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3일만의 출근이다. 지난 주 화요일에 기말고사를 끝내고 금요일 크리스마스에 뜨거운
시간을 가지고서 토요일은 예비군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고 일요인은 푹 쉬었지. 월요일부터는
일하려고 했는데 이웃을 도울 일이 있어서 바빴고 화요일엔 일이 없었다.
마침 출근하니 역대급 한파라 하는데 날씨를 비유하자면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류를
은근히 멸종시키려고 마음 먹고 기온을 인간적으로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최저치로 내린 듯한
느낌이다. 군대 전역 후 사회에서 이정도 추위를 느껴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귀도리와 마스크,
모자로 가리지 못하고 드러난 안구 부분의 피부가 바람에 맞을 때마다 아플 정도다.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니 든든해자는군. 근데 날이 너무 차서 배탈날까 걱정.
7시 20분쯤 TBM이 시작됐나. 늦게 알았지만 7시 10분으로 고정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걸 몰랐어서
6시 50분쯤부터 바깥에서 사람들이랑 기다렸는데 얼어죽는 줄 알았다. 오늘은 '갈탄 작업'을 한다더라.
여름에는 양수 작업이 많았다면 겨울에는 유일하게 하수도에 내려갈 수 있으니 하수도 공사가 많으며
그 외 공사 현장에서는 기술자들이 춥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설치된 난로 및 열풍기에 연료를
채워주거나 이동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그중에서도 난로에 넣을 석탄을 보충하는 일을 갈탄이라 한다.
이하는 작업 개요.
옥상에 있으면 크레인이 거대한 항공 마대에 석탄이 들어가 있는 마대자루 대략 60~80개 정도를 준다.
이것을 받아치기로 필요한 층으로 내리고 각 방에 위치한 난로마다 지정 갯수의 석탄 마대를 분배한다.
석탄이 이미 다 타서 없는 경우 만땅이 될 때까지 부어주고 착화제를 얹어둔다. 부을 때마다 석탄 가루
그리고 먼지가 피어올라서 괴로울 법 했는데 안전고글과 방진마스크가 한몫했다.
위 사진처럼 마대를 들어서 난로에 가져가 착화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이격하여 적재하면 되는데
작업자들이 숙련자가 아닌지 갯수 파악이 어렵고 먼저 있던 것과 구분이 안 되게 마구잡이로 던져서
꽤 당혹스러웠다. 어쨌든 열풍기 작동에 필요한 등유가 든 말통들도 운반하고 석탄 마대도 사실상은
돌덩이라 무게가 있는지라 오늘의 작업을 카테고리로 분류하자면 사실상 양중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가뜩이나 적응 안 되는데 업무까지 빡세서 내일은 근육 피로 오질듯. 조장님이
조선족이신지 말씀이 어눌해서 작업 지시를 뭐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본인이 선두에 나서서 일을 해치우고 진두지휘하는 유형이셔서 머리 비우고서 하라는 것들만
하면 됐기에 나름 편하기도 했다.
날이 차다. 갈탄 작업하느라 온몸이 새카매졌다. 특히 작업화에 등유 쏟아서 세척하고 싶었는데 모든
세척기가 작동을 안 하더라. GS 건설 현장이 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듣기론 신정엔 일이 없다길래
따로 일정을 잡아야겠다. 원래는 오늘 퇴근하고 '배달 알바' 관련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못하겠더라.
오랜만의 출근이라 더욱 그런 거겠지만 집에 오니 체력이 바닥나서 약 20시쯤 빨래 널고 기절을 했다.
새벽 1시에 깼는데 문득 지난 학기에 이런 노가다와 학업을 어떻게 병행한 건지 신기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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