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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너무 오래 쌓였길래 영등포에 가서 한발 뽑았습니다

by 레블리첸 2022. 9. 17.

 

 

 

 

 

너무 오랫동안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맺지 않고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왜 아직도 혼자서 지내냐

간만에 통화한 친구가 안부를 물어올 때 그저 회사가, 돈을 벌면서 공부하느라고 바빠서 그러했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자각하고 있듯 이건 정말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을 하려면 최소한 사람들이랑 만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이면서 조언 아닌 것 같은 조언을 들었는데 아무리 집에서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직까지

타인을 대하는 일이 어리숙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나로서는 가족을 꾸리고 가장이 된다는 것이 먼 이야기로 들릴

뿐더러 마치 금기인 것처럼 느껴지더라.

어차피 앞으로 평생 혼자서 살아야 할텐데 적어도 외롭지만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각오를 다졌다. 분명히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썩어넘치는 것이 돈과 시간이니 외로움이나 달랠 겸 영등포로 향했다.

처음으로 직접 본 홍등가, 흔히 말하는 사창가

영등포에는 믿기지 않겠지만 여전히 홍등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돈만 쥐여주면 쉽게 몸을 허락하는 직업 여성이

인터넷에서 조금만 불편할 만한 언급을 한 순간 눈먼 피라냐가 되어 일단 물어뜯는 PC주의인지 페미니스트인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런 족속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서도 버젓이 세금 내지 않고 돈을 벌고 있다.

누구라도 고운 눈빛을 보내주지 않고 직업 여성이라고 순화하여 말하지만 정작 직업으로는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존중조차 받지 못하는 부류. 이렇게 평한들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하물며 이러한 수준의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아본 적 없고 관심받아 본 적이 없는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이 바로 내가 아닌가?

직업 여성이. 쉽게 말해 매춘하는 여성이 쓰레기라고 천대한다면 쓰레기인 나에게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짝이겠지.

자조하면서 수줍다기보다는 멋쩍게 허공에 인사하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진짜 오랜만에 헌혈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이번 년도에 3번째 전혈이라고 해서 놀랐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만 2개월마다 가능한 헌혈을 금년에 3번째 하면서 왜 기억이 없는 건지.

제목에는 너무 오랫동안 쌓았다고 적었는데 많이 쌓이지도 않았구만.

그런데 기묘하게도 어제 적십자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계정 정보가 파기된 상태였단 말이지. 그래서 자연스레

너무 오랫동안 헌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듯하다. 아무튼 좀 미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어제 맥미니로 글 하나 쓰려고 했더니만 AnyDesk로 접속이 안 되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회사로 갔다.

역시 제대로 된 모니터를 사던가 해야겠어.

옆 팀에 맥미니를 대여해주었었는데 업무 종료 후 반납할 때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주면서 Wi-Fi까지 껐던 모양.

기껏 회사 왔으니 문서 수정하고 전자문진까지 마쳤다. 그리고 온 김에 점심 식사까지 했다. 다행히도 도시락이

냉동고에 남아있더라. 맛있게 먹고 화장실까지 한판 때렸다.

 

 

 

 

 

 

 

 

 

많이 피곤해 보이긴 하네. 과로사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대기열이 엄청나더라.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iPhone이랑 안경을 두고 온 게 굉장히 후회가 됐다. icloud와 자동 연동이 되어서 꽤

편리한 메모 어플에 글을 쓰고 있거든. 가만히 중국어 공부나 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안경 없으니 피로해

오래 책을 볼 수가 없었다. 어쨌든 보긴 봤지만.

확실히 영등포의 헌혈 센터에서 헌혈하는 것은 오랜만이 맞았다. 대략 3년 정도 지났나. 시간 감각이 무뎌서.

오랜만에 친숙한 간호사 님과 얼굴 보고 안부 인사 나눌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로테이션 때문에 인력이 바뀐

것 같더라. 아쉬워라.

 

 

 

 

 

 

 

 

헌혈 참여 행사가 많더라. 확실히 헌혈 참가자도 점점 줄어들게 될테니 보상적인 측면으로 참여를 독려해야만

할 것이다. 건강한 피를 뽑아낼 수 있는 청년층이 앞으로 점점 줄어들 터이니.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치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겠군. 어쩌면 국가 재정으로 이를 지원하기 어려워져서 민영화가 될지도.

 

 

계란까지 무료로 주던데 주말에 나처럼 심심하면 한번쯤 헌혈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오랜만에 좁고 어두컴컴한

고시원을 벗어나 주말에 사람 북적거리는 데 있으니 내성적인 사람으로서 내상 입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졌는데 이럴 땐 외출해서 역시 집이 최고라는 인식을 새로이 가지면 된다.

 

 

 

 

 

 

 

 

곧바로 귀가하자마자 탑툰에 결제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베게' 작가님의 숨은 명작 『나를 달래줘』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지 않기에 그냥 참기로 했다. 작품 할인이랑 코인 할인이 겹치는 것이

진짜 어렵긴 하지만 언젠가 또 기회가 오겠지.

아무튼 좋은 하루였다. 피곤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