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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71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핀)

by 레블리첸 2020. 7. 15.

 

 

 

날이 꽤 차군. 이런 날은 신호수라도 꽤 할만하겠지. 그래도 신호수는 피하고 싶다. 블루투스 이어폰과

보조 배터리, 사운드 호라이즌의 조합으로 얼마나 큰 효율을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긴 하지만.

아침 식사 대충 해치우고 작업 시작 전 대기하는데 좀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작업할 때

심심하진 않겠더라. 그나저나 배가 살살 아픈 게 살짝 불안한데. 듣자하니 오늘은 종일 양수 작업할 듯.

신나네.

 

 

 

 

 

지하 3층 방 안의 가득 차있는 물을 제거해야 하는데 하필 또 작동하는 양수기가 없어서 시멘트 작업대에 특정 수위에서

동작하는 펌프를 안에 집어넣고 열심히 삽으로 물을 퍼서 넣는 작업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이 물에다 대고 대소변을 봐

거의 변기물이나 다름 없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작업이 영 순탄치가 않다. 나한테 튀는 건 괜찮지만, 상대방에게 튀어서

곤란하니까. 어쨌든 안전장화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일반 작업화를 신었다면 이렇게 수월하게 일할 수 없었겠지.

사진에 살짝 보이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반장님은 철판을 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삽질을 하고 있다. 하여튼

시간은 겁나게 빨리 간다. 그만큼 힘들지만.

 

 

 

 

겁나게 힘들군. 어떻게든 펌프를 운용하기 위해 온갖 수를 모색한 끝에 결국 바라는 바를 이루었지만 만신창이다.

40kg짜리 시멘트도 간만에 옮겨봤다. 그래도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10시다.. 복도의 강줄기도 제거하라고 한다.

일복 터졌네.

 

 

 

 

 

알폼인가 뭔가를 할 때 쓰는 쇳조각, 핀이라는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 받았는데 못찾아서 꾸중을 덜었고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는군. 유로폼, 알폼, 깽폼이라고 불리는 작업을 할 때 남색 판때기들로

이루어진 거푸집을 고정할 때 쓰는 철제 핀이라고 한다. 어쨌든 점심 전까진 복도의 물을 밀대로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했건만 펌프가 영 시원찮았다.

점심 시간에는 한번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자봤는데 꽤 괜찮았다. 여름이라 아주 시원하기까지 하더군.

 

 

 

 

 

 

어쨌든 오후부터는 복도의 강을 본격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고 마침 다른 조에서 일을 마친 인원이 지원을 와서

일이 더욱 편해졌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법이다. 펌프에 연결해둔 호스를 트럭이나 지게차가

밟고 지나가면서 안 그래도 하자 심한 양수기에 애로사항이 피더니 결국 지게차가 지나가다 호스를 밟아 터뜨려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반장님의 멘탈도 함께 터뜨려버렸다.

그 와중에 '와 이건 기록해야만 해'하면서 사진을 찍다가 반장님한테 '지금 인별그램질하냐'면서 혼났다. 사실은

반장님이 스마트폰 꺼내길래 작업조장한테 상황 보고할 자료 만드시려는 줄 알고 도우려던 거였지만, 아무튼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반장님이 이래저래 수난이었다.

오늘은 결국 종일 삽질과 펌프 수리만 반복하다가 가는군. 체력이 제법 남았다. 옷만 멀쩡했어도 내일 출근할 수

있을텐데. 한편으로는 반장님에게 신뢰를 잃고 밉보인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