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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20251006_결혼했으면 성별이 없다고 봐야지

by 레블리첸 2025. 10. 6.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난 일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어야겠다. 당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 탓에 유사 계엄령

발령이 된 상태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대신에 거의 전국민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모임이라도

가지고는 했었고 나도 여기에서 꽤나 많은 인간 군상을 만났었다. 주로 여성이었는데 오늘은 이중에 가끔씩 생각이

나는 유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연하지만 사진따위는 없다. 있으면 특정이 되기도 하니까.

당시에도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결혼을 워낙 늦게 하기 때문에 기혼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모임 구성원 중에는 기혼자도 가끔씩 보였었다. 일도 바쁘고 결혼 생활도 정신 없으니 심심함이나마

타파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하여 딱하게 여겼다. 유부남도 있었고 유부녀도 있었는데 어느쪽이든 상당히 역겨웠었네.

왜냐면 유부남인 녀석들은 20대 초중반 여자애들한테 난 유부남이니까 안전하다는 이유로 추근거리고 유부남이라

여심을 더 잘 헤아릴 수 있다면서 미혼 남자애들을 깎아내렸으니 말이다. 내부에서 불륜을 저질렀을 때는 또 어떠한

이유를 들먹였을지 궁금할 정도다.

 

 

 

 

 

 

 

 

 

 

 

 

 


유부녀들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정부에서는 절대로 많은 사람이 모이지 말라면서 금지령을 내렸지만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 모임은 만남을 가졌었고, 술을 꽤나 들이킨 뒤 유부녀가 여자애들한테 한탄했다.

결혼을 하면 남자들이 더 이상 자신한테 연락을 먼저 하지 않고 자기보다 다른 여자부터 챙기니까 야속하다는 말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즐길 거 다 누리고 늦게 결혼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이었다.

외로움을 풀기 위해 기혼자의 신분으로 모임에 나오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범주에 있다. 하지만 구성원과

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행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유부녀에게 들이대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아름답지 못하고 유부남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 역시 보기에 추한 것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자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유부남은 그저 외로움의 해소와 함께 단순히 쾌락만 쫓아 모임에 나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오락적인 측면을

보았을 땐 솔직히 거기까지도 동정표를 줄 수 있다. 몸도 마음도 결국 상대랑 합이 맞아야 하는 건데 유부남이 혼자

들이댄다고 거사가 치루어지는 것도 아닌 것도 이유 중에 하나. 그리고 상대방이 미숙한 미성년자도 아니고 충분히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 20대 중후반 여성이라는 것도 이유다.

물론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 있는 몸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감정적

선을 넘지 않고 단순히 결핍에 대한 위로와 쾌락만 추구하는 목적으로 만난 거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오락이라면.

유감스럽게도 백이면 백 감정의 선을 넘고 초연결사회답게 뜨거운 밤을 보낸 사실이 배우자에게 흘러가서 파탄까지

났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일축하자면 그냥 하지 말라고.

유부녀의 경우에도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성욕에 뇌를 지배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자들은 알아서 잘

아랫도리를 간수하기 마련이다. 유부녀와 동침한다는 것은 사자굴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잖아.

위험 판단 못하고 들이대는 경우도 꽤 자주 보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유부녀에게 놀아나다가 버려지는 꼴을 꽤 자주

보았다. 알고 보니 남편이랑 함께 대화 내용을 관음하고 있었다던가, 모임 구성원 중에 한 명이 남편이었다던가.

개중에 정말 외로움이 사무친 듯 보이는 유부녀가 있었는데 이게 유부녀가 딱한 경우였다. 현실 파악을 못한 거지.

 

 

 

 

 

 

 

 

 

 

 


사랑은 결국 본능과 생존의 문제이다. 이성보다 본능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순간 인간은 파멸을 향해서 달려간다.

마음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폭발하게 해서

어떠한 고난이 있어도 싸그리 잊게 만들어준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세상은 가속한다.

보고 싶어서 업무 시간 더럽게 느리게 가는 것 같다가도 문자 몇통 주고 받는 것만으로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가고

헤어지기 싫어서 시간을 붙잡고 늘어니고 싶지만 매정하게도 자야 하는 시간은 찾아온다.

그래서 사랑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거지. 사람이 사랑에 미쳐있으니까. 남자는 아마 새 사랑을 찾고 싶어서 안달난

모양이고 여자는 사랑받던 과거에 얽매여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짝이 이미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 끼여들어 주제 모르는 구애의 춤을 추나 봐. 연민이 들 정도였다. 남편이랑

성격이 맞지 않아서 외롭다고 흐느끼는 유부녀도 딱하고 그런 유부녀를 보며 자신이 진정한 반려가 되어줘야만 할

것 같다며 망상에 빠져 헛소리를 늘어놓는 어린 친구를 보면 딱했다. 아내가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는 게 싫다 하는

유부남도 가엽고 그런 유부남이랑 몇번씩 만나더니 방송으로만 볼 수 있던 치정극을 실제로 찍고 있다니 가여웠다.

한편으로 참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나조차 사랑에 빠지면 그런 얼간이가 되겠지.

사랑은 감정이고 마음의 근원이기 때문에 사람이 조절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맹목적이게 된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거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면 아들이고, 아내고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 그게 생존 본능인데 다들 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잖아. 사랑은 그런 속성이고 한번 사랑이 주는

맛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으니까.

 

 

 

 

 

 

 

 

 

 

 

 

 


결혼했으면 자신은 무성별자라고 여기는 편이 차라리 낫다. 유부녀에게도 유부남에게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당신은 온세상 남자들에게 총애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는데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으니 그 온도차를 버틸 수 없을 것이고, 남자 입장에서는 사랑스러운 연인이 어느 새

전우가 되고 상관이 되어 자신을 속박하니 그 무게차를 이겨내기 어려운 거겠지. 나는 결혼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말했다시피 일처다부제 도입에 찬성하는 거야.

아니면,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기혼자면 조용히 연애 시장에서 물러나서 자신의 현재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라고.

결혼이란 성을 잃는 일이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가정을 책임지는 중성이 되는 일이다. 그러니 연애 시장에서

물러나야 하고 아직도 이성으로 살고 싶다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섣부른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하진 않아.

결혼은 축복받을 일이고 응원받을 행사다. 특히 대한민국 노동 인구가 감소할 것이 전망되는 요즘 시대에 부부를

보게 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하지만 물을 흐리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