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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910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9. 10.

 

 

 

 

아침부터 열받게 폭우가 내린다. 그래도 오후부터는 그친다고 하니 일단은 출근하기로 했다.

사실상 어제 일을 나갔다면 절호조였을텐데 종일 비 내린다는 예보는 틀리고 아침에 비온단

예보만 맞추니 기상청이 엿먹이려고 수작부리는 건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생각한 것

보다 비가 많이 와서 급히 안전장화로 갈아신고 지하철에 올랐다. 기분 묘하더라.

 

 

 

 

슬슬 날이 꽤 차다. 그래도 볕쬐고 망치질하니 금새 더워지더군. 오늘은 전처럼 예인에 호출

당해서 옥상에 올라가 철근에 붙어있는 시멘트를 망치로 깨서 털어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아주 죽을만큼 힘든 건 아니었지만 햇빛이 문제였다. 그밖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물론 일당을

받는 내가 봤을 때도 여러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인부들의 태도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는데

이에 대처하는 작업조장의 발언도 문제가 많았다. 일할 마음 없으면 돌아가라는 등 근자감이

뿜어져나오는 말을 쏘아붙여대니 험악한 공기 속에서 일이 진행됐다. 거참 신난다.

 

 

 

 

종일 망치질을 하다보니 손에는 물집이 잡힐 것 같고 쭈구린 채로 있었더니만 허리도 아프다.

어쨌든 오전 11시 10분에는 밥을 먹으라고 보내주긴 하더라. 지난 번에는 '자신은 원래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12시가 다 되어서야 보내주던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그래봤자 1시에

칼소집하는 것은 변치 않았지만.

 

 

 

 

오후에는 청소를 하게 됐는데 각 동의 옥상 변두리에 있는 돌멩이나 먼지, 철사 쪼가리 등을

송풍기로 불어내고 무거워서 남은 잔해들을 마대에 담는 쉬운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비협조적이었던 용역 1분은 결국 다른 작업팀으로 보내버렸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휴식을

많이 보장해준 것 같다. 속좁게 생각하면 근무 끝나고 탈의실에서 다같이 봤을 때 오후엔 좀

꿀 빨았다는 식으로 말하면 비협조적이었던 인원이 탈주 성공했다며 자랑도 못할 것 같아서?

어쨌든 노동 강도가 지금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이후엔 목재소에 들러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나무조각 가루들을 청소했다. 보안경이 정말 큰

활약을 했다. 어쨌든 이 역시도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덧붙여서 아침에 예인으로 끌려

간 사람은 나를 포함한 총 3명이었는데 이중 1명이 다른 팀으로 전출가서 사실상 둘이 일을

했지만 남은 사람 역시 그다지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긴 고작해야 9만원이나 받고

분골쇄신할 의리따윈 없지만, 그래도 그 장단에 맞춰주다보니 근무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

영 찝찝하기만 했다.

목재소 청소가 끝나고는 지하를 돌아다니면서 콘크리트 조각 등을 모아서 버리기도 했는데

한편 점심 먹고 쉬려고 이동 중에 어떤 반장님께서 허락도 없이 나의 7만원짜리 안전장화를

신고 계셨던 것 때문에 계속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물론 모든 작업이 끝나고 잘 씻어서 내게

돌려주시긴 했지만, 어쩌면 이것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우울했나.

아무튼 장비 관리를 철저히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부디 차라리 양수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