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지난 번 근무를 기점으로 학기 시작으로 보고 휴식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어차피 체력도 남았고 마침
급전을 당길 필요가 생겨서 까짓거 하루만 더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어제 저녁 7시에 급히 일정을 잡게 됐다.
비올 줄 알았던 오늘 비가 오지 않아서 일할 내일도 비가 안 오지 않을까 기대를 좀 걸어봤다.
새벽에 나가보니 날씨가 습해도 비올 것 같진 않은데 싶더라니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출근길엔 간만에
고장배 반장님과 마주쳐서 합류했는데 돌연 차량 이상으로 운행이 정지되는 등 일진이 영 사납다. 언덕길을
오르는데 기다렸다는듯이 비를 퍼붓기 시작하기도 했고. 덧붙여, 경험상 이대로 걷다간 바지 밑단까지 젖어
결국 양말을 적시고 그것이 안전화 내부까지 스며들게 될 것이 뻔해서 급히 안전 장화로 갈아신었더니 그새
빗줄기가 약해졌더라.
오늘은 뭐하나 했더니 고반장님과 함께 4인 2조로 편성되어 일하게 됐다. 이분은 작업조장님의 총애를 받고
계신 분이라 모든 짬을 맞게 될테니 사실상 한가지 일만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 역시나 비가 더 오기
전에 급히 옥상 이음새를 테이프로 막아 방수하는 작업을 해야 한대서 작업 도구들 챙기고 부리나케 옥상에
올라갔더니 전화가 와서 5동 전 세대 내 화장실 바닥 방수 작업에 문제가 확인되어 단열재를 싸그리 다 도로
뜯어내라는 지시를 전달받아서 다른 조에게 옥상 작업을 맡기고 후다닥 내려가 새로 도구 챙겼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거품 같은 스펀지들이 접착제처럼 단열재들과 맞물려 있어서 그것을 칼로 잘라서
떼어내고 단열재가 부러지지 않도록 흔들어가면서 뜯어내어 제거하는데 내부가 통풍도 안 되고 습하기에 꼭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나랑 고반장님의 조가 선발대로 먼저 작업하다가 옥상 작업을 마친 2조랑
합류해서 4층까지 내려왔는데 돌연 전원 강제 집합령을 내리더라.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가보니 대뜸 마스크를 건네주고는 대기하라고 한다. 사유를 들어보니 작업 소장님의
아내분께서 지방에 내려갔다가 그제 올라왔는데 고열이 시작되어 오늘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즉시
소장님이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갔고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하여 전원 작업 일시 중지를 명한 것.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대기해야 하는데 만약 작업소장님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다같이 보건소에 가서
검사 받고 격리 조치를 당하게 된다고 한다.
점심에 메밀국수 나왔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어쨌든 검사 결과는 내일 오전에나 나온다고 하고, 인력들을
놀게 하면서 돈줄 수는 없으니 오후는 밀폐 공간에 가급적 둘이 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오는데도 쓸데없이
고층 양수 작업을 지시 받았다. 더럽게 힘들구만.
천장 방수가 안 된 관계로 계속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는데 물을 퍼내고 양수기를 돌리니 결국 반복 작업일 뿐.
고반장님이 원래 안 쉬면서 일하기로 유명한데 웬일로 그냥 시간이나 보내자고 말씀하시더라. 어차피 여기에
올려보낸 이유는 '노는 모습 안 보이기 위함'이니까 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인듯 하다.
오후 3시 30분에 갑자기 전원 퇴근 조치를 받았다. 아무래도 상층부에서도 조금 겁이 나기는 했나보다.
하지만 고반장님이 조금 눈치가 보였던 모양인지 그냥 곧바로 돌아가진 않고 다른 현장 수습을 하면서
내려가기로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빗물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던 다른 팀의 양수기까지
정리하고 내려오니 16시 10분으로 평상시랑 비교하면 조금 빨리 끝난 수준이다.
어쨌든 앞으로는 학업에 더 집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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