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손에 자유가 없는 지금 저는 한손으로 자판을 치면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정신이 몽롱해
눈을 찡그리지 않으면 시야가 또렷하지 않고 마땅히 원고를 준비한 것도 아니라서 여느때처럼
파죽지세로 문장을 써내려 갈 수 없다는 부분은 다소 불만족스러우나 감안하고 오히려 작문에
여유를 두었다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죠. 작일에 이어 가상 키보드룰 이용하므로 불편함은 더욱
가중이 되지만 이것조차 미래의 내게 필요한 과정으로 여기고자 해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다리 찢어지는 고통은 감수해야 하듯이 말이요.
이렇게 보니 키보드는 참으로 천혜의 발명품이구려. 어쩌면 금강산을 세 번 갈아엎을 기간동안
사용해와서 익숙해져 그리 느끼는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겪는 모든 불편을 해소할 길이라곤 피
나는 노력으로 가상 키보드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보거나 실물의 키보드로 회귀하고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 정체하는 길뿐이니 말입니다. 키보드 구매에 있어 필수적으로 타건감 등이 고려가
되니 적어도 15년 이상은 실물 키보드가 시장에서 사라질 일은 없으리라 생각 들지만 저로서는
오히려 최대 15년의 유예기간동안 가상 키보드를 실물 키보드 쓰듯이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물은 사라지고 대체되기 마련이며 적응은 항상 힘들고 오래 걸리죠. 적응에는
체력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정신도 상당히 갉아먹는답니다. 자존감이 말썽이죠, 늙어서 새 것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뒤쳐지는 자신을 참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는 겁니다. 때문에 쓰던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며 고집을 부리죠.
흐름에 거스를수록 마모는 심해집니다. 파도를 탈 줄 알아야죠. 키보드가 그 첫단추가 될지도요.
중세만 해도 붓과 먹, 벼루를 안 쓰게 될 줄 알았더이까. 이제 유선 이어폰은 음질에 미친 일부의
수요층만 찾고 무선 이어폰이 강세하게 될 줄 불과 5년 전만 해도 알았겠나요. 종이로 된 서적을
찾는 사람보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이가 더 늘게 될줄은요. 트랙패드가 편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될
날이 올줄은 저도 반년전까진 상상도 못했습니다. 트랙패드는 민트초코와 같이 사라져야만 하는
최악의 주변기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익숙해지니 민트초코와 궤를 달리 하더이다. 이젠 역으로
마우스를 들고 다니는 이들이 무지몽매하게 보일 지경이니까요.
실체를 갖춘 모든 게 사라질 거예요. 종이 서적이 먼저 가고, 그 뒤를 마우스가 쫓은 뒤 키보드가
사라지지 않을까요. 인정하기 싫어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죠. 우리가 눈 뜬 순간부터 실체가 있는
키보드를 써왔듯 어느 세대부터는 눈 뜬 순간부터 가상 키보드만 써올테니.
그래서 지금 미리 15년 정도 앞당겨서 연습중. 굳이 한손으로 쓸 필요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먼
훗날 전쟁터에서 한팦을 잃었을 때의 대비인 셈 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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