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지 말지 망설였는데 일단 나가보고 토요일 근무각을 봐야겠단 생각으로 출근을 했다.
오른쪽 어깨가 지난번 쇳덩어리 운반의 여파로 뭉친 듯하고 허리도 지끈거리지만 참아야지.
저번의 오전처럼 쉬운 일만 있었으면 좋겠군.
밥은 그럭저럭 맛있었지만 힘이 나는 맛은 아니었다.
오전은 청소와 물기 제거. 일단 창고가 닫혀 있어서 대기하다가 연장 챙기고 103동 5층에서부터
현장에 고여있는 물을 없애는 작업을 하게 됐는데 꽤 중노동이었다. 우선 챙긴 작업 도구 상태가
좋지 못하다. 계속 물을 빼는데 고생이다. 한 명이 결근해서 총 4명 중에 2명씩 나눠서 다른 팀은
지하 4층의 청소를 하고 우리 팀은 라인을 타면서 물을 제거하는데 젠장할 괜히 오늘따라 퇴사한
것이 더 후회가 되더라. 퇴사 전엔 학교 다니면서 제대로 실업급여나 탈 수 있을지 걱정을 했으니
상황이 예측불가하게 흘러갔지만.
오전 9시 40분경 갈라져서 지하를 청소하던 나머지 팀원과 합류했다.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일라나.
그러고보니까 지난 번의 얼타는 개신교도분과 이교도분도 오셨던데 반갑더라고. 9층짜리 건물의
곳곳을 옥상부터 지상 1층까지 누비며 샷시 작업이 완료된 실에 한해 고여있는 물을 제거해 가는
작업을 지속한다. 걸음량이 장난 아니라 다리가 아프다.
오전 10시 20분경 지시 받은 오전 업무가 다 종료되어서 별도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점심 시간인
오전 11시 20분까지 쉬기로 했다.
*샷시 작업 : 창문틀을 설치한 것을 말하는 것
어느덧 5일차인데 점점 체력이 붙어서 피로감은 덜한 것 같다. 그래봤자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뻗어버리지만. 점심 식사는 유독 맛대가리 없었다. 제육볶음이 짠 수준을 넘어서
바다향이 물씬 풍기더라. 점심으로 무조건 나온 청고추가 날 살렸다. 2개 챙겨서 하난 식전
에피타이저로 하고 마지막은 식사 마무리 입가심 용도로 먹으면 좋다. 지난 날에 음료수를
마시고 난 뒤 헹군 페트병을 수통으로 쓰니 편하더라.
작업자용 간이 용변기. 처음 써봤는데 꽤 영리한 구조다. 나름 유체역학이 적용 됐겠지?
오후는 지하창고가 있는 층에서 시멘트로 만든 방지턱들을 오함마로 내려쳐서 부수고 물삽으로
퍼서 버리고 남아있는 목재틀은 목재 수거함에 버리고 깔끔하게 바닥의 먼지를 청소하는 작업을
했다. 오함마 휘두르다가 허리를 조금 삐끗한 모양이다.
어쨌든 40여분간의 작업이 끝난 뒤엔 다시 오전과 같이 건물의 꼭대기층부터 내려오면서 샷시가
달린 층의 물기를 제거해주는 작업의 연속을 했다. 이번엔 셋이서.
작업하다가 작업반장님께 호출되서 건너편 라인까지 건너갔는데 혹시 작업 도구를 또 두고 와서
혼나나 싶었더니만 지게차가 기동하다가 벽돌을 쌓아놓은 것과 충돌한 탓에 무너진 벽돌 잔해를
수습하라는 작업 지시 때문이었다. 벽돌들을 주워서 한국마대에 담았다. 이걸 하려고 건너편에서
10분 넘게 걸려가며 와야 했다니 겁나 짜증났지만 일을 뚝딱 처리하니까 보람은 있더라.
다시 전에 작업하던 곳으로 돌아오니 정확히 15시였고 나름 할만 했어서 내일도 나올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허리의 상태가 좀 심상치 않아서 무리일 것 같다. 그뒤로는 쉬엄쉬엄했다. 지하 5층부터
지상 9층까지 몇번씩 오르락내리락한 것 외엔 특별히 한 일이 없다.
쉬면서 겨울철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더니만 이곳은 겨울에도 유류통 운반으로 일감이 끊이지가
않으니 걱정 붙들어매라고 하신다. 얼어죽을 걱정 외에 일단 굶어죽을 걱정을 덜었군.
허리만 멀쩡했어도 내일도 출근하는 건데 더이상 나대지 말고 잠자코 토질역학 과제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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