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래 탐욕적인 생물이다. 모든 생명체는 욕구대로 행동하는데 오직 사람만이 그중에서도 가장
욕망이 강하고 욕구에도 쉽게 휘둘리며 쾌락에 취해서 다른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을 파괴하면서
고고한 척 교양의 탈을 쓰고 깨끗한 척을 하고 있다. 오로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동물을 도축하고
토지를 개간하여 생태계를 유린하고 식물들을 개조하여 입맛대로 유전자 수준에서까지 뜯어고친다니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겠지.
지금 이순간에도 전세계의 농장에서 소나 돼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도살장에 끌려가 도축 당하고 있고
수박이나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이 개량되어 있는 것임을 알지 못한 채 신이 그렇게 처음부터 창조하신
것이라 알고 있는 사람뿐이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며 성장하고 자라면서
수많은 것들을 파괴하는 게 우리들이지.
하다 못해 모기조차 꽃가루 수분 역할을 하는데? 과연 사람은 모기보다 이로운 존재일까. 언젠가 성경
속에서 최후의 날 하늘로부터 파괴의 천사가 내려와 삼라만상을 멸할 것이라는 내용을 읽었다.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심판대에 오르기 전까지 많은 선행으로 최대한 덕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리인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파괴의 천사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을 지칭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각성하기 전부터 이미 친모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성장하고 각성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주변 모든 것들을 흡수하지. 철이 들기 전까지는, 정확히 말하면 세상 모진 풍파 쳐맞은 후 인생이
실전이란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저 욕망대로 살며 다른 생명의 안위는 생각하지 못하고 아무 꽃을
손쉽게 꺾어버린다. 어느 정도 성숙한 다음에는 주제에 어른의 탈을 쓴 채 짐짓 점잖은 척 다하며 뒤로
몰래 쾌락을 향유하는 게 우리 삶이다.
어차피 우리는 이런 족속에 불과하고 아무리 드높은 명예를 쌓는다한들 공이 탑에 깃드는 날따윈 없지.
차라리 어른인 척 때려치우고 점잖은 행세 갖다치우고 오로지 마음이 가는대로 사는 게 더 어울리겠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KFC에 가서 5만원어치의 점심을 먹어치웠다. 치킨을 소비함으로써
세계 파괴에 조금은 이바지를 해버렸다. 나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었고 성인이 되어 아무런 제약을 행사받지 않는 우리의 주변엔 손만 뻗으면
너무나도 간단히 쾌락을 잡을 수 있다. 헌혈을 마친 친구와 함께 일본 영화를 보았다. 노재팬 운동하고
있지만 영화 자체는 한국에서 보았으니까 마이너스 1에 플러스 1이라 아무런 영향이 없다.
고된 현장일을 하고 있는 친구의 노고로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안마소는 성매매가
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지 꺼려하는지라 청정한 기계식 안마소를 찾아갔다. 값이 싸서
이번에 이용해본 뒤에 마음에 들면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시각 장애인들이
안마 시술소에 많이 채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역시나 가장 먼저 수입원을 잃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가장 힘 없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키오스크의 등장과 보급화로 수많은 계산원이 사라졌고 게다가 서빙 로봇까지 개발이 된 상태다. 이제
자동 조리 로봇까지도 서서히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니 10년 후에는 관리자 외에는 인력을 쓸 필요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처음으로 받아 본 기계식 안마는 상당히 별로였다. 친구는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말하지만 표정을 보면
그다지 괜찮아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마사의 일자리 걱정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닌 모양이었다. 신장이
큰 탓인지 기계 안에 몸을 구겨서 집어넣어야 했는데 때문인지 안마 의자가 자꾸 골반을 바스라뜨리려
하더군.
예전에 현장일을 할 때 집게차가 시멘트 덩어리를 잘게 빻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아래에 깔리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상당히 해소되었다. 전동 안마 의자는 충분한 살상력이 있다.
일종의 고문 같은 시간을 받으면서 이 업소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다면 ⟪기계 제국의 역습⟫이라는 부제를
반드시 달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중에는 혼자서 상황극을 머릿속으로 펼치기까지 했다. 주리를 틀자
토끼같은 '천공의 엘라'와 여우같은 'C-77 홍련'이 기다리고 있다며 울부짖었고 아직 못다쓴 돈이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는데 그러다 마침 무언가 떠올랐다.
바로 해피빈 기부였다. 오랫동안 완전히 새하얗게 까먹고 있었는데 상당히 많이 쌓여있었더라. 뷰루룻
천박한 소리를 내며 환경 단체에 기부금 활동 내역을 면밀히 확인한 다음에 기부했다. 이것 때문에라도
블로그를 못끊는다니까. 우효www 최저최악의 남자가 꿀렁꿀렁 기부금 주입해버린다제www
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86407
괜찮다면 한번 기부를 해보도록 하자.
덧붙이자면 모 환경단체 기부금 사용 내역 보니까 조사비와 강사비, 홍보비, 운영비따위로 기부금을
왕창 뜯어내는 모양이던데 솔찬히 신뢰도 가지 않고, 그저 고혈을 빨아먹는 짓거리로밖에 안 보인다.
실제의 활동과 자재에 필요한 금액이 있는 내용들이 있어야 한다. 사람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따위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후련하게 해피빈까지 털었겠다 기진맥진해졌으니 친구와 함께 라멘을 먹으러 갔다. 기력을 많이 쓴
날이니만큼 기름진 것을 푸짐하게 먹어줘야겠지. 미니 차슈 덮밥까지 추가해서 야무지게 식사한 후
먼길을 찾아와준 친구의 가는 길을 배웅해주었다. 참고로 No Japan운동에 참가하고 있는데 라멘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국 음식이고 우리나라에서 소비한 일이니 마이너스 1에 플러스 2라서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인 셈이다. 이해가 안 되면 공부하시길.
이로써 한발 뽑았습니다 시리즈는 더이상 쓸 내용이 없겠군. 그래도 이래저래 즐거웠으니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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