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평상시에 공부를 게을리했던 것이 최초의 원인이고 두 번째 요인이 평소 자료 관리를
꼼꼼히하지 않았던 탓인데 어쨌든 양쪽 모두 치명적이었다. 5월 24일까지 작성했었던 중국어
단어장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삭제해버렸다. 글감을 구상하면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두었다가
게시한 후 삭제하는 습관을 따르곤 하는데 자료 삭제하던 도중에 같이 지워버린 모양이다.
겨우 마지막으로 건진 자료는 5월 13일이 가장 최신인 모양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망했구만.
겨우 10일이라기에는 그 기간동안 작성할 수 있는 글자의 숫자가 어마무시해서 도저히 복구할
엄두조차 안 난다. 아주 높은 벽이라면 오기가 생기련만 넘기 딱 귀찮을 만큼만 성가신 덕분에
자료 복구해야겠다며 책상 앞에 앉으면 공부하기 싫다는 핑계로 이렇게 글이나 쓰게 된다.
회사에서 공부하고 돌아갈 수 있으면 최고일텐데 퇴근 도장 찍자마자 도로 자리 앉아서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파일을 열었더니 아무도 눈치주지 않는데 혼자 눈치 보여서 다른 사원이 지나가면
화면 전환을 해버리기 일쑤라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역시 공부하려면 미니 PC 하나 구매해서
회사 내 아무도 안 쓰는 회의실에 숨어들어가 몰래 공부하다가 자연스럽게 퇴근해야 할까.
하도 오랫동안 공부를 쉬다가 다시 하려니까 습관이 붙지 않아 쉽사리 관성이 생기지를 않는구만.
공부해야지 마음 먹고 삼일조차 못간 채 지우고 짓기를 반복하니 없었던 자기혐오마저 생길 지경.
나라는 녀석은 의지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연민이 생기려는 찰나 은근슬쩍 컴퓨터로만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데에 요점을 두고 자기 변호를 시작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 쪽팔리다. 가장 뼈 아픈
사실은 지금까지 꾸준히 수집하고 있었던 YBM 중국어 회화집까지 유실한 것. 복구가 가능하려나.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 조금 계륵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막상 없어지니 안타깝다.
어때, 교훈이 좀 되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이정도 생채기로는 오히려 끄떡없다는
마음 속의 대답이 돌아오니 도리어 열받는구만. 겨우 이정도로 나를 책상에 앉혀서 공부시키려고
했다니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냐고. 공부할 의지가 생기려면 나이 27살에 회사에 들어가서
이제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진짜로 인생에 답이 없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수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땐 정말 절실해서 회사 끝나면 밤 11시까지 기술 훈련 학원에 다니기까지 했는데.
아마 그때는 젊었으니까 가능했던 거겠지. 마치 마음의 천사와 악마가 양쪽에서 대립하는 것처럼
한쪽에서 반성과 자기 연민으로 채찍질과 은근한 압박을 가하노라면 다른 한쪽에서 질세라 그때
가능했던 건 젊었기 때문이라며 절박했기 때문이라며 도망칠 쥐구멍을 제공해준다. 달콤한 말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몸도 기울어져 결국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될 것임을 알고 있는데 왜 이토록
저항하기가 힘든지 모르겠군.
텅텅 비어버려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단어장을 보면서 의기투합조차 못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은
앞을 향해 달려나가라며 채찍질을 맞아도 오늘 하루는 채찍 맞아 힘드니 쉬어야겠다고 주저앉고
마는 나약한 짐승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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