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도 안 썼는데 2020년 마지막날이라는군. 오늘도 꽤 추운 듯하다. 많이 춥군. 어제처럼 안전
교육장에 가서 7시까지 뻐기다가 나왔다. 그래봤자 TBM이 7시 10분이라는 것을 퇴근할 무렵에
들어서 결국 추위로 고생하긴 했지만.
오늘도 어제랑 같은 흐름이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온갖 잡무를 해결하는 일이다. 크레인이
실어다준 석탄이나 등유를 옮기고 채우고. 날이 차도 계속해서 움직이니 열나서 땀난다. 열풍기
고장났대서 다같이 슬래브 위의 철골길에다가 합판으로 길을 만들어서 운반을 하기도 했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난로 자체를 옮기는 일도 했고 계속해서 석탄을 지급해주는 일도 했는데
그럭저럭 여러 번했던 일이라 적당히 익숙해진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요렁껏 잘 쉬기도 했었고
여전히 딱히 친한 사람은 없지만 다들 얼굴이 익숙해지긴 했다.
다만 이 현장은 계속 낮은 천장과 철골에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열받는다. 안전모 덕분에
아프거나 다치진 않는데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 자체는 머리 비우고 하라는대로만 해도
충분하니까 계속 출근할 의향은 있다. 설 연휴가 끝나면 특별할 일이 있기 전까지는 연속 출근을
한번 해볼까 생각중이다. 원래는 학기중이라 학교 수업 받아야 한다는 변명으로 징검다리식으로
일했었으니.
막판에는 갑자기 모르탈 수송관이 터져서 긴급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시가 들어와서 가보니
세대 내 벽면 바닥에 모르탈이 가득했고 일부는 이미 굳어서 삽이나 빠루로 쳐서 깨야했었다.
물론 어째선지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일 못하는 막내 취급이라 다들 '너무 힘쓰려고 하지는
말아라'하면서 굳이 하겠다는 내 일을 뺏어서 거의 마대에 받아서 담는 일을 했던 것 같다.
빠루질도 많이 해봐야 느는데 안 시켜주시고 뺏어서 하면 어차피 곧 퇴근인데 하지 말라면서
만류하시기에 그냥 16시부터는 어르신들 얘기나 듣다가 퇴근했다. 새해 덕담을 친히 나누고
선물이 오가지는 않았고 일이 끝나니 다들 연기처럼 해산해버렸다.
연말을 이렇게 보내도 괜찮은 건가 싶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까지 알차게 일을 했어서 상당히
성취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연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쉴 것도 없기도 하고 그런 기업도
없었던 것 같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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