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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204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빈수레, 화목, 병치레)

by 레블리첸 2020. 12. 7.

 

 

 

날씨가 드디어 한국답게 춥다. 공기와 닿는 피부가 아려올 지경이다. 분명 어제는 새벽 3시에 좀 자서 2시간

잠들고 쭉 일해서 피곤할만도 한데 기묘하게도 자정을 넘겨서야 잠들 수 있었다. 원래라면 저녁에 일찌감치

잘 예정이었건만.

안내받은대로 현장 찍어서 출구에 눈도장 찍고 식당으로 직행하여 조식을 먹었다. 그럭저럭 먹을만은 하네.

안전교육장에서 숨 좀 돌렸다. 이래저래 안전교육 받는데 아주 꼼꼼하게 해서 8시가 되어서야 다 끝이 났다.

추운 날에 밖에서 대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지문 등록도 하고 인솔자 기다리고 그 와중에 민주노총인가 뭔가

운동하시는 분들이 시끄럽게 하는 것도 보았다. 좋은 뜻으로 하시는 거 같지만 좋게 보이지 않는다.

같이 첫출근하는 용역이 상태가 기묘하다. 말 끝마다 욕을 붙이고 필터링 자체가 걸려있지 않아서 속마음이

절제되지 않고 죄다 입밖으로 쏟아져나오는 듯한 기세다.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자부하기에 그러시냐 하고

신경을 끊었다.

 

 

 

 

 

 

 

 

사진은 바빠서 많이 못찍었는데 참 다양한 일을 했다. 우선은 쇠판떼기 이것을 '화목다이'라고 부르는데

하여튼 그것을 사이즈대로 분류해서 쌓는 '화목'이라는 일을 1시간이 좀 안 되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른 데로 불려가 어제처럼 건물 내에 모아둔 쓰레기를 호이스트에 싣고 내려와 빠렛트에 쌓는 '하역'을

하게 되었다. 연도 깊구만.

15인 구성에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잔뜩 갈라져서 8인 1조로 쓰레기를 내렸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나랑

같이 온 막말 아재가 트러블 메이커다. 그래도 나름 이 현장에 꾸준히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반장님에게

'바보'라고 말했다가 시비가 붙고, 일을 하면서도 계속 '원래 이런 데서 일할 땐 놀면서 해야 맞는 거'라며

분위기를 흐린다. 다들 마대자루 나르고 있는데 갑자기 더우니 옷을 갈아입겠다며 가버렸다.

하여튼 그 사람 없이 쓰레기 내리고 철근 내리는 등의 일을 하다가 중식을 가졌다.

 

 

 

 

 

어디에서들 쉬시나 했는데 안전 교육장에서 시체처럼 누워 주무시더라. 진작 알았으면 나도 들어가서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자는 건데, 알았을 땐 이미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몸만 겨우 녹이고 말았다.

그 전까지는 계속 현장 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맨 윗 사진이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마치 던전

입구 같아 재미있어서 찍었다. 참고로 막말 아재는 결국 팀장과 싸우더니 집에 갔다.

오후부터는 12층의 난로를 아랫층으로 내리는 작업을 했다. 각방이 난로를 뒤집어서 재를 비워준 뒤에

잠그고 나중에 빼기 쉽도록 출입구에 몰아넣었다. 상가 건물이라 층이 넓고 방도 많아서 걸릴 듯보인다.

그래도 다행히 팀원들이 쉬엄쉬엄하는 분위기였다. 오전에 빡세게 했던 이유는 아마 막말 아재가 계속

일하기 싫어하는 티를 내서 더더욱 그랬던 모양이다.

곳곳에 파이프가 세워져 길이 복잡하기에 일단 통로를 정리하고 난로통을 들어서 받아치기를 해가며

아랫층으로 옮겼다. 드럼통이라 역시 무겁긴 하더라. 그래도 5인 1조라 할만은 했다. 14시 20분 쯤에

적당히 일이 끝났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작업 장비들이 빛을 발했다. 조명없이 어두운 실내를 랜턴

불로 비추고 보안경을 이용해 재로부터 눈을 보호했다.

 

 

 

 

 

 

적당히 쉬다가 가면 좋을텐데 너무 빨리 끝낸 모양인지 바깥의 자재 정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일단 벽면에 떨어져있는 각종 폐기물, 파이프들, 각목들을 정리했다. 한마디로 끝내버렸지만

체감상 가장 오래 걸린 것 같다. 쌓을 곳을 만들고, 무거운 쇳덩이를 어깨에 들쳐메고 가져와

적재한다. 이것을 계속 반복했으니 거의 양중이라고 봐도 무관할 듯.

다 끝날 무렵에는 먼지 투성이였던 바닥을 한번 청소해줬다. 거의 준공 청소급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그러고 나니 16시 10분이더라. 체감상 3시간은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대충 2시간

안 되게 일했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튼 일 끝났지만 30분에 퇴근 도장 찍을 수 있다고 하기에

기다리다가 지문 인식, 홍채 인식하고 먼지 털고 퇴근했다.

내일도 출근해야지! 생각했는데 저녁 먹고 돌아오니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져서 누웠다. 불도

안 끄고 누워있었어서 23시 30분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멀미가 나기에 화장실로 뛰어가 일단

토했다. 오한이 심하고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어지러워서 급히 사무소에 연락해 상태를 알린

다음에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고 문자했다. 혹시 몰라서 토한 사진도 찍었다.

새벽에는 발열이 심해서 갈증이 엄청났다. 물을 마셔대는 족족 뜨거운 내장의 열기에 의해서

증발해버리는 듯하더라. 사두었던 음료수까지 전부 마시고 난 뒤에야 열이 좀 내려간 듯했다.

심하게 얹힌 건가 싶어서 소화제까지 먹었다. 순간 코로나인가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