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일 첫근무. 기온을 보니 수요일까진 양호한데 목요일부터 영하 20도를 찍는 것을 보고 새벽에
급히 발열조끼를 주문했다. 영하 20도는 못참지 ㅋㅋ 사는 김에 지난 여름에 요긴하게 썼던 방수팩이
터져버려서 새로 샀다.
7시 10분 TBM에 맞춰서 느긋하게 대기했다. 오늘 용역을 20명이나 쓰던데 벌써부터 든든하다. 아무튼
이 현장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은 좋은 징조다. 오늘도 마음 편하게 갈탄 작업이나 했으면 좋겠네.
아침부터 퇴근까지 열심히 갈탄 작업하고 등유 나르고 열풍기랑 난로를 옮겼다. 작업 공간 변경이
있기 때문에 난로와 열풍기가 층간 이동을 해야 해서 일이 더욱 빡셌는데 20명이나 소환해 놓고선
인원을 갈가리 찢어놔서 고작 6명이서 작업량을 소화하려니 체할 것 같았다.
열풍기 옮기다가 살짝 넘어지기도 하는 등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다치진 않았다.
날은 눈이 올 예정인지 따뜻했는데 영 반갑진 않은 손님이 있었다. 예전에 이삿짐 센터 용역을 할 때
만났었던 꼰반장을 이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얼굴이랑 이름을 다 까먹어서 누구인지
못알아봤는데 상대쪽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해주시더라. 날 싫어하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자마자 자신이 얼마나 많이 노가다를 뛰었는지 횟수를 자랑하시는 것은
여전하더라.
분명 지난 번에 헤어질 때 '다시는 여럿이서하는 작업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으면서 20명짜리
현장에 지원하신 것을 생각하면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나와서 기운이 회복됐다. 그래도 별탈없이 잘
일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딘가 묘하게 사람 신경 긁어서 그렇지.
힘든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보니 머리는 개판이고 얼굴에 숯검댕이가 잔뜩
묻어있더라. 오다가 마주친 남자 고등학생 무리가 깜짝 놀라면서 길을 비켜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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