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몸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다. 하지만 재작년에 이미 모더나 백신을 2차까지 맞기도 했으니 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닐테고 불과 한달 전에 A형독감 치료를 받았으니 독감도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기침과 고열에 시달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동시에 전신이 찌뿌둥한 감각으로 인하여 안 그래도 별로
안락하지 않은 잠자리가 더 불편하게 느껴져 계속 잠을 깼다. 하지만 아픈 당일은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자정에 한번 기침 때문에 일어나 물을 마셨고 새벽 2시에 목이 너무 따끔거려서 기상하였다. 겨우 다시
잠에 들었지만 새벽 5시에 또 깨어났고 이대로 가다가는 졸도해서 지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에 그냥
즉시 회사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새벽 6시에 회사 사무실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열심히 뒤척거리며 잠을 청했다. 물론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괜히 탕비실에서 자다가 청소부를 아침부터 놀래키고 싶지도 않았고. 여튼
죽어도 회사에서 죽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출근 시각까지 버텼다. 근데 이대로는 일도 제대로 못하겠단
생각이 들어 결국 큰 결심 끝에 오전 9시가 되자마자 팀원의 양해를 구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내가 프로젝트 담당자니까 문제도 없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이미 위와 같았다. 단순 인후염일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 좀
받아볼 것. 약을 처방 받으면서 코로나 자가 검진 키트를 구매해 사무실에서 검사했는데 불과 얼마 안
되서 흐릿하게 2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살면서 한 번도 내 손으로 직접 두줄을 만든 적이 없어서 매우
신기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시간이 좀 흐르니 완벽하게 2줄이 됐더군.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다른 병원에 방문하여 코로나 확진 확인서를 발급 받았다. 직후 무수한 관심을
받으면서 즉시 퇴근 조치를 받았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어제 밤늦게까지 하는 병원으로
가서 검사 받아보는 거였는데 괜히 연차만 하나 반토막을 내버린 기분이다. 퇴근하고 나서도 내 일을
놓아버릴 수 없었다. 현재 프로젝트가 5명인데 그중 2명은 이미 연차였고 나머지 1명은 바로 오늘이
퇴사하는 날이라 사실상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나까지 2명이다. 근데 이런 상황에 내가 코로나 때문에
쉬어버리게 되면 고객사는 5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에게 몰아주게 되잖아.
역시 고객사에게 "가용 인원 수"를 따로 전달하는 게 나으려나.
집에 돌아오니 상태는 많이 호전 됐다. 내과에서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나서 상당히 상태가 좋아졌지만
괜히 사무실에 남아있다가 다른 직장 동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걱정되어 조속히 퇴근해야만 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고시원의 다른 주민들에게도 폐를 끼치게 될까 굉장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꼼짝없이
방안에 쳐박혀 있어야겠다는 일념뿐이다.
저녁으로는 오랜만에 배달을 시켜 먹었다. 한끼에 13,000원이라니. 통도 크군. 그래도 든든하게 먹으니
잠은 잘 왔다. 이날 새벽에 잠을 설쳤기 때문인지 다음날인 토요일까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원래 주말에는 아침을 안 챙겨 먹는 편이지만 코로나. 즉 감기약을 복용해야 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근처 편의점에 가서 김밥과 점심에 먹을 것을 사서 먹었다. 코로나는 정말이지, 돈이 많이 드는 병이다.
토요일이지만 쉴틈이 없었다. 고객사와 소통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데 아무래도 시급한 건인
탓에 주말에도 계속 연락이 와서 처리해야 했다.
어쨌든간에 몸상태는 상당히 많이 회복 됐다. 엄밀히 따졌을 때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수요일 즈음.
목요일에 잔기침이 심해지고 심야에 고열에 시달렸다가 금요일 오전까지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 끝에
주말에서야 겨우 침체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고시원 원장님께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 수준이니까
크게 걱정할 일 없을 거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수요일부터 증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지만 잠복 기간
제외하고 봐도 일요일까지 총 5일을 채우는 셈이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출근할 수 있겠지. 퇴사 인원
대신 새로운 인력이 오는 관계로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
그래도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 걸렸을 땐 정말 숙주 죽여버릴 심산인 건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오래간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고 목소리를 잃어버릴까봐 걱정될 만큼 편도가 맛탱이 갔었는데 귀여워졌구만.
엄밀히 따지면 내 몸이 내성을 갖추게 된 것뿐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제 좀 더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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