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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20816 소프트웨어 QA 테스터 근무 일지 5개월차 (칠야)

by 레블리첸 2022. 9. 5.

 

 

 

 

어찌 된 것이 순 먹는 사진밖에 없군. 그야 식사는 중대 사항이니까. 철야가 있는 날이다. 제목은 칠야인데 그것은

오타가 아니다. 출근하는 시각까진 아마 새벽 너머서 일이 끝나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그 예상은 전혀 틀렸었다.

일단 어제는 종일 속이 안 좋았다. 역시 식사하고 곧바로 누워있으면 지독한 소화불량으로 얹히고 마는 것 같구만.

안 어울리지만 식사하고 카페라던가에 가서 앉아 시간을 떼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후유증이 다음날에까지 지속되어서 출근하자마자 약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탕비실 냉장고를 여니까

어제 내가 남겨두었던 샌드위치가 반겨주더라. 어쩔 수 없이 일단 소화제 먹고 샌드위치를 먹은 다음 사내 카페에

내려가서 도시락이랑 라면까지 낭낭하게 먹었다. 나도 일기 받아 적으면서 도대체 이 사람의 속을 파악할 수 없다.

아무튼 식사 마치고 '던전밥'을 읽다가 올라가 명목상 어제 못끝낸 특수 테스트를 끝마쳤다.

 

 

 

 

 

 

 

이후에는 결제된 내역이 실제와 맞는지 검토하는 작업을 했는데 시간이 참 빨리 가더군. 14시에 출근했는데 벌써

다들 퇴근하는 시각인 19시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언제쯤 어떻게 하려나 눈치 살피고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 배달을 시켜먹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4만원 어치를 장정 다섯이 나눠먹으니 양이 많이 부족하긴 했다.

오늘은 종일 결제를 해야 하는데 테스트가 순조롭지 못했다. 일단 여태까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결제가

전부 취소되었었고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스템상 허용이 되어버린 것은 큰 문제로 판단이

되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고객사에서는 이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군 그래.

돈을 안 줬는데도 입장이 되면 어마어마한 문제가 아닌가.

업무량이 생각보다 많고 번거로워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히고 테스트 인원수도 부족했다. 워낙 볼륨이 컸던 탓에

전원이 달라붙어도 모자랄 판국이지만 내일 업무 대응해야 하는 상비 인원 2명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두 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록이 중요해서 그만큼 시간을 더 써야만

했다. 제대로 안 되는 게 뻔한 결제를 두고 우랴 돌격해서 자살특공대 짓거리를 하고 있으려니 나만 속 터지는줄

알았는데 지켜보던 성정님도 단단히 화가 나신듯. 나까지 괜히 한소리 들었다.

사무실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져서 뭐, 마음 편히 결제를 진행할 수 없었고 급격히 집중도가 하락했다. 정말로

최악의 철야 근무였다. 일이 끝나니까 오전 7시였고 그제서야 퇴근해도 괜찮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수 타버린 고객사가 불안해서 나까지 마음 놓고 퇴근할 수가 없더라. 눈치를 보다

리더가 퇴근할 때 같이 퇴근했다. 퇴근하면서 중요한 프로젝트에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저지르고 옆에서 전혀

도와드리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는데 리더는 여기에서조차 오히려 스스로를 탓하시더군. 마음이 아팠다.

조금은 남에게 잘못과 책임을 물어도 되련만은 항상 리더는 이렇게 자신만 상처 입힌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상해서 금방 체력을 잃으실까봐 근심이 천근만근이다. 어쨌든. 보통 밤새서 일하고 나면 뭔지 모를 뿌듯함이나

동지애가 샘솟아서 기분 좋게 퇴근하곤 했는데 이번 철야 근무는 정말 칠흑 같이 어둡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