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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한심한 놈들을 보는 게 요즘 내 삶의 낙이야

by 레블리첸 2022. 12. 4.

 

 

 

 

 

웃음을 우겨넣어 겨우 참는 꼴로 웃음보를 살짝 터뜨렸더니 직장 동료가 의아해 하는 얼굴로 나에게

물어보았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느냐고. 당장은 재미있는 일이랄 것이 없지만 예전에는 있었지.

과거에 흘려지나간 발언과 사고가 모두 스쳐지나간 줄 알았는데 모두 내 안에 담겨져 있어서 아마도

영원히 맛있는 안주거리가 될 거다. 네가 했던 모든 우스꽝스러운 생각들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뒷담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야 그럴 게 수년이 지났으니 그만큼 우리는 각자 성장했고 지나간

일 중에 지금의 나를 쌓는 데에 쓰이지 않은 역사는 없던 일인즉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여섯살에 이불에 소변 지리던 나랑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같은 맥락으로 오래전에

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지금의 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의 넌 참 한심했다. 스스로가 자초한 동정과 위안의 저변에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깔리기도 하지.

심심할 때 불현듯 그러한 한심한 모습이 뇌리를 스쳐지나가곤 해. 돌이켜보면 굉장한 어록이 많은데

딱히 나무라는 건 아니다. 당시 그런 고민, 사상을 전달 받았을 때에는 어떠한 사고가 있었던 것인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나고보면 과거의 문제는 참 소홀한 것뿐이라. 지나오니까

그런 작은 고민과 얄팍한 사상에 몸을 기대고 있는 과거의 너가 덩달아 한심해 보여서 재미있더라고.

한심하다는 게 욕은 아니지. 하찮다는 말이 칭찬처럼 작용하듯. 설사 한심하다고한들 내가 한심하게

보는 대상은 현재의 너가 아닌 과거의 너니까 마음에 두진 말고.

나는 평생 연애만 하다가 40살에 죽을래

최근에 이런 말을 곧잘 듣게 되는 것 같다. 당연히 화자는 백이면 백 여성이다. 배경 설정은 백이면

백 애인에게 차이거나 안 좋게 깨진 다음이다. 어리광부리는 모습을 보면 나잇값을 못하는 모습에

온갖 정나미가 떨어진다. 어려서부터 여성은 남성보다도 일찍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남성들보다

항상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역전된 것 같다. 여자는 20살

이후로는 영원히 20살의 사고 수준에 머무르다가 젊음이 저버린 다음에는 자포자기하는듯 보인다.

자신을 그제서야 놓으면서 충실한 어머니가 되던가 아니면 폐인이 되던가 둘중 하나인 것 같다.

다양성도 폭이 넓다. 평생 연애만 하다가 40살에는 죽겠다는 발언이 가장 한심해서 떠올릴 때마다

웃음이 터져버리는 웃음벨이고, 독신으로 살다가 부모님 돌아가시면 따라죽겠다는 말도 들었으며

하여튼 일평생 어리광만 부리며 홀로 설 생각따위 일절 하지 않은 채이니 보고 있으면 어른답다는

생각이 든다. 더 예전에는 30살이 되어 추하게 늙을바에야 얼른 죽어야겠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지.

그건 웃음도 안 나올 정도로 어린 생각이지만 전채 요리로 곁들일만 하다.

그냥 결혼 안 하려고

요즘은 이런 말에도 재미를 느낀다. 결혼 안 하면 뭐가 남지.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고통스러운

것이 당연하지. 결혼은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살길이다. 인생의 2막에

나아가려면 배우자와 자녀가 없으면 안 된다. 그저 나이가 찼다 해서 인생의 2막이 펼쳐지지 않아.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 조건은 스스로를 고통의 구렁텅이에 쳐박는 일이다. 당연한 흐름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남은 인생이 마냥 행복하다는 뜻이 아니야. 가정을 꾸리면 둘이서 분담하는

고통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뿐이다. 다만 그 고통의 결이 달라,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지.

매일 매일이 고뇌와 한탄뿐일 때 우리의 정신은 더더욱 성장하는 법이다. 매일 매일이 즐거움만이

가득하면 영원히 애송이밖에 남지 않아. 스스로 그런 수준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난

여태까지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고집을 관철하는 사람은 못봤다. 까놓고

말하자면 오히려 내가 그렇게 주변따위 안중도 없는 부류이긴 한데 그런 나조차 주변인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될 지경이니 말이다.

결혼 안 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결혼 안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돈이 없어도 결혼할 수

있다. 애인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 아닌가? 취직할 때 면접장에서 자신을 어필한 것처럼 상대에게

자신의 장점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와 자신을 반려로 선택했을 때의 이점을 토로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포기하지 말고 적어도 발버둥치란 말이다.

여자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 온몸 비트는 수준ㅋㅋㅋ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자리에 참석해 봤는데 연인 사이가 아니라도 여자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것 같은 남정네 많이 보였다. 이러한 남자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무리의 남자는

이렇게 간이고 쓸개고 전부 빼줄 듯이 행동하는 유형들을 보면서 '여미새'라며 헐뜯으며 비난한다.

솔직히 말해서 속칭 여미새 유형이 5점 정도로 혐오스럽다면 여미새를 욕하는 남자는 8점 정도로

혐오스럽다. 왜냐하면 그런 놈들은 대게 이성에게 들이댈 용기 없이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길

바라기만 하는 탐욕스럽고 음흉한 녀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성에게 관심 없는 척하며 온갖 점잖은 다 빼고 있지만 정작 술 몇번 들어가면 온갖 흑심이 전부

드러나게 되고 술기운에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하지만 난 알코올이 그대 가면을 벗겨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성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행위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이다. 하물며

하수구 속의 쥐조차 짝을 짓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 어떻게 본능에 따르는 행위를 두고 남몰래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어. 그래야 짝을 맺고 결혼하는 건데.

연애의 목적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다. 결혼에는 응당 출산이 따른다. 출산은 곧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애를 낳은 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지. 달리 말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거다.

아이 옷을 입혀야 하는데 어쩌겠어. 옷 사줘야지. 의류 시장에 돈이 흐르게 된다. 아이 맛있는 밥

먹어야 하는데 어쩌겠어. 밥 사줘야지. 지역 식당가에 돈이 흐르게 된다. 아이 공부해야 하니 책

사줘야지. 출판계에 돈이 들어온다. 모든 게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동시에 국가의 산업에는

막힌 맥을 뚫어주는 일이 되는 셈이다.

나라가 잘되어야 개인이 잘되는 법이다. 더군다나 힘없는 개인은 나라가 기울어질 때 가장 먼저

짓뭉개져 비참하게 으스러지는 게 자연의 이치이니 누구보다도 국가의 수명이 더욱 연장되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얼른 나라 망해서 다같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녀석들을 보면 그래서 웃긴다.

나라가 망하는 건 최약체가 먼저 박살난 다음인데,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 십중팔구는 최약체가

당사자거든.

어린 생각들이 가끔 떠올라 흥이 난다. 그래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