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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2090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9. 5.

 

 

 

 

 

눈뜨니 허리 아프고 다리가 휘청거려서 한순간 출근을 망설였다. 어제 일주일만에 출근해서 남들보다

 

열심히 삽질을 했던 탓에 근육통이 온 모양이다. 이럴 땐 역시 추격전이 최고의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최종적으로 벌어둔 돈을 보면 근로 의욕이 오히려 저하되니깐 말이야.

 

 

다행히 첫차를 탈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는 주말이라 하더라도 항상 인파로 북적거리던 역인데 왠지

 

오늘은 기묘하게도 한명도 없어서 내리는 순간 설마 거꾸로 탄 건가! 생각해서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까지도 아무도 없어, 혹시 죄를 너무 많이 쌓아 엔티티에게 납치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체력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매일 출근하는 분도 계시는데 난 고작 이틀 연속 나오는 것만으로 힘들어하니

 

한심하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양수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고반장님이 옆에 오라고 부르시더라. 이거 좀

 

불안한데. 역시나 어제 양수팀에서 빠지고 고반장님이 이끄는 4인 1조에 속해서 땜빵 작업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인고 하면 그냥 꼭대기층에 올라가서 담수가 아래로 흐를 것 같은 구멍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장용 시멘트를 두르는 일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반장님이 원체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 타입이시고 아무래도 막내라 40kg 시멘트를

 

들쳐메고 이동하는 것을 담당하게 되어서 매우 고단했다. 하루종일 시멘트를 업고 다닌 기분이다. 계단을

 

얼마나 오른 건지. 시멘트를 가져오고 난 일 다했소 농땡이 부릴 수는 없는 일이니 물과 조합해서 개는 걸

 

돕고 미장해야 하는 위치에 시멘트를 가져가는 등 조공의 업무를 잔향했다. 날씨가 선선했으니 망정이지

 

더웠으면 탈진해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빡센 강도였다.

 

 

호이스트(승강기)가 번번히 다른 양중 팀이 독차지하거나 감지기가 고장나는 등의 일로 대기하는 시간도

 

많았는데 그렇다고 올라올 때까지 앉아서 한숨 돌리는 일이 허락되지 않아서 고역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팀원 중 가장 고참이신 분이 울 막내 고생한다면서 아이스티랑 코코아켓닙차를 사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똑같은 일이 진행됐고 딱히 더 쉬는 시간이 보장되거나하진 않았다.

 

 

지난 번부터 같이 일했던 형이 특히 미장을 아주 깔끔하게 해서 고반장님의 마음에 쏙 들었는데 물론 잘

 

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조금 딱했다. 만사가 그렇듯 열심히 하거나 잘하면 계속 불려나가기 망정. 뭐,

 

본인 말로는 '앞으론 눈치껏 피해다녀야겠다'고 하지만 과연 쉬운 일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