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리 지휘의 마지막날. 부디 오늘만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도했다만 역시나 만만치 않다.
바라는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이지. 테스트는 순조로웠다면 순조로웠다. 일단 끝내야만 하는
업무는 전부 끝났으니. 팀원들도 야무지게 잘 따라줬다. 그런데 9월부터 팀원이 감축된다 한다.
이 팀 이대로 과연 괜찮은 걸까.
점심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이랑 복귀. 고객사 대응이 어지간히 정신력을 소모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고객사 대응과 팀원의 일정까지 관리를 겸해야 하니 기 빨린다. 여태껏
묵묵하게 이런 직책을 소화해온 리더 당신은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해오신 겁니까.
무난하게 잘 소화해낸 것 같아서 뿌듯함이 생겼지만 동시에 리더가 웬만한 업무는 처리해두고
문장 그대로 초등학생조차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일만 남겨두고 갔으니 당연한 일이건만 이마저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자신의 나약함이 마음에 걸리더라. 매일 회사에 제출하는 업무 보고서에
추가적으로 고객사에 제출하는 일일 보고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경험했는데 과연 훗날 내가 중책을 맡을 수는 있을까.
시간이 나면 고객사 제출 보고서와 결과 보고서가 한 번에 만들어지도록 수식을 짜고 실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름 정도 지난 지금, 이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니 잘 하고
있군.
슬슬 회사 업무와 분위기에 익숙해졌으니 슬슬 마음을 놓고 내 취미 생활에 다시 눈길을 돌릴까
생각하던 찰나에 좋은 분위기 전환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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