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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10507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팀장이 트롤)

by 레블리첸 2021. 5. 12.

 

 

 

 

 

6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 현장이라 힘들군. 지난 번 방음벽 철거한 현장 근처라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고 계속 아수라장이었어서 불안은 없는데 조식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나저나 이곳 현장도 외국인들이 점령해버렸구만.

현장이 오피스텔 하나라 엄청 작다. 그리고 안전 교육은 되게 대충 하대. 아무튼 오늘 할 일은

아무래도 청소가 끝인 모양이다. 비 온다는데 차라리 실내 작업이라 잘 됐다.

 

 

 

 

 

 

 

하루가 끝났다. 일기를 쓸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고 쉬는 시간조차도 안 주더라. 일을 겁나

기묘하게 시키는 팀장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우선 인원 분배부터 진작 망했다. 6명을 가지고서

처음에는 3명씩을 나눠서 각각 쓰레기 하역팀과 청소팀으로 구분했었는데 당연히 작업 속도가

맞아떨어질 리가 만무했다. 무엇보다도 왜 똑같은 돈을 받으면서 반은 비 맞으며 10kg이상이나

나가는 돌덩이를 들어옮겨야 하며 나머지 반은 빗자루 들고 비 피하면서 빗질이나 한단 말인가.

내분이 시작될 듯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쓰레기 하역'은 직영에서 관리하고 있는 업무였을텐데 누가

멍청하게 쓰레기들, 그것도 시멘트를 항공마대에다 담아 버리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한 의문.

그러는 와중에 팀장은 7층에 쓰레기가 조금밖에 없으니 들어서 계단으로 6층으로 내리고서

6층에서 호이스트에 한꺼번에 싣자는 괴상망측한 작업 지시를 내렸다. 정신 나갈 것 같애.

그 작업 개요를 처음부터 알았다면 다같이 항명하고 7층에서 호이스트에 싣고 내려간 다음

6층의 쓰레기들도 마저 실으면 결국 모든 쓰레기가 실린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했을텐데

대뜸 쓰레기 마대들 6층으로 갖고 내려가래서 가져 갔더니 6층 쓰레기들과 합치는 걸 본 뒤

모든 반장님들은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덧붙여서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어차피 지상 1층으로 전부 내려버릴 쓰레기들을 각층에서

우선 버리기 전에 예쁘게 쌓는 절차부터 밟더라. 난 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망할 비가 오는데 작업 반장인 팀장이 마음이 급한지 강행을 시켜서 쫄딱 젖어가면서 쓰레기를

내리고 빠렛트에다가 쌓으려고 하는데 '비 맞으면서 일하기 싫다'고 다들 티를 냈더니 그렇다면

그냥 빠렛트에 예쁘게 쌓아올리지는 말고 그냥 던져만 두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따랐다.

곧 오피스텔 앞은 쓰레기 매립지와 같은 꼴이 됐다. 일단 정리를 하고서 진행하는 게 어떠하냐고

의견을 제시했더니 시간 없다며 그냥 쭉 강행하라 한다. 그러니 점점 오피스텔 앞은 돼지 우리가

되어갔다. 이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

 

 

 

 

 

 

 

 

비가 금방 멎을 것 같지 않으니 강행한다 했는데 1시간만에 멎더라. 옷은 다 젖었다.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빡시게 일하다가 11시 되니 11시 50분에 밥 먹으러 내려간다고 하대.

기묘한 현장이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날 집 가서 계약서 보니 11시 30분부터가 점심시간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더라. 빡쳤다.

 

 

 

 

 

 

 

오후 일과는 다를 바가 없는데 참 애매하다. 청소랑 쓰레기 내리기를 자꾸만 양분화하려고 한다.

둘의 속도도 안 맞고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팀장의 큰 그림을 유추하면, 아마 대형 폐기물을

하역 팀이 전부 내려버리면 청소 팀은 그동안 각층의 청소를 마치고 다같이 쓰레기 마대를 내릴

수 있을 거라고 본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7층부터 1층까지인데, 하역팀이 7층부터 1층까지의 대형 쓰레기들을 전부 내리고 7층에 가보면

또 다시 대형 폐기물들과 소형 마대자루들이 있고, 이것들을 다시 버리고 올라오면 또 다시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니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그러니 휴게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업무가

진척이 보여야 '이정도쯤 했으면 좀 쉬자'하는 건데, '7층짜리 건물 중에서 이제 7층 청소를 다 함'

이런 식으로 보이니까 쉴 수가 없는 거다.

차라리 6명이 다 붙어서 했으면 더 빨리 끝났을텐데.

 

 

 

 

 

 

 

10분을 쉬자고 앉으면 다들 비흡연자라서 안절부절 못하다 3분만에 일어나서 다시 일을 하시더군.

그러더니 결국 15시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들 골골대기 시작한다. 다들 노가다 처음 해보는 사람도

아닌데 왜 페이스 조절을 못하시지. 게다가 일 끝나는 건 16시 50분이란다. 장난하나.

다른 현장들은 15시 50분만 되면 슬슬 업무 종료=시마이를 준비하는데, 참 일할 맛 떨어지게 한다.

참고로 우리들이 '지시대로' 개판 쳐놓은 쓰레기들은 결국 직영 직원들이 튀어나와서 욕과 함께 다

정리하시더라. 우리는 그저 하라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그래도 미안하니 고철 정리는 좀 도와줬다.

에어건 없길래 맞은편 현장 들어가서 털고 집 갔다.

일 못하는 직영 반장은 난생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