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내 블로그에 적힌 글을 보고 자기 이야기냐며 물었다. 자기 이야기냐고 묻는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저 내 입을 통해 확증과 자백을 받고 싶어할 뿐인 모양이지.
당연히 너를 두고 쓴 글은 아니지만 그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는 너도 보탬이 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그렇다고 시인할 바보는 아니지만 전화위복으로 차라리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덕분에 어디에서부터 가지를 쳐내야 하는지도 감이 잡혔다. 너는 절대 블로그를 볼 아이가 아니니
블로그에 관심이 유독 많은 어떤 친구가 너에게 제보해주었겠지. 너의 지인은 내 지인이기도 하여
우리 연결 부분까지 완전히 뜯어내버렸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은 절대 내가 한 사람을 저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보복성으로 글을 쓰지도 않아.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수년까지 기다린 후 적기라고 생각될 때
모아둔 증거 자료들과 함께 원고로서 원고를 작성한다. 너의 행동과 똑같은 우를 저지른 사람들을
한데 그러모아 절구에 넣고 빻아서 한 덩어리로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니 당사자의 얘기냐 물으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 뭐라고 답하기 난처하다.
증거는 중요하다. 내가 겪은 일들이 너무나도 황당무계해서 그저 지어낸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다.
나라도 믿을 수 없을 거다. 초면에 말도 안 되는 무례를 저지른 이도 있고 무려 내게 대가를 바라며
동시에 모욕을 하는 거래 불가자도 있고 모든 것을 계산적으로 따지며 절대 손해 보려 하지 않아서
두뇌 회전은 빠르지만 연기 실력은 서툴렀던 사람의 이야기 등 여태 겪은 온갖 사람 이야기를 전부
풀다 보면 천일 밤도 지새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믿지 못할 거다. 증거가 없으면.
이번에 다소 호된 꼴을 당한 이유는 그 증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익명성 보장은 해주었지만
역시나 당사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채더군. 때문에 앞으로는 허풍이나 과장이라 여겨지더라도
증거를 곧이곧대로 게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진실성에 대한 입증은 꽤
열심히 했으니 부디 믿어주길 바라며 글을 작성해야 하겠다. 적어도 당신의 주변에서 헌혈 횟수나
누적 봉사 활동 시간으로 지인의 등수를 메겼을 때 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 아닌가. 그럼
대충 선한 사람이라는 범주에 집어넣고 아주 허무맹랑한 헛소리를 지어내지 않으리라 믿어줘.
어떤 이가 물었다. 진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이 글을 쓰는데 정작 일기 등을 보면 집밖으로도
잘 외출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때문에 사람 만난 이야기나 교제하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믿기지가
않는다고. 충분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추론이다. 하지만 평일에 회사와 집만 왕복하는 내가 주말에
쉬지 않고 본인조차 가본 적 없는 곳에 가서 해본 적 없는 다양한 일을 하며 여태까지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실까지는 인지하지 못하신 모양이다. 또한 회사에 입사하기 전엔 매일
다른 현장을 전전하며 노가다를 뛰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저번 주말에는 기업 이사 용역 알바를 했다. 그 저번 주에는 모델로서 일을 했지. 순서가 역순인가
싶은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진 관심 없다. 그리고 저저번 주에는 프리랜서 테스터로서 근무했었다.
일이 있는 곳에는 항상 새로운 만남이 있는 법이다. 노가다를 뛸 때는 매일마다 새로운 형, 동생을
알게 되었고 여성도 층분히 할 수 있는 쪽의 일을 하러 가면 뜻밖에 많은 누나, 동생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거든. 빼먹을 뻔했는데 보조출연 알바도 했었네. 아무튼.
멋진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은 조용히 지향점으로 두고 흠모하며 못난 사람은 반면 교사 삼는
동시에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길 바라며 정리해 글을 썼다.
친구는 자신을 두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말라며 학을 뗐지만 맹세컨대 내가 지어낸 것은 없다.
모든 사건들을 한데모아 가상의 인물에게 심고 매우 쳤을 뿐이다. 그 가상의 인물상에서 스스로를
보았으니 자신이라 여기고 동시에 거기에서 타인의 악행을 보아 억울함을 느낀 모양이지. 왜 내가
직접 너를 깎아내리겠어. 그러면 너가 상처 받을텐데.
블로그에 쓴 글이 혹시 자신의 이야기냐며 친구가 물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시기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였으니 대략 15년은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15년째로 매
해마다 너댓 명씩은 꼭 그런 것을 물어보는 듯하다. 블로그의 내용이 혹시나 자신의 이야기냐면서
친구가 물었다. 몇번 째인지는 세지도 않아서 모른다. 매번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쪽에서 준비해온
준비해놓은 증거 자료가 날아와 꽂히며 뻔하게도 없는 이야기 지어내지 말라 한다. 가끔 변화구로
착한 줄 알았는데 위선이었다며 경멸하기도 한다.
그러라지. 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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