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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71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우마)

by 레블리첸 2020. 7. 18.

 

 

 

 

잠을 못자는 이유는 역시 지난 날 퇴근 후 귀가했다가 바로 뻗었다가 밤중에나 일어나 활동하다 다시 아침녘에

잠들었던 이후로 바이오 리듬이 작살난 탓이겠지. 일요일 산행에 대비해서 일 끝날 때 마대자루 하나 챙겨야지.

3시간 정도 잤는데 컨디션은 양호. 지하철이 사람 가지고 놀아서 열받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어쨌든 토요일은

전구간에서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

기묘하게도 일하기 싫은 기분이군. 금월들어 이미 벌만큼 벌어서 그런가. 원래 배부르면 밥술을 뜨기도 버거운

법이지. 일하고 싶어도 어차피 다음 주는 내리 비소식이라 오늘이 금요일이라 생각하고 임해야겠다.

 

 

 

 

되게 한산하군. 신호수할 줄 알았는데 처음 보는 분 둘이랑 천장 관련한 작업을 하게 됐다. 대체 뭐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벨트를 착용하고 '우마'라고 불리우는 사다리를 짊어진 채 한손에는 쇠자와

다른 손애는 망치를 든 채 여정을 떠나게 됐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사다리 위에 올라가 천장 모서리에

붙어있는 시멘트 찌꺼기들을 정으로 쳐서 제거하는 작업이다. 13층 높이 건물의 창문이 설치되지 않은

창가에서 작업을 하게 되므로 안전고리에 반드시 생명띠를 연결하고 일을 해야 했다.

철제 사다리를 직접 운반하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힘들지만 속으로 죽었다 세 번 복창하고 하니

그럭저럭 시간은 빨리 가더라. 28년 살면서 역대로 망치질을 많이 한 날이 아닌가 싶다. 팔을 어깨 위로

항상 올린 상태로 오른손엔 쇠망치가 쥐어져 있어 근육 피로가 꽤 많이 누적이 될 것 같다. 엄지 손가락

쪽에는 물집이 잡힐 것 같고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베겼다.

아참, 사다리를 우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일제 시대의 잔재로서 '우마'는 일본어에서 말, 즉 탈 것을 총창

하는 단어라고 한다. 사다리에 올라타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사다리를 우마라고 부르는 거다. 손수레를

차를 나타내는 일본어, '구루마'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소문의 휴게소에서 쉬어볼까 해서 찾아갔더니 이미 철거된 상태였고 아쉬운대로

지난 번에 구매했던 돗자리를 펼쳐서 한번 잠을 청해봤다. 여름인데 지하고 맨바닥에 체온을 꽤

많이 뺏기게 되어서 엄청나게 추워 새우잠을 잤는데 그 와중에 등에 모기 물렸다.

오후에도 같은 일의 반복. 작업 반장님이 쉬는 시간을 많이 주는 타입이 아닌지라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시간이 체력 소모에 비례해서 빨리 가서 좋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15시 30분이 되었더군.

그제서야 '우마'와 장비들을 수거하고 창고로 다시 갖다놓은 다음에 퇴근했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일기 받아적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옆으로 쓰러져 눈을 감으면 곧장 잠이라도

들 것 같다. 그래도 오늘 꽤 경험치가 많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