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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경험담)30살 되기 직전에 아다 떼고 동정 졸업했습니다.

by 레블리첸 2021. 12. 22.

 

 

 

 

나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밥을 먹으면 여러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재태크, 게임, 연예인

또는 자격증에 관련해서까지.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도 내가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듣더니 매우 놀라는 눈치였고 보통은 아무리 못해도 대학생이 되면 한번쯤 하지 않느냐

노가다, 생동성, 자원봉사까지 다양한 일들을 해봤기에 당연히 해봤을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하더라.

기회가 아주 없진 않았지만 사실 다른 일들에 전념하느라 잊어버렸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들었던대로 노가다를 뛰면서 돈을 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여가 시간이 생기면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쓰거나 헌혈이나 자원봉사를 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52시간이면 아마도

진작에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주제로 한번 물꼬를 트니까 다들 말문이 탁 트였는지 저마다의 경험담을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긴장해서 처음엔 아무 것도 안 들렸다거나 입구를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나중에는 거의 습관처럼 되어서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개운하지 못하게 됐다거나. 그 말을

듣고 나니 때마침 필요한 일이 있기도 하고 좋은 글 소재이기도 한 것 같아서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동정을 졸업해버리기로 결정했고 아다를 뗐다.

 

 

 

 

 

 

 

그렇게 인생 최초로 토익 시험을 봤다.

 

 

 

 

 

 

일단 시험장을 찾는 데에 고생해서 결국 뛰기까지 했다. 카카오맵을 쓰는데도 길이 마치

80년대 시골 길바닥 같이 구불구불 휘어서 찾아가는 데에 애먹었다. 코로나 감염 방지의

대책으로 신발에 덧신까지 씌우게 하더라. 아무튼 자리를 찾아 앉으니 9시였다.

Q. 공부는 얼마나 했습니까 휴먼?

까놓고 말하자면 마침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토익 중급2 강의를 마침 듣게 되어 이것말곤

특별히 공부한 것은 없고 수업도 토익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만 알려주는 내용이라서

거의 전무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평상시에 만화를 영어로 읽곤 하기 때문에 독해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때문에 솔직히 시간이 모자라서 거의 찍어버렸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내심 내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Q. 그래서 시험은 어땠습니까?

 

 

 

일단 10문제를 내리 찍었다. 듣기 문제는 많이 놓쳤다. 얼마 전 JLPT N1 시험을 쳤을 때와

비슷한 맥락으로 토익 시험에 대한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JLPT는

일어를 더 자주 접할 필요성을 느꼈으니 조금은 궤를 달리하기는 한다.

토익이 총 몇 문제 출제되는지를 토익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알았을 정도로 대비하지 않고

응시했는데 만점이 대충 990점이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겨우 200문제밖에 없어서 나름은

안심했다. 시험은 120분 정도인데 답안지는 1장뿐이며 양면 인쇄다. 그마저도 뒷페이지는

인적사항이나 설문지 답안을 작성하는 거고 결론적으로 200 문항에 대한 답은 1장에 전부

몰아서 작성하기 때문에 더욱 시험이 간단히 느껴진다.

수험표 챙길 필요가 없다고 들어서 수험표 안 챙겼는데 수험 번호 적으래서 좀 난감했었다.

아마 토익을 처음 응시한 사람은 다 그렇겠지. 나를 포함해서 고사장의 몇몇 응시자분들도

똑같이 떠들썩했다. 고수들만이 눈을 지긋이 감고 가만히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에

답안지에 붙이는 '라벨'이 나눠지는데 거기에 수험 번호가 적혀있어 그걸 받아적으면 된다.

굳이 교탁까지 나가서 수험 번호 알려달라고 징징거린 내가 부끄럽더군.

시험 결과는 12월 31일 알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을 그때 적고 싶었지만 다들 알고

있듯이 내가 워낙 바쁜 몸이라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미리 쓴다. 결과는 500점을

넘기면 알려드리고 넘기지 못하면 조용히 혼자만 알고 있기로.

역사가 유구하고 인기가 많은 자격증 시험이다 보니 역시 시험 체계가 잘 짜여있는 인상이

있었다. 답안을 적어두고 훗날 가채점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듣기 문제 놓칠까봐 정신 없이

문제 풀고 독해 문제로 넘어가서는 시간이 촉박해서 후다닥 풀다 보니 적을 여유가 없었다.

시험 결과를 당일 알려주면 좋을텐데 그건 좀 아쉽더라.

아무튼 후련하게 시험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치킨 먹었다. 이게 섹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