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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918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대환장파티)

by 레블리첸 2020. 9. 19.

 

 

 

www.youtube.com/watch?v=krIHTd-7PGY

- 악단광칠의 '영정거리' 듣기 좋더라.

 

과제하다 한국관광공사 영상을 시작으로 판소리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자정을

아득히 넘겨 겨우 새벽 2시에나 눈을 붙였다. 5시 알람을 듣고 겨우 눈 떴는데 그 여느 날보다

출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어제 일 끝난 뒤 저녁식사 먹을 때 멋진 형 노릇

좀 해보겠다고 동생몫까지 계산해서 2만원 쓴 것을 생각하니 출근은 해야겠더라.

 

 

 

 

어제에 이어서 양수하면 좋으련만 기대는 빗나갔고 인력 2명과 지하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온갖 퀘스트를 수행했다. 기름 든 말통 제거, 환풍기 및 제습기 창고 이동 등 온갖 걸 하다

새로운 파티원이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니 전에 같이 했던 '일하기 싫은 사람'이 왔다.

4인 1조에 의욕이 없는 트러블 메이커가 둘이나 있으니 눈앞이 아득해졌다.

 

 

 

 

밀대를 가지고 소꿉장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더욱 답이 안 나온다. 일단 손놓고

한번 트러블 메이커에게 모든 권한을 전가했다. 기겁하더군. '우리는 이쪽으로 오라 하기에

왔고 당신이 먼저 와있었으니 당신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하여 어쨌든 그의 바람대로 한 번

따르기로 했고 오전은 그 지시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트러블 메이커 1명은 다른 업체에 팔려나가려는 중에 '다른 데 가서는 일하기 싫다'고 고집

부려서 내 쪽에 붙었던 거고 다른 1명은 다른 업체에 팔려가서 대충 대충 하다가 '그따구로

일할 거면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곧이곧대로 수긍하여 내려와 합류했다고 하니 이 분들을

데리고 기사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행해야 한다니 막막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고 대충 먹은 뒤 그나마 이야기가 좀 통하는

또 다른 장발 반장님과 세대에 올라가서 같이 푹 잤다. 오후에는 무엇을 할까 싶었는데 다행

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담당 기사도 그다지 용병술에 능하진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당사자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지 지시하는 내용도 비어있어서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한참을 놀다 '제수차'가 물 웅덩이 제거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도중에 15시가 되어서야 최고

소장님에게 따로 지시를 받아 지하 층을 한바퀴 돌면서 깨어진 시멘트 부스러기 청소를 좀

하게 됐다. 그마저도 꽤 쉬면서 했다. 생각해보면 순수 근로 시간은 휴게시간을 다 제외 후

7시간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막판에 가서 용역들이 '그냥 아무 거도 안 하고 숨어

쉬다가 퇴근하면 안 되겠냐'고 말하던데 '어차피 난 내일 나오지 않는데, 내일 나오는 분이

우리들 중 아무에게나 책임을 전가해도 불만 없이 수긍하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래도 좋다'

대답하니, 다들 고개 푹 숙이고 20분 정도 더 돌 치우다 휴게실 가서 20분 더 쉬고 퇴근을

준비했다.

물론 쉽게 돈을 벌어가면 업체 빼곤 모두가 좋겠지. 체력이 많이 남아서 내일도 무리없이

일하러 나올 수 있을 정도고. 그렇지만 '과연 그렇게 살고 싶은 건가.' 물음을 던지고 싶다.

바보같더라도 매 순간 열심이고 싶다. 다음에 출근하면 눈총 좀 받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