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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10508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똥통 속 각혈)

by 레블리첸 2021. 5. 16.

 

 

 

오랜만에 예전 현장으로. 기절하듯 잠들었지만 다행히 오전 4시 50분에는 깨어났다. 예전에

살았던 집이라면 5시 40분에 출발했어도 됐는데 참으로 안타깝구만. 오늘은 또 뭘 시키려나.

말이 필요할까. 오랜만에 왔더니만 지하 3층 엘리베이터의 터가 되는 현재의 오물 구더이에

처박혀서 청소나 하란다.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니까 벌써 신이 나는군. 그냥 오전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탈주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까지 했다.

 

 

 

 

 

할 일은 단순명료하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항공마대를 펼쳐두고 쓰레기들을 삽으로 퍼서

그 안에다 퍼붓는다. 그 후, 손잡이에 줄을 걸어 지게차에 걸어주면 지게차가 가져가는 걸 반복.

정강이의 아래까지 잠기는 오물 속을 헤집고 다니니까 기분이 째진다. 까딱하면 진흙이 넘쳐서

장화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안면에 튈 수도 있고.

다른 인부들이 똥과 오줌을 여기에 갈겨놓아 악취가 진동을 하더라.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전혀 몰랐다.

 

 

 

 

 

 

쉬는 시간에 올라와 앉아있는데 코피가 많이 나서 걱정이 됐다. 방음벽 일할 때부터 쉬지 않아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모양이다. 과로사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삽질 이후에는 마대 안에다 비닐을 펼쳐놓고 물을 퍼서 담는 양수 작업까지.

보안경을 깜빡하고 안 챙긴 것이 이렇게 후회되기는 처음이네. 몇번 안구에 튀었다. 아무튼 일의

절차 파악이 끝나고 나니 힘든 일은 없었다. 현장의 반장님 두분이 워낙 베테랑이라 일을 잘하고

팀원들이랑도 성격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일이 끝나고 이대로 세탁기에 옷 돌리면 후회할 게 뻔해서 근처 화장실에 들러 옷을 대충 빨고서

귀가했다.

 

 

 

 

 

 

힘들어서 돈가스 먹었다. 밥이 적으면 얘기하라고 하셨는데 그게 소심한 A형인 내겐 쉽지 않음.

그냥 다 먹고 모자라서 근처 편의점 들러 부식 사먹고 잤다. 내일은 설문조사 탓에 강남에 까지

가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