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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갑자기 분위기 관광지, 영등포 탐라 순대국 맛집 발견

by 레블리첸 2024. 2. 12.

 

 

 

 

 

 

 

 

 

 

 

 

항상 연휴랑 닭가슴살의 소진 기간이 맞물리는 것 같군. 집에서 닭가슴살에 밥 먹으면 한끼를 2000원

안팎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언제나 외식은 꺼려지지만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기 위해 유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가끔씩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웃 동네까지

가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간만에 감성적이게 변하기도 했겠다 좀 오래 걸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순대국밥이 1만원을 넘기는 세상이 오는 게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특대 사이즈는

심지어 1만 7천원을 요구하는 가게를 보고 식겁했다. 솔직히 그 돈 주고 순대국밥을 사서 먹을 바에는

차라리 저렴한 한식당에 가서 푸짐하게 먹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 아무튼 연휴에 비싼 순대국밥을

먹고 터덜터덜 돌아오는데 공허한 설날에 차갑게 식은 건물의 아래 혼자서 유일하게 전광판을 밝히고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탐라 순대국이라는 국밥 가게였는데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데 망측하게도 눈길을 바로 사로잡는 것은

곧 순대국밥 20,000원 돌파를 바라보는 이 차가운 자본주의 시대를 역행하듯 불과 6,000원에 지나지

않는 순수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불안감도 가세했다. 가격이 반드시 맛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희생했기 때문에 6,000원이라는 소비자 희망 가격이 형성된 게 아닐까.

궁금함은 뒤로 하고 그날 당장은 배가 불렀으니 귀가하여 선물 받은 빼빼로 과자에 초콜릿을 먹었다.

하지만 반드시 가보리라 다짐했지. 유년기부터 성적인 호기심은 참을 수 없었거든. 나에게 순대국은

섹스와 다름이 없다. 6,000원짜리 섹스라니 남자로서 참을 수 없지.

 

 

 

 

 

 

 

 

 

 

 

 

가게 내부는 상당히 휑했다. 연휴라 사람이 없는 건지 들어가자마자 관심이 쏟아져서 좀 부담스러웠다.

메뉴판을 찾았는데 없는 것 같더군. 제주흑돼지국밥 하나밖에 안 보이길래 일단 그것으로 주문을 했다.

가게 내부에는 어릴적 한의원에서 풍기던 약재 냄새가 풍겼다. 한방약재를 사용한 육수가 나온다면 꽤

만족스러울 거 같았는데 과연 6천원밖에 안 하는 순대국에서 그정도 품질을 기대하는 게 옳은 건지 좀

망설여졌다.

밑반찬은 직접 가져다 먹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주신다고 하더라고. 가게의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눈알을 굴리기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부담스러워서 비어있는 식탁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탓인지

음식이 나왔을 땐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뭔말이 필요하랴. 맛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국물에서 은근한 약재의 맛이 느껴졌는데 이게 나로서는

오히려 좋았다. 독특하게도 다대기가 없더군. 그 대신에 고춧가루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고추 같은 게

같이 나왔는데 솔직히 괜한 시도를 해서 국물 망칠까봐 걱정되서 시도는 말았다. 사장님한테 용기를

내서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군.

이제 와서지만 주문한 음식이 '흑돼지국밥'이었으므로 당연히 순대는 들어있지 않았다. 단일 메뉴로

보였는데 왜 가게 이름은 '탐라 순대국'인지 의아해 했는데 집에 와서 씻은 다음 검색하니 난 몰랐던

순대국 메뉴가 있긴 하더군. 기묘한 일이었다. 찾아보니까 '알곱창 볶음'이라는 것도 있더라. 있는줄

알았으면 주문했으련만. 약간 분한 마음이 들어서 친구 꼬셔서 한번 더 가볼 계획이다.

 

 

 

 

 

 

 

 

 

 

 

 

 

 

완식. 다만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김치인데 김치가

흔한 프렌차이즈 국밥집에서 먹을 수 있는 그것과 달리 약간 '지역적인 특색'이 느껴지는 맛이 있었다.

요리 전공자가 아니라서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만 매운 맛이나 시큼한 맛이 없었다. 전라도식인가 잘

모르겠다. 함께 된장이 나왔는데 양파를 찍어 먹으니 나름 맛있긴 했다만 양파가 아니라 고추가 함께

나왔으면 더 시원해서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어쨌든 국밥 맛은 훌륭했다.

이런저런 불평을 싸그리 잠재우는 순수한 가격 6,000원에서 어떻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겠어. 하지만

기왕이면 밥 한공기를 더 요청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밥을 달라고

말할 용기가 부족했다. 항상 한 발자국 내딛지 못하는 나는 용사로서 실격인 모양이다.

 

 

 

 

 

 

 

 

 

 

 

 

 

 

 

 

 

포만도가 100%를 애매하게 달성하지 못한 관계로 집까지 먼길을 돌아서 걸어가다가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와 과자를 사서 먹었다. 맛에 상당히 까다로운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꼭

한번 데려와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은 취기에 몸을 뉘인 채로 비몽사몽간에 글을 작성했다.

어쩌면은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가게가 한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이 가게가 널리

알려져서 매출이 늘어 조금이라도 가게가 더 오래 영업되면 좋겠군. 6,000원에 흡족한 식사가 가능한

가게가 요즘은 보기 드물잖아.

국물에서 은근하게 퍼지던 알싸한 약재 향기가 어쩐지 몸속에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기분마저 드는군.

아마 당연히 기분탓이겠다만 이런 얄팍한 거짓말에도 뇌는 쉽게 속아넘어가나고 하지 않던가. 건강을

회복한 것 같다.

 

 

 

 

 

 

 

 

 

 

 

 

 

직접 방문했던 나조차도 알 수 없었던 숨겨진 메뉴가 많으니까 방문할 예정이 있다면 참고하자.

개인적으로 알곱창 볶음이랑 순대국밥이 궁금해서 다음에 들르게 되면 주문할 거 같다. 맥주가

없는 것 같았는데 주류를 안 좋아하는 나로서도 이건 굉장히 술이 마시고 싶어지는 맛이더라고.

맥주가 있는지도 다시 조사해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