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퇴근 후 왠지 정신이 없었군. 아침 식사 후 휴게소에 앉아 멍하니 있다 아침 조회에 참석했다.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쭉 호우라서 경험상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학교 다닐 시절 금요일
같은 느낌으로 산뜻하게 일할 수 있기를.
속된 표현으로 삿됐다. 다른 업체로 차출된 인원 2명을 뽑는데 나랑 신규자가 채용됐고 망할 지하주차장의
천장이 될 곳인 뙈약볕 아래 가로변 먼지 등을 청소기로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됐다. 신규자는 철근을 둘러싼
먼지 등을 솔로 문질러서 깨끗하게 만드는 업무를 맡았다. 일의 강도나 부상 위험도를 떠나 둘다 허리 아주
작살나는 일이다.
오전에는 발 밑 아래 지지대인 철근 나발 밑에 떨어져있는 쓰레기 등을 줍고 그 일이 끝난 후 가로변을 돌며
청소기를 이용해서 각종 먼지와 돌 부스러기 등을 청소하는 업무를 했다. 적힌 내용만 읽으면 별 거 없긴 해.
30도가 넘는 8월 중순 태양 아래 태풍 바비 북상 여파로 부는 돌풍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맞으면서 거미처럼
철근 위에 위태롭게 달려 있는데 고철 덩어리 청소기와 콘센트를 질질 끌며 이동해야 한다는 서술이 없다면
말이다.
게다가 망할 쉬는 시간도 없이 4시간동안 겨우 10분 정도 숨 돌렸나. 점심 시간도 작업반장님이 밥을 자기는
원래 늦게 먹는단 이유로 허가를 늦게 줘 덩달아 늦게 갔는데 오후 일과 시작은 칼 같이 12시 45분 시작이라
심통이 났다. 오전 10시에 오후 3시에 새참으로 빵과 음료수를 주긴 했다만 솔직히 그딴 거 필요 없었다.
점심 식사 전에 우리 일당 고작 9만원 받는데 너무 빡세게 시키니 근로 과다가 아니냐고 툴툴 거렸더니 오후
일과부터는 좀 널널하게 시켜주긴 하더라. 적어도 오전 내에 진행하던 청소를 햇빛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중단시키고 그늘 속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줬으니 감사해야지.
오후부터는 아직 깽폼이 올라가지 않은 곳에서 흙더미나 각종 쓰레기 등을 치우고 마대에 담아 버리는 일을
하게 됐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적어도 직사광선 속에 타오르면서 달궈진 철근 사이로 손을 넣다가 쇠에 데고
베이는 일이 없으니 행복하다. 삽이 잘 안 들어가거나 비질이 불가능한 부분에서는 장갑 낀 손으로 긁어내서
먼지를 제거해야 했지만 적어도 그늘 속이라는 점에서 행복했다.
15시 40분 무렵에 갑자기 업체 소장이 오더니 오늘은 "야리끼리"라면서 일찍 끝내줄 수도 있다고 한다. 대충
공사판 좀 뛰어서 "야리끼리"란 일이 끝나면 일과 종료 시각이 아니라도 그냥 집에 보내주는 말로 알고 있긴
했지만 어차피 직영에서 일했으면 16시 10분에 정리하고 가는데 이제 와서 무슨 야리끼리인가 싶어서 직접
'야리끼리가 뭔가요' 물어보니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일 끝내야 보내준다는 뜻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그것을 정규 퇴근 시각 20분 전에 알려주는 건 뭔가 싶어서 헛소리구나 생각하고 할 일이나 했다.
헌데 한참 후 야리끼리라서 퇴근 시각이 되어도 일을 다 못끝내면 집에 못보내준다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
일당 9만원 받으면서 일하는 걸 모르고 저런 말을 하는지 살짝 열받아서 "그렇겐 일 못하죠."하고 대답했다.
조금 으르렁거렸더니 그래도 16시 10분엔 일 얼추 다 했으니 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고 퇴근 도장 찍었다.
내려와서 본래 업체인 직영 식구들에게 경험을 얘기했더니 원래 불려가면 16시 40분까지 칼같이 시키는데
빨리 끝내준 걸 보면 적잖이 예쁨을 받았구나 말하더라. 일전에 어떤 분으로부터는 끌려가면 개꿀이라던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싶었다.
다신 끌려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 오늘 처음 출근한 신규자가 처음 오자마자 겪은 일이
이런 일이라니 다신 보기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쳐가며 고생하며 9만원 받을 바엔 경비직을
뛰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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