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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707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7. 8.

 

 

 

 

항상 출근하는 날은 수면 부족이군. 기묘하게도 전날 오전 10시에 일어나 철근 콘크리트 수업

필기 노트를 정리했고 익일이면서 당일인 금일 새벽 5시까지 안 잔 상태에서 출근을 했는데도

멀쩡하다. 어쨌든 어제 저녁엔 기껏 치질 수술 마쳐놓고 대변을 잘 못눠서 또 치질이 도지려는

낌새가 보이는 등 꽤 상태가 안 좋아 그냥 오늘 하루만 쉴까 고민했지만 이따위 고민이 생기면

조용히 은행 어플을 열어 통장 잔고를 보면 된다. 무엇보다 새로 장만한 안전장화의 힘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 건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정신이 없어서 모르겠군. 신뢰의 김자반, 갈치

조림이 나와서 맛있게 먹었던 거 같다.

 

 

 

 

 

 

인원은 많은데 각 팀으로 쪼개져서 결국 배정된 작업 인력은 별로 없다. 와중에 다른 작업하는

팀에 소속이 됐는데 안전장화 써보고 싶다고 떼써서 양수팀으로 배속되었다. 그런데 현장으로

가보니까 작업량이 장난 없더군. 거의 수영장과 다를 바 없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한 방안을

빗물이 가득 채운 상태인데 저것을 전부 없애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 고참 인력이 양수기를 가져왔는데 하나같이 작동하지 않고 작업 반장님은

이것을 그냥 인력으로 직접 해결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다. 장난하나.

 

 

 

 

 

물을 제거해야 할 구역은 산더미인데 처음부터 최종 국면을 맞닥뜨렸지만 하루종일 저 장소에만

묶여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구역 상황은 어떤지 정찰을 가게 되었는데 혼자서 철근으로만

이루어진 고공도로를 지나게 됐다. 발을 헛딛으면 곧바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제법 무서웠다.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기겠군. 확인해보니 다행히 물난리가 난 곳은 위의 구역뿐인 듯했다.

 

 

 

 

소 환 술 !!

 

 

 

 

다녀오니 다른 작업 반장님이 작동되는 양수기를 이 14층까지 직접 가져다주셔서 이후로는 그냥

기기를 작동시켜놓고 적당히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고여있는 담수를 밀대로 다 밀어서 양수

중인 장소로 밀어넣기만 하면 된다. 말만 들으면 쉽지만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일단 양수기 자체 무게가 5kg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이것을 한손에 들고 또 다른 손엔 전기코드

연장선을 들고 다녀야 했으며 이밖에도 양수기에 연결할 호스 외에도 작업을 위한 밀대 및 물삽,

양동이를 운반해야 했다. 어쨌든 설치를 마치고 적당히 물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10시부터는

슬슬 밀대로 물을 몰아주거나 물을 삽으로 퍼서 양동이에 담아 버리는 작업을 했다. 11시부터는

점심 식사인데 열무 냉국수가 나와서 기대했지만 맛은 실망스러웠다.

 

 

 

 

 

 

물이 거의 다 빠진 모습. 내가 전에 알던 그 워터파크 같던 곳이 맞냐? 진짜 양수기는 전설이다..

기계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어쨌든 양수기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끝나고 정리하니

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벌써 오후 15시더라. 이제 좀 숨 좀 돌릴까 싶었더니 다른 구역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와서 출동해야만 했다.

 

 

 

 

 

지원을 가보니 작업할 양이 많지는 않았는데 하필이면 배수할 수 있는 곳이 잔해로 완전히

막혀있었고 어쩔 수 없이 배수할 수 있는 작업 구멍을 하나 만들어놨는데 양수기를 돌리면

위 사진처럼 범람해버릴 수 있으므로 한 명, 내가 직접 내려가서 범람하는지를 확인하면서

범람할 낌새가 보이면 즉각 보고해서 작동을 멈추고 그 사이에 구멍을 막은 잔해들을 치워

물을 빼고 다시 작동 시작 신호를 보내기를 서너번 반복하다가 오후 16시에 장비 수거하고

퇴근했다.

오늘은 하루가 좀 빨리 지나간 것 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