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30분쯤 깨서 뒹굴거리다가 55분 정도에 출근 문자 넣고서 씻고 출발했다.
간밤에 비가 왔으니 저번처럼 워터파크 물기 빼기 작업이 예상되어 여분의 속옷과
양말, 수건을 챙겼다. 작업화가 물 새는 건 별 수 없지. 6시에 도착해서 아침 식사를
하니까 6시 반이더라.
아침 작업 조회 후 팀에 소속되서 105동의 현장 정리를 하게 됐다. 물난리 안 벌어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군. 대체로 일감이 잔잔한 것이 좋구나. 고참 인력이 리더를
맡아서인지 쉬는 시간도 푸짐하게 주고 널널하다.
오전 9시. 흙바닥 위의 흙먼지를 빗자루나 밀대를 든 인원들이 한곳에 모으면 물삽을 장비한
인원들이 먼지와 그외 쓰레기들을 퍼서 '한국마대'라고 불리는 큰 마대에 모으기를 반복한다.
솔직히 개꿀이고만. 105동부터 107동에 이동하면서 물 웅덩이 제거와 청소 작업을 이어갔다.
건물을 옮겼는데 지난 현장에 청소 도구를 두고 온 건 안 자랑. 참고로 내가 두고 온 게 아니다.
얼을 타서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원이 있는데 당뇨증이 있다면서 일하다가 갑자기 편의점으로
가버리는 등 꽤 다사다난했다.
*항공마대 : 커다란 마대 자루. 얼타는 친구한테 명칭 물어보니 자신만만하게 '한국마대'라고
글자까지 써주던데.... 역시 못믿을 놈의 정보는 신용할 게 못된다.
11시에 작업 정리 겸 휴게소로 가는 길에 지난 현장에 두고 왔던 밀대를 찾으러 들렀는데 정신
제대로 못차리는 친구가 또 밀대를 두고 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내가 물삽 3개랑 빗자루 2개를
챙겼고 나머지 한 명이 마대 자루 들고 다른 두 명은 사이좋게 물통 하나씩 들고 오는데 그것을
놓칠 수가 있다고? 여튼 나는 최대한 많은 도구를 한 번에 챙겼으니 다른 사람도 어련히 알아서
챙기려니 생각하고 방관했던 탓도 있고 고참 인력도 현장 출발 전 작업 장비 점검 안 한 잘못도
있고 나머지 두 명은 업무에 지나치게 수동적 임했으니 잘한 사람 1도 없다.
*당시 작업 도구는 물삽 3개, 빗자루 2개, 밀대 2개, 물통 3개, 마대자루 한 묶음이었다.
일단은 오후 12시 50분까지 휴식했는데, 처음으로 전신이 마른 상태에서 쉬어보는군. 처음에
왔을 땐 현장이 홍수인 상태에 넘어지기까지 해서 폭삭 젖었고, 두 번째엔 신호수를 하느라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 탈의실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오후 작업은 일단 고철 덩어리를 나르는 것으로 시작.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역시 힘든
만큼 시간은 후딱 지나가서 정신차려보니 14시더군. 앞으로 2시간 정도만 더 버티면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뿐이다. 한 개의 에어리어를 끝내고 14시 30분부터 휴식.
그러고보니 일을 하면서 재밌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신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서 산을 탔다는
등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영적인 무언가에 심취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다. 특별히 각별한 사이는 아니고 현장에서 몇번 본 사이인 듯 보였다.
어쨌든 인력 파견을 나와서 쉬는 시간 등 틈틈히 이야기 나눌 짬이 났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영적 세계관에 대한 강의였다. '영적인 무언가는 존재하지만 현대의 과학 기술로 아직 못찾을
뿐이다.'라는 한마디를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예시를 드는데 그냥 흘려들었다.
듣기만 하긴 뭐해서 대화에 윤활유를 치며 듣고 있으려니 조용히 있던 또 다른 분이 말하기를,
"혹시 이름이 여성스러운 편이시지 않나요?" 묻길래,
개명 전엔 그렇지 않았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동명이인으로는 여성밖에 못봤으니 그렇다 했다.
"혹시 부모님이 사업체를 운영중이시지 않나요?' 또 묻더라.
어떻게 됐는진 모르지만, 대충 그렇다고 대답했다. 2개 정도 맞췄으니 신통방통하다고 칭찬을
해드렸더니 실례가 될 수 있어 자제하려고 했는데 자신에게는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내게서도 그런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전생 이야기까지 흘러들어갔는데 내가 전생엔 분명 여성이었을 것이고 그 기운이 아직까지도
짙게 내려와서 온유하면서도 품위있는 오오라를 풍기면서 눈매가 날카로워 '필요할 땐 칼같이'
행동하는 시니컬한 면도 있으니 경찰이나 경호원이 천직일 것이라고 말하더라.
일을 하다보면 재밌는 사람 참 많이 만나는데 이런 것도 고된 일과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지.
15시부터는 각 동의 3층 높이에 모여져 있는 각 세대의 쓰레기더미들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에 비치된 한국마대에 모으는 작업을 했다. 힘든데 그래도 벌써 일과의 끝이 보인다. 곧 갈
생각에 들떠있는데 중장비가 깨부순 바위의 산을 파란 갑빠천으로 씌우라는 작업지시를 주대.
재밌었다.
끝나고 머리 감고 수건 써봤다. 훨씬 상쾌하군. 작업화 닦고 옷 털고 물 마시고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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