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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830 경비원 견학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9. 1.

 

 

 

 

 

지난 번 견학 때는 분리수거가 끝나고 쓰레기들을 수거해가는 과정을 돕다가 평일 경비 근무의 맛을

쬐끔만 본 뒤에 퇴근했었고 이번에는 경비원 근무 중 가장 빡센 날이라고 하는 일요일의 분리수거를

도와드리며 과정을 배우기로 했다.

어차피 지난 날 새벽 4시에 출근했을 때와 같이 오전은 반복되고 분리수거 봉투 펼치는 건 굳이 배울

필요도 없으니 적당히 정오 넘겨서 출근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오전 10시쯤 일어나서 조금 이르게

중식을 먹고 정오 무렵에 현장 도착을 했다. 원래는 내게 점심을 차려주시려 했던 모양이다.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들이 제대로 고철 등의 캔, 플라스틱, 종이, 비닐 등을 분리수거하는지

감시만 하면 되는 일이다. 옛날에 군대에서 오물장이라고 불리던 분리수거장 근무를 서던 때랑 얼추

비슷한 일이다. 근무자가 지키고 있지 않으면 '알아서 해주겠지' 생각하고 쓰레기더미를 그냥 던지고

도망가버리는 추태를 보이는 것까지 동일하다.

이따금씩 플라스틱 수거함에다 음료수캔을 같이 쏟아 부어버린다던가 스티로폼 수거함을 못찾아서

근처에 내려두고 간다던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계속 관리 및 감독해야 하며 종이 상자의 경우는

펼치지 않고 상자째로 버리기 때문에 하나하나 분해해서 얇게 펴주는 것이 주업무다. 폐기물 스티커

부착을 하지 않고 유기한 사람을 CCTV로 찾아서 행정처분하거나 스티커를 판매하는 업무도 맡는다.

폐기물 스티커를 동네의 대형 매장에서 쓰레기봉투랑 똑같이 판매하고 있지만 먼데다가 귀찮으니까

잘 모르겠다면서 수고비를 주면서 붙여달라고 요청해오는 주민분들이 많아서 판매할 권리는 없지만

돈을 받고 대신 처리해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경비원이 없는 사이를 노려서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비워주고 주변 청소도 해야 하고 쓰레기봉투가 가득 차면 여물어서 잘

모아둔 뒤 새로운 봉투로 갈아주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손을 더럽히는 일들이고

아직 태양의 열기가 약해지지 않은 8월말에 근무복에다가 작업조끼를 걸치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서

금새 피로해지더라. 경비원의 시선에서는 주민들의 분리수거가 미덥지 못한 이유도 있고ㅡ왜냐하면

분명히 이 아파트에 살면서 수십 번은 분리수거를 내다 버렸을텐데 캔 버리는 위치를 못찾는 사람을

오늘 처음 분리수거 업무를 진행하는데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ㅡ분리수거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인파가 사라져야 비로소 초소 들어가서 선풍기 바람이라도 쐴 수가 있기 때문에 도와주는데 그렇게

분리수거를 도우면 '경비원이 한가해서 날 돕는구나?'라고 주민이 생각하고 컴플레인을 넣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

 

 

 

 

한참을 돕다보니 어느새 해가 다 졌다. 몰랐었는데 의외로 모기한테 많이 뜯겼더라. 이번 여름동안

한 번도 안 물렸었는데 오늘 하루동안 오른팔에 두 군데, 왼쪽 다리에 한 군데, 왼쪽 귀에 한 군데를

물렸다. 계속 움직였건만 도대체 어느 새에 문 것인지 미스테리다. 왜 식당에서 마주칠 때마다 너무

힘들다고 앓는 소리를 내셨던 건지 이해가 가더라. 생각해보니 군대 분리수거장 근무를 설 땐 일과

시간엔 오는 사람이 없어서 꿀이었고 일과가 아닐 때는 2시간씩 교대했으며 청소 시간엔 둘이지만

상대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세대, 즉 생활관 갯수가 적었다. 내가 없었으면 60대 경비원 혼자서

대략 1,000세대에 육박하는 쓰레기 배출량을 감당해야 했으니 힘든 게 당연지사다.

 

 

 

 

일당을 자발적으로 받지 않는 열정페이긴 한데 저녁 식사를 사주시기에 보쌈 정식을 얻어먹었다.

분리수거 시간은 일요일 오전 6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이므로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내일부터는 대학교 수업 일정이 개시되므로 저녁 식사 마치면 그동안 주민들이 두고 간 쓰레기를

수습하는 것을 끝으로 퇴근하기로 했다. 오후 6시 30분에 식사하러 가서 30분만에 뚝딱 해결하고

돌아왔더니 그새 쌓여있는 쓰레기가 어마무시하더라. 저녁 먹을 시간이라 별로 없을 거라 예상을

했었는데 어떤 사유에서인지 어쩌면 이 시간대에 경비원이 없을 거라는 것을 노린 건지 유난히도

투척해놓고 간 쓰레기가 많았다.

 

 

 

후우... 야레야레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해 건배-☆

 

 

 

 

 

 

귀가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와도 사람들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분리수거물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계속 배출하러 나오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우비를 쓰고

비를 맞아가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쯤 고생중이실 인수자분을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더라.

어쨌든 좋은 경험을 했다. 아무리 경비원이 한직이라고 하더라도 주말에는 2인 체제를 쓰는 편이

근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더라. 나 같은 사람을 일당으로 부리면 페이도 썩

많이 나가지도 않을텐데 말야. 물론 군대를 비롯한 모든 기업이 그렇듯 1명을 쥐어짜서 어떻게든

2~3인분을 부려먹는 행위가 가능하다면 1명이 체력을 전부 쓸 때까지 써먹다가 갈아치우는 편이

경제적이긴 하지. 주민들도 겨우 세금 몇백원 인상되는 것으로 눈에 불을 켤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