다. 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자. 과정보단 결과가 좋을 것이며 인연이 좋으므로 대인 관계도 더욱 발전한다.

자신이 직접 관여해야만 수익이 발생한다.

용하게도 지난 번 꼰반장과 갭반장 사이에 끼어서 고통받던 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신

갭반장님이 동반 작업자 목록에 떴더라. 출근을 해도 썩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망해버린 PC방 철거를 하는 일을 했다. 딱한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일감을

받고 돈을 번다고 생각하니 딱 스케빈저꼴이라는 생각에 자조가 지어졌다. 어쨌든 그다지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막상 돌입해보니 날로 먹는 일은 없더라.

 

 

 

 

 

 

 

매장 내의 모든 책상을 뜯어내고 칸막이도 뜯어냈고 전부 분해해서 분류한 뒤 한쪽 벽면으로

밀어넣었다. 바닥에 온갖 잔해가 널부러져 있었고 특히 전선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전부

잘라내고 이후엔 내부의 유리창과 문짝도 떼어냈다. 유리라서 가벼울 줄 알았는데 꽤 무겁다.

갭반장님도 '이래서 유리창 관련 일은 추천드리지 않는 것이다'면서 웃으시더라. 웃으면서 일

할 수 있다는 게 항상 좋은 일이지.

 

 

 

 

 

철거는 어쨌든 '조심해야 할'일이 없으니 마음은 편하다. 죄다 때려부수고 넘어뜨리면 되니.

이동이 용이하도록 바닥면을 정리해준 다음에 쓰레기들을 창가를 통해 사다리차에 실어서

내리기 시작했다. 각 자재들이 무게가 있어서 쉽진 않았다.

 

 

 

 

막판에는 덩치가 있는 녀석들을 하나씩 내려주고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복도에 있는 쇳덩이들을 접어서 나중에 버리기 쉽도록 가운데에 모아두고서 주방쪽의 정리를

이어서 했다. 세제와 각종 그릇 등을 버리고 분리수거를 했다. 정시까지 꽉 채워서 일했다.

내일도 출근하면 좋겠지만 해야 할 대학 과제가 많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정말이지 대학은

끝까지 방해밖에 안 되는 것 같군. 그나마 내 입장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진행이

되니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게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출근하기 힘들었겠지.

 

 

 

 

 

개인 인테리어 용역으로 불려나가 가정 내 철거를 하거나 이삿짐을 할 땐 이런 게 없었는데

매장 철거이다 보니 남는 것들을 다 가져가라고 하셨다. 어차피 전부 쓰레기가 될 것들이니.

짜장 라면 한 팩이랑 손 세정제, 물티슈 두 곽, 떡볶이 2팩, USB선, 칼, 음료수 캔 두 개, 멀티

탭과 휴지를 획득했고 이웃분에게 좀 나눠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