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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91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

by 레블리첸 2020. 9. 15.

 

 

망설임이 마음 속에 계속 있었기 때문일까. 출근을 많이 고민했다. 하필이면 추격전도 불가능해

통잔 잔고가 빵빵한 것을 보니 근로 의욕이 많이 꺾이고 그렇다고 가계부를 입맛대로 수정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를 악물고 지난 주말 스파게티 식사비로 4만원을 들였고 이발비를 소모해야만

한다는 지출을 떠올려 힘겹게 20분에 몸을 일으켰다.

역에 도착하니 40분이더군. 게다가 배터리 충전이 덜되서 80%가 남았다. 불안해지네.

테이핑을 한다길래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양생중인 세대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입구를

봉하는 작업으로 2명이서 하게 됐다. 3명이었는데 다른 인원은 작일 지시받은 양중을

다 못끝낸 관계로 그 대가로서 불려갔다. 가엾다.

 

 

 

 

 

 

쉬엄쉬엄하면서도 지시받은 내용들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테이핑 작업을 끝마쳤고

이어서 양수기를 이용해 옥외 담수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어려운 일은 전혀

아닌데 양수기를 설치하기에는 전기선이나 호스가 짧았던 구간도 있었으며 수심이

깊지 않아 흡입을 제대로 못하기도 하는 등 탈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수기 설치를 어느 정도 마쳐가니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더라. 지시

받았던 내용을 제대로 못끝내서 참 아쉬웠는데 유독 어제 양중 다 못끝냈던 용역 A가

너무 일하기 싫은 티를 내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적은 일당에 비해 우린 이미 제

할 일을 다 끝낸 거라며 작업 20분하고 20분 쉬길 계속 요구한다. 셋 모두 용역이지만

 

직접 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받고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나로선 아침부터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각 세대 내 입구에 테이프를 붙이고 양수기 설치한 게 끝이라서 당혹스럽다.

어쨌든, 난감하지만 기존보다도 훨씬 이른 시각에 점심 먹으러 내려갔다.

점심에는 어쨌든 푹 잤다. 다른 용역분들도 '왜 이렇게 빨리 왔냐'며 당황해하더라. 참

난감하다. 어쨌든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옥외 양수 작업을 하는데 계속 '힘들어서 일을

못하겠다'면서 울상이다. 나도 듣자니 울고 싶어진다. 내 나름대로는 그래도 오전에는

근육 쓸 일 없이 테이프만 붙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을 했고 기껏해야 양수기 설치하고

물삽으로 바닥 좀 긁어서 물만 모아주면 되는 쉬운 일만 하면 되는데 오늘은 어땠느냐

물어보면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오니 어이가 없었다.

오늘은 나로선 요근래 출근했던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체력이 남아도는 날이었는데도

겨우 이걸 가지고 힘들다고 빼려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경제적이지 못한 바보'

취급하니 맥이 빠진다. 결국 다른 1명도 감회되어 15시부터 16시까지 거진 1시간동안

휴게실에 앉아서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거듭 말하지만, 물 제거는 양수기가 다 해서 인력들은 사실상 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그럼 작업이 끝났다고 기사님께 보고할까요?' 제안하니, 다들 당연히 다른 업무가 또

주어질 것을 알고 만류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도 놀면서 편하게 일당 받아간다면

이득이다. 평소 같았으면 일기도 '이미 쓰여진 것을 받아적는 게 아닌' 경우에는 대충

'바빠서 일기를 못썼다'고 쓰고선 넘겨버리지 이렇게 즉석에서 창작을 하지는 않는다.

그정도로 체력이 남아돌아서 내일 출근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라.

긴 안목으로 봤을 때 기사가 용역을 믿고 일을 맡긴 채 관리 감독하지 않는단 이유로

일을 개판으로 하면 이게 결국 쌓이고 쌓여 '사건'들을 터뜨리게 되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로부터 용역이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게다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업무를 진행함에 신의가 없어서야 당신에 대한 신뢰도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지.

일은 쉬웠지만 참 퇴근길이 찝찝한 하루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2만원 주고 샀던

보안경을 잃어버리기까지 하는 등 최악을 갱신했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