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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주말에 심심한데 선행하러 산행했지

by 레블리첸 2020. 9. 13.

 

 

 

봉사활동이랑 헌혈, 기부 많이 한다고 내가 착한 사람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거 전부

돈 때문에 하는 거다. 어쨌든 이번에도 산에 오르면서 쓰레기 좀 주워서 인증하면 장학금을 좀

준다고 하길래 부담이 가장 없는 산을 지정해서 선행하는 척 산행을 했다.

준비물로는 쓰레기를 집을 목장갑과 공사장에 널려있었던 마대자루. 갈길이 멀기 때문에 급히

아침 식사를 해치우고 천천히 서둘러서 출발했다.

 

 

자꾸 헛소리하면

이 마대자루에 넣어버리겠다는 눈빛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하면서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최근 시민의식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쓰레기를 이런 동산에 버리는 몰상식한 사람이 요즘 세상에 남아있기는 할까. 아무래도 쓰레기를

주웠다는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텐데 큰 마대자루 반의 반도 못채우면 어떡할까. 그렇다면

근처의 쓰레기장을 털어서라도 보여지는 성과를 조작해낼 수밖에 없는 걸까.

 

 

 

 

중간 정도 산에 올랐을 때 괜한 걱정을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금 열받는 것은 주제에 양심이

찔리기는 했는지 주변 사람들 눈에 안 띄도록 등산로에서 멀리 벗어난 위치에 쓰레기를 던져댄

탓에 줏으러 이동하는 데에 고생을 해야만 했다는 점이었다. 초입 구간에는 쓰레기가 없었지만

중간 및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장소에는 대형 폐기물들이 더러 보였다.

예전에 경험삼아 경비원 일일 근무 지원을 나갔을 때 아파트 단지를 청소할 적에도 그랬었는데

화단 깊은 곳에 던져진 쓰레기를 줏으며서 이것은 분명 철없는 사람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서

자신의 멋에 취해 장난삼아 휙휙 던진 쓰레기에 대한 뒷수습을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산에서 여기저기 뿌려진 쓰레기를 주울 땐 위치와 크기에서 투기자의 부끄러운 감정이 손 끝을

통해 묻어나옴을 알 수 있었다.

쓰레기를 들고 내려가는 귀찮음이 양심의 가책보다 무거워서 훗날 청소하는 사람의 수고로움과

파괴될 자연 환경 및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후손의 고통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시선을 돌리곤

만 것이다. 그러는 한편, '산 속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은 결코 멋지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현실을 망각하기 위해 마치 그런 사실 없다는듯 저멀리 쓰레기를 던져 그 누구도 자신의 족적을

찾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

차라리 눈에 잘 띄고 줍기 쉬운 곳에 떨어뜨려 놓았다면 등산로 관리인 또는 자원봉사자 내지는

희생의 가치를 아는 지식인, 마음 따뜻한 어느 분이 주워라도 주었을텐데 자신의 악행을 가리려

했던 어리석은 행동이 오히려 가중처벌을 유도했다.

 

 

 

눈으로 욕하는 중

등산로는 그나마 덜했고 산에 꼭 하나씩 있는 정자에 도차하니 가관이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겨우 한 시간이 지났는데 마대 자루가 꽉찼다. 부피가 있는 쓰레기들, 예를 들자면 마시고 난 뒤의

페트병 등이 정말 많았고 최근 판데믹 사태 탓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도 꽤 많이 보였다.

어쩌겠어. 되는 데까지 일단 처리했고 내려와 주변 상가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를 마쳤다. 이해는

된다. 귀찮았겠지. 당장 버린 쓰레기들이 환경에 미칠 영향이 자신을 덮칠 때까지는 아득한 시간이

걸릴테니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었겠지. 어쩌면 그렇게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행위가 필요악으로

작용한다는 착각도 했겠지.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