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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124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PC방 철거-2)

by 레블리첸 2020. 11. 28.

 

 

 

“ 오늘의 운세 ”

가장 피해야 하는 날. 짜증나는 일이 생겨도 절대 무리하지 말 것. 약속은 어긋나고 일에 차질이 발생한다.

사소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엉크러진다. 공연히 주변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감정 조절을 잘하도록.

오늘은 금전에 관한 일은 되도록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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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가 좀 지독한데 미신따위에 사로잡히는 것도 웃기는 일이니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다면 조식을 하기 무리가 없었을텐데 눈꺼풀이 무거워 시간이 살짝 촉박하게 된 게 벌써 좀 아쉽다.

오늘은 기공분들이 바닥 타일을 깬 후 그 아래의 바닥을 부수면 생긴 폐기물들을 대야에 담아 사다리차로

한 번에 내리고 그 외 나무 골조나 전기관들을 내리는 등의 완전한 철거 뒷일을 하게 되었다.

지난 번 갔었던 현장을 2일만에 지인없이 혼자 방문했었는데 그래도 바닥에 타일이 깔려있어 깔끔하게는

보였던 바닥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어서 조금 충격이긴 했다. 타일만 깨는 것이었다면 비벼볼만 했을텐데

타일을 들어낸 뒤 바닥을 한번 더 부수니까 돌도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고된 작업이 예상됐다.

 

 

 

 

 

순수 잡부는 4명으로 2명이 삽으로 바닥을 긁어서 타일 조각이나 돌 부스러기 등을 대야에 모아주면

나랑 용역 한분이 같이 그것들을 구루마에 올리고 끌어서 사다리차에 상차하는 일을 했다. 생각하니

너무 힘든 일을 자처했었던 것 같다. 구루마에 실을 때에는 돌이 들어간 대야를 5층까지 쌓아서 끌고

갔는데 바닥면이 거친데다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힘이 들었다. 차라리 삽질을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마다 각자의 고됨이 있으니.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방진 마스크 쓴 상태로 입김을 불자 먼지가 튀어나오더라. 에어건도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사다리차에 에어건이 있길래 점심 때 한번 쐈는데 진짜 양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같이 일을 했던 용역 한 분 머리에 쏴드렸는데 원래부터 새치가 있으신 줄 알았건만 사실 흑발이셔서

깜짝 놀랐다.

 

 

 

 

 

오후에도 계속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엄청나게 지저분했던 바닥이 한번 정리가 되니 상쾌하다.

철거가 이래서 좋다니깐. 사다리차로 내리는 통로의 천장을 부수는 작업 때문에 잠시 작업이 중단되어

기다리다가 급히 정리를 해서 상당히 피로해졌다. 무리했는지 팔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쉬엄쉬엄 일

해야 하는데. 아무튼 모아뒀던 전기선도 내리 웬만한 철거물을 거의 다 내렸다 싶을 즈음, 퇴근 시각이

되니 바깥 상가 앞의 도로 청소를 부탁받았다.

먼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물청소를 해야 했는데 호스를 얻은 김에 깔끔하게 안전화도 한번 샤워를

시켜주었다. 깔끔하게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1시간에 2만원으로 추가 근무를 부탁하시더라. 듣기로는 업자들은 잠시 쉬다가 21시에 1층의

가게가 문을 닫고 나면 다시 사다리차로 하차 작업을 할 거라고 하는데 작업 밑준비로 먼지를

한 곳으로 몰아달라는 일종의 세대 청소 특별 업무가 할당됐다. 한 분은 선약이 있어 일찌감치

퇴근하셔서 셋이서 연장 수당을 챙기기로 했다. 업체가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하신 게 좀 많이

솔깃했다.

청소까지 끝내고 돌아와서 문자 그대로 뻗었다. 오래간만에 세대 청소까지 했는데 양중 업무로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였던지라 고생 좀 했었다. 그후로 3일 정도를 뻗어있었나. 대학 과제에나

집중했다. 쉬긴 어딜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