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운세 ”
90점. 대인관계가 유독 좋다. 매사가 쉽게 풀릴 것이다. 주변의 도움이 많은 날이니 가만히 있어도
기분 좋은 일이 다가온다.
이렇게 고득점인 날에 하루를 조진 기억이 있어서 오히려 불안하군. 오전 기온 영하 8도 지금까지
일해본 중에 가장 낮은 기온이다. 어제 영하 7도였을 때는 대학교 기말고사 때문에 출근을 못해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추위에 직격타 당하게 생겼다. 어쨌든 오늘 일은 이 혹한에서
양수가 관리라고 한다. 같은 사무소 동료들에게 수소문을 해보니 일을 가만히 있는 게 전부이지만
고정적으로 나오는 용역 한 분이 성격이 지랄 맞다고 하더라. 걱정된다.
빌런과 부딪힐 걸 각오했는데 한편 집결지가 스파 시설 지하길래 실내 작업인가 설렜다가 하천 산책로로
나오라고 해서 실망했다. 총 3명이 호출됐는데 벌써 1명 탈주. 기타 용역 1명 합하여 용역 총 3명, 신호수
보는 여사님 4분, 업체 직원 6명 정도로 구성되어서 작업은 진행하게 됐다. 양수기 관리라고 하길래 기계
설비 보조인 줄 알았는데 열려있는 맨홀 뚜껑을 보니 순간 아차 싶었다.
이번 일의 정확한 명칭은 하수도 보수 공사였다. 하수구 내부 현장 정리를 하는데 작업자가 하수도에
빠져 죽으면 안 되니까 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는 작업을 했다. 양수기가 일 다 한 거긴 하지만 양수기
사이즈가 건설 현장에서 비가 온 다음날에 고인 담수 제거할 때 쓰던 쁘띠한 녀석이 아니라서 밑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말로 과정을 다 설명하기가 어렵군.
이 현장만 6회차라고 하는 베테랑 반장이 말하기로는 직원들이 하라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고 나머지는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일 뿐이란다. 거의 그렇기는 했다. 오전 9시가
되기 전까진.
이후 하수도에 직원분들이 내려갔고 그 안에서 대야에 돌덩이들을 실어서 가져오시면
밧줄로 묶은 양동이를 내려준 뒤에 돌덩이가 한가득 들어가면 들어올려 돌들을 마대에
버리는 일을 했다. 돌에서 분뇨 썩은내가 진동을 했다. 이 작업을 17시까지 쉬지 않고서
반복했다. 하수도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계속 열린 맨홀 앞에 서서 그 안을 들여다보거나
랜턴을 비춰줘야해서 옷에 냄새가 베었다.
베테랑 반장이 한편 어제는 12시에 끝났다고 했어서, 14시에 다들 올라와서 내일 나오냐
물어보시기에 종료하시는가보다 생각해서 나오겠다고 장담했었는데 도로 내려가시더라.
그리고 작업 재개하길래 황당해서 벙쪄있었는데 알고 보니 어제 12시에 끝내줬다는 것이
정오가 아닌 자정을 말하는 거였더라. 충격 먹었다.
16시 40분부터 정리를 시작해서 퇴근 허가 받으니 17시 10분. 내일은 지난 번처럼 하수도
내려가서 작업한다고 한다. 미쳤나? 안 할 거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일당 18만원을 주겠다
하시니 갑자기 충성심이 샘솟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모든 임금은 다음주 월요일에
일괄적으로 입금된다고 한다.
대략 양동이 하나 무게가 굉장히 무거웠고 멍청해서 남들보다 일을 배로 하는지라 유난히
더 힘들었다. 원래는 교대하면서 하는 일인 것 같은데 아무튼 추워서 그랬는지 움직이려고
했던 것 같다. 보고 있던 신호수 이모님이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안 알아준다'라 면서
만류하시긴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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