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출근할지 말지 망설였는데 연락이 오기도 했고 화요일날 시장에서 팬티 3장, 유선 이어폰,
작업용 상, 하의 각각 2벌, 샌달 1켤레로, 총 13만원을 flex해버렸기 때문에 출근 의욕이 샘솟더라.
전부 '자산'이 되기 때문에 회계상 금액 손실은 없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니 왠지 다시 채우고
싶어지잖아.
기묘하게도 출근을 각오하면 졸리다가도 잠이 확 깬다. 하여튼 꼭두새벽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엔
출근하는 인파들로 가득하다. 새삼스럽게도 내가 출근하지 않았던 동안에도 매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만원 전차에 몸을 싣고 직장으로 향했겠구나. 분발해야겠다 싶더라.
비가 내리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거 괜히 출근했나 싶군. 기상예보에 따르면 새벽에 내리다가
그치고 종일 흐린 상태로만 머문다 했는데 식사하고 확인해보니깐 하루종일 내린다고 바뀌었더라.
30분마다 현재 날씨에 맞춰서 업데이트가 되면 과연 일기예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비가 내리니 아침 조회도 지하 주차장에서 진행하더라. 비가 오기 시작해서 결근한 인원이 많은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었고 같이 조식을 먹었던 작업조장님과 팀업하여 106동 세대의
양수 작업을 지시 받았다. 근데 막상 청소하러 가보니까 싸그리 건조해서 재수 없으면 다른 팀으로
팔려가겠구나 걱정했다. 다행인 건 조장님이 꽤 융통성이 있는 분이라 오전 중에는 해당 지시로만
시간을 버티자고 합의가 되어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나가던 다른 반장님들이 1개씩 퀘스트를 추가해주신 덕분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계단만 수십번씩 오르락내리락하고 물은 물대로 퍼나르는 등 하루종일 삽질만 해댔다.
힘들긴 해도 삽질 숙련도가 대폭 증가한 느낌이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점심을 먹고 눈여겨봐뒀던 단열재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자봤다. 맨바닥에 누워서 잤으면 추워서
깼을텐데 확실히 단열재 위에서 자니까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해서 잠이 솔솔 오더라고. 굉장히 잘잤다.
오후 12시 45분에 맞춘 알람에 깨어나서 돗자리 개고 슬슬 정리하고 다시 작업 시작.
오후의 일과도 마찬가지로 계속 돌아다니면서 물웅덩이를 제거하는 작업의 반복이었는데 빡셌던만큼
시간은 후딱 지나간 듯했다. 집에 돌아가면 근육통으로 고생 좀 하겠군. 그래도 꽤 할만했다. 스케쥴이
비었더라면 내일도 출근하고 싶어졌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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