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힘들게도 하는군. 꿈 때문에 힘들었다. 우선 꿈이랑 현실의 분간이 어려운 것 때문에 몇번이고 깬 것 같고
제대로 잠을 잔 것 같지도 않다. 자는 내내 정신이 반쯤 깨어있는 듯했다.
잠을 자는데 새벽 3시쯤 웬 이웃 여자가 갑자기 방문해선 복도가 너무 어두워 안 보여서 그러니 자신이 가져온
옷들이 짝을 이루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처음 보는 여잔데 어째선지 이웃이라는 생각이 든 나는
여자가 두고 간 옷들을 잠깐 보고 벙쪘다가 다시 불러서 뭘하란 거냐고 따졌더니 멋쩍게 웃더니만 미안하다며
도로 옷을 가져갔다.
뭐지 싶었지만 곧 출근이라 다시 누웠더니 이번엔 이웃집 남자가 찾아와선 대뜸 스마트폰 모 어플의 로그인이
안 되는데 비밀번호 좀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걸 꼭 굳이 새벽 3시에 부탁하셔야겠냐 성내니 그냥 가더라.
어이가 없어서 화장실에 가 대충 세수하려고 했는데 그때 뭔가 비정상적인 것을 보았고 이게 꿈이라는 걸 대충
눈치챘다. 흉몽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 출근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태라 거울 속의 나를 노려보며
'제발 부탁이니까 나를 빡치게 만들지 마라'고 으르렁대고 방에 돌아갔는데 방에는 그 여자가 두고 간 우편물이
있었다. 러시아어 같은 문자가 적혀있었는데 어째선지 이해할 수 있었고 대충 '감사와 미안함의 표시'였다.
꿈 속에서도 3시였고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 시계를 보니 3시던데 4시에도 깼다가 5시에 일어나 준비했다.
젠장할 개꿈 때문에 체력만 썼군. 어쨌든 덕분에 정신은 맑아져서 아침 출근길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출근했더니 비가 내릴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상 예보에는 종일 흐림이라고만 나왔었는데. 지난 주 토요일
같이 작업했던 반장님과 단둘이서 일을 하게 됐는데 좀 불길하다. 슬라브(옥상)의 스티로폼 균열부에 테이프를
붙이는 간단한 작업을 하게 되서 개꿀이었다. 비만 안 왔다면 말이지. 우비를 쓰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면서
철근에 손가락을 찢겨가며 붙지도 않는 테이프를 붙이는데 살맛 나더라. 결국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내려왔다.
그후로는 꼭대기층의 누수되는 부분을 긴급 조치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시멘트 포대를 몇번씩이나 옮겼다.
아주 죽을 맛이더군. 40kg짜리 포대를 들고 3,4층 높이 계단을 오르는 게 결코 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시멘트를 운반하면 뜯어서 미장이 필요한 부분에 가루 채로 뿌리거나 아니면 물에다가 잘 개어서 진흙놀이를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물이 욕조처럼 가득 차 있어서 물삽으로 급히 물을 바깥으로 퍼내 수위가 좀 낮차지면
시멘트를 쏟아부어 틀어막기도 했다. 보면 속시원한데 결국 시멘트 한 포대 더 가지고 올라와야 해서 속 쓰림.
10시 넘어서부터는 방의 화장실 바닥면 물이 아래층으로 새는 공극부를 비닐로 두르고 시멘트를 붓는 작업을
이어갔다. 하늘이 노래지더라.
이래저래 힘든 오전이었다. 노동 후 식사는 꿀맛이면 좋았을텐데 기진맥진해서 밥도 잘 안 넘어가고 점심으로
이게 대체 뭔가싶은 생선 튀김이 나왔는데 맛이 진짜 없었다. 후딱 밥 먹고 공사 현장 어딘가의 몸 뉘일 곳이나
찾아헤맸지만 죄 빗물이 들어찼거나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상태가 좋지 못하더라.
적당히 1층 양지 바른 곳에 누워서 쉬었다.
오후도 얼추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오전 중에 지시받은 작업을 끝내신 고령의 반장님이 지원을 와줘서
아주 든든하다. 아무래도 연령이 있으시니까 시멘트를 옮기는 작업은 거의 나 혼자서 맡을 수밖에 없었는데
염치를 보이셔서 나도 일할 맛이 났다. 단, 날이 좀 습했던 탓인지 작업 반장님과 살짝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살짝 어색해진 둘 사이에서 조금 껄끄러운 공기 속에 작업을 해야 했는데 사실 그렇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쉬는 시간을 거의 안 주고 작업을 진행하는 반장님 스타일의 단점은 쉬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안 쉬니까 작업에 집중도가 높아져서 진척이 빨라 돌아보면 보람도 커지고 흘린 땀의 양에 비례해서
시간이 빨리 간다는 부분이다. 이것 저것 한 일은 많은데 사진도 없고, 일기의 내용이 없는 것을 보면 얼마나
열심히 일만 했는지 알 수 있지.
힘들었지만 귀가길이 마음은 편했다. 오히려 일을 안 했거나 '쓸모 없다'고 핀잔만 듣는 하루가 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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