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잠이 안 올까. 하긴 근무 마친 날 오후 9시경에 뻗어서 새벽 1시에 깼다가 다시 5시에
잠들어서 오후 13시에 깨어나는 종잡을 수 없는 수면 패턴을 보였으니 그럴만도 하군. 그런데
현기증이 느껴지는 게 살짜쿵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식사는 뜬금없이 물이나
떠먹으려다가 웬 작업 반장님과 동석하게 됐다. 별 다른 건 없었다.
그나저나 안전모 내 전용으로 아예 하나 사고 싶다. 군 생활할 때도 타인의 땀냄새가 베어있는
방탄모 써본 적이 없는데 진짜 고역이다. 관리도 안 하면서 돌려쓰니까 이러지. 최근에 두피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불만 토로할 여유가 있으니 후다닥
뛰어가서 다른 안전모로 바꿔왔다. 진짜 하나 사고 싶은데 휴대가 불편한 게 흠이네.
어째서 자꾸 체온 측정하면 36.9도가 나오지. 젠장할 신호수로 배치됐다. 시간 안 가는데.
오전은 깔짝 청소를 하게 됐는 줄 알았건만, 지나가던 작업 반장님이 하나씩 툭툭 지시를
던져놓고 가고 이걸 전부 수락하는 바람에 일이 점점 커져서 살짝 오버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8시까지 끝 마치고 모이기로 했는데 결국 지체가 됐고, 20분 시점에선 팀이 완전히
분열됐다. 일단 의견합치가 안 된다.
알고 보니 쉬고 있는 게, 지시 받은 거 없이 어슬렁거리는 꼴이 눈에 띄면 혼나니까 대충
숨어있으라는 뜻이었다는군. 그렇지만 팀이 오체분시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107동을 앞을 지키게 됐는데 9시부터 차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길목에 최대 7개까지 세우고
한대씩만 올려보내야 하는 게 임무라고 한다. 그런 줄 알았는데 쨔잔! 그냥 코앞에 두대씩만
세워둬서 콘크리트 붓고 나면 빼주고서 다음 차를 들여오기만 하는 되는 거였지만 그마저도
기사님들이 알아서 열도 맞추시는 등 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허수아비였다.
점심에는 치킨이 나왔는데 퀄리티는 군대급이었지만 맛있었고 점심 휴게 시간에도 못쉬고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한다. 신호수 개같다. 제기랄. 계속 사운드 호라이즌을 흥얼거렸더니만
어느샌가 15시가 됐다. 딱 한 줄로만 써지니까 개꿀 빤 것처럼 보이지만 끔찍한 시간이었다.
너무 따분해서 물건 내리는 작업을 자발적으로 돕기까지 했다. 너무 좀이 쑤셔.
어쨌든 16시 20분에 가래서 갔다. 몸이 힘든진 않았는데 더럽게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종일
서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몸 쓰고 틈틈히 쉬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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