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근무 일지

200514 노가다 현장 근로 일지

by 레블리첸 2020. 5. 14.

 

공사 현장 쉬는 시간

 

 

 

원래 계획은 적당히 주말 알바를 잡아서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비 보태면서 졸업까지 최대한

버텨보는 거였는데 빌어먹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덕분에 인근 일감과 알바 자리가 싸그리

멸종되어버려서 졸지에 공사판까지 뛰게 됐다. 모든 강의가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되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2학기 개시 시점까지 일하고 공부를 해도 충분히 병행 가능했을텐데

그런 부분에서 참 아쉽다.

 

 

 

 

어쨌든 오전 5시 30분에 6시 30분까지 출근 장소 도착하라는 연락을 받고 뒤늦게 부랴부랴

준비해서 뛰쳐나갔지만 6시 40분이었다. 근데 그마저도 다른 현장에 도착했었기 때문에 좀

얼타게 됐다. 어쨌든 6시 50분에 겨우 제대로 된 현장 도착했다. 꽤 대기업에서 공사를 주관

하기 때문인지 공사 현장부터가 컸고 각종 시설들이 갖춰져있더라. 안내를 받고 교육장으로

가서 신규 채용자 등록 신고서를 작성하고, 안면 인식 등록 절차를 밟은 뒤 공사 현장에 대한

것과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지난 현장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현장 내에 휴게실과 샤워실, 식당까지 구비되어 있었고

근로자수도 얼핏 보니까 일개 대대급의 규모였고 그중에서 중국인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는데

어쨌든 반장님 인솔 통해 팀 단위에 배치되어 현장을 쫄래쫄래 쫓아다녔다.

 

 

준비물이라고 해봤자 어떤 현장일지 모르기 때문에 작업화만 신고 나갔는데 일하러 온 사람이

목장갑도 안 챙겼냐고 꾸지람 좀 듣고 목장갑을 지급 받았다. 당연히 현장 지급이 아닌 건가?

 

 

 

 

뜻밖에 워터파크 개장

 

오전간 역할은 지난 호우로 공사 현장에 범람해있는 물을 현장 밖으로 빼는 일로 밀대로 물기를

모은 뒤 배수구로 쏟아버리거나 배수구가 없는 경우 물을 삽으로 퍼내서 통에 담은 뒤에 지정된

곳에 퍼붓는 일이었다.

초반엔 완전 개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본격적으로 바가지만 사용하게 되니 아주 죽을 지경이다.

충분히 조심했는데도 옷이, 특히 작업화와 그 안의 양말이 흠뻑 젖어서 썩 달가운 상태도 아니다.

거기다가 물 웅덩이 위에서 엉덩방아를 찧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굉장히

살맛나는 상황이군. 더해서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서 이것저것 마르지도 않게 됐다. 비가 안 와야

할텐데. 그래도 폭삭 젖은 덕분에 피부를 통한 수분 보급은 충분해서 목마를 일은 없군.

 

올해의 포토제닉

일이 고된 탓인지 몸에서 발열이 장난이 아니라서 그다지 축축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서 덩달아 호흡이 힘들고 금새 땀이 차서 일하기가 영 즐겁지

못하다. 귀도 아프다.

그래도 일이 즐겁고, 팀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쉬는 시간도 꼬박꼬박 챙겨주기 때문에 내일도

출근하고 싶지만 작업화랑 깔창을 말려야 하고 수문학이랑 인터넷과 정보보안의 레포트까지

해결해야므로 무리.

 

 

 

오전 11시 20분부터 작업 정리하고 점심 식사하러 출발해서 12시 50분까지 휴식을 했다.

밥 맛있더라. 청고추, 돈가스, 샐러드, 오이 무침, 총각 김치에 청국장이 나왔는데 너무나

맛있어서 과식했다.

 

 

 

 

 

그후엔 쉬는 시간 끝날 때까지 양말과 장갑을 조금이라도 말리기 위해 물기를 짜고 널어두었다.

바지랑 팬티를 말릴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별 수 없지. 날씨가 더웠다면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잘 수 있었을텐데 바닥이 대부분 젖어있거나 진흙져 있어서 아쉽다. 마를 낌새도 안 보이는군.

지하 4층에 간이 침대가 있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거기에 다녀오기엔 양말을 신고 있으니 초당

데미지를 받는 것 같고 멀어서 그냥 간이 휴게소에 앉아서 쉬었다.

 

 

 

 

 

오후는 다른 팀에 배속되서 청소 업무를 하게 됐다. 무슨 일인고 하니 흙바닥 위에서 흙을 쓸어

군데군데 모은 뒤 작업 정리 전 한 번에 삽으로 퍼서 마대에 담아 버리는 작업이었다. 빗자루를

잘 못쓰기 때문에 눈치가 좀 보였는데 이번 반장님이 엄청 쉬엄쉬엄하는 스타일이라 몸도 꽤나

편했다.

앞으로 이 현장에 몇번이나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을 두루두루 알게 되었고 힘든 일도

후반에는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나름 힐링했다.

 

 

 

 

 

일 끝나고 돌아오니 이웃분께서 닭을 끓여다 주셨다. 반계탕이라고 봐야할지 애매하지만 여튼

감사히 먹었고 덕분에 보양 좀 했다.

식사하면서 써놓은 일지를 보니 그다지 힘들었던 것 같이 느껴지지 않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이번엔 그럭저럭 쉬운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후 2일 정도 근육통으로

고생한 걸 보면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일당은 수수료 떼고 9만원이었다. 정말 편의점 알바보다 못버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