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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게으른 건지 피곤한 건지

by 레블리첸 2022. 7. 16.

 

 

 

 

지금 뭐하냐고 물어본다. 누워있다고 대답한다. 저녁 즈음에 지금 뭐하냐고 물어본다. 누워있다고 대답한다.

하루종일 누워만 있느냐고 물어본다. 누워있다고 대답한다. 주말에는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묻는다. 아마도

누워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주말까지 누워만 있을 거냐고 물어본다. 그럴 거라고 대답한다.

허리를 다친 사고에 대한 여파인지 아니면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허리가 아프다. 어느 정도로 아프냐면

인터넷에다가 허리디스크를 검색해보거나 허리디스크 검사 비용을 검색해볼 정도로 아프다. 복대를 차거나

회사에서 일할 때 최대한 바른 자세를 지키려고 노력했더니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한번 제대로 고통을 겪고

나니까 지금부터는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장 허리에 좋은 자세는 정자세로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있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대로 실천중이다.

가급적이면 일어나지 않고 바른 자세로 누워있는다. 누워있는 상태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은 완성되었으니

누워있는 상태로도 이제 충분히 나의 취미 생활을 구가할 수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에다 임시로 씌워놓았던

지퍼백의 키감이 괴로우니 이것에 대한 대안을 고안해야겠군. 그리고 노트북의 처분까지. 당근마켓에 대략

50만원 정도로 올려놨는데 팔리질 않는다.

 

 

 

 

 

 

하루종일 누워있으니까 이제는 오히려 욕창이 걱정될 지경이다. 갤럭시탭S8플러스는 세컨드 모니터로

연결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 신기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 이렇게 버텨야할 것 같네. 그래도

가급적이면 빨리 노트북을 팔아서 치워버리고 싶다.

게을러진 건지 피곤해서인지 몰라도 요즘은 그냥 온종일 집에 있는 게 좋다. 게으르게 보이는 스스로가

싫어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어쩌면 회사 생활로 지친 게 원인인가 싶어 쉬도록 두고 싶다.

오죽 힘들었으면, 오죽 아팠으면 이러겠어. 그런 생각에 스스로에게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만다. 어리광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들어줘야지 않겠어.

게으른 건지 피곤한 건지 몰라도 최근 나는 안락함을 추구하고 있다. 주말엔 뭐해. 누워있어. 힘이 들어

더이상 서거나 앉아있을 기력이 없거든. 그럴 정신력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이젠 늙었잖아. 젊을 땐 꽤

미친듯이 에너지를 쏟아부었단다. 평일에 회사 다니면서 퇴근하면 학원에 갔지. 주말엔 봉사활동, 헌혈

그리고 가자격증 취득. 퇴사 후에는 평일에 대학교 원격 강의 들으면서 노가다 뛰고 주말엔 봉사활동을

했지. 이젠 유리장 안에 모셔진 먼지투성이 트로피 같은 과거의 이야기. 케케묵은 감정과 영광.

이제 이정도로 만족하지. 발가죽이 벗겨질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학비를 벌기 위해 하수구 속애서

물살을 가르거나, 한겨울 철골뿐인 건축물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비죽비죽 튀어나와 있는 철근에 온 몸

찢기던 나날은 다 좋은 추억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았다. 이젠 누워있고 싶다.

왜 누워있느냐고. 피곤해서. 그냥 내가 게을러져서. 그러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