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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Mover 포켓 피크닉 돗자리 구매 후기

by 레블리첸 2020. 7. 27.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돗자리가 겨우 손바닥만한 사이즈로 접혀서 출고되다니 매우 휴대하기

용이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안 펼친 상태에서 방석처럼 사용하긴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때쯤부터 이미 '큰 사이즈로 구매할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었나 보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장점까진 아니고 기분이 좋은 순간이 몇 있는데 예를 들자면 궁극적으로

일당을 지급받았을 때, 퇴근 시간이 됐을 때, 출근해서 아침 식사할 때, 점심 식사할 때, 마지막으로

점심 식사하고 오후 일과 시작하기 전까지 한숨 잘 때다.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쉴만한 휴게소를

제대로 마련된 곳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제대로 쉴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바생의 눈총을 받으며 근처의 카페를 찾아 에어컨을 쐬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푹신푹신한 소재들 예컨대 마대 묶음 같은 것들을 뭉텅이로 가져와서 어떻게든 매트리스를 만들어

그 위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고민했다. 탈의실 바닥에 땀냄새 나는 남자들 대여섯 명과 함께 누워 코골이를 들으며 잠을 청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현장 어딘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더미들 위에서 잠이라도 자볼까. 참고로

뒷일 생각하지 않는 남자 특성상 샤워하다가 소변 갈기듯이 깔고 앉을 수 있을만한 물건 위에다 꼭

대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아 위생적인 상태라고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긴 단열재를 바닥에 깔고서

잠을 자는데 그런 희귀템을 나같은 핏기도 안 마른 애송이한테 나눠줄 리가 만무하지.

 

 

 

 

 

그래서 결국 개인용 돗자리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잠을 더 편하게 자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 사이즈가 크면 접기도 힘들고 작업 조끼 주머니에도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아서 중간 사이즈로

구매했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냥 큰 사이즈로 구매할 걸 그랬나보다. 내 키가 188인데

돗자리 길이가 150cm라서 다리가 삐져나올 수밖에 없더라고. 어차피 작업화 신고 누워서 잘 거니

상관 없겠지 생각했는데 누웠으면 당연히 양말 벗고 편히 쉬고 싶어지는 게 흐름이라 어쩔 도리가

없더라. 어차피 큰 사이즈 샀어도 다리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고 빨래하거나 접을 때 힘들었겠지만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라 계속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여름에 땀을 빼고 반쯤 시체가 되어 맨바닥에 돗자리 깔고 누우면 차가운 땅바닥이 체온을 앗아

가서 30분쯤 지나면 강제 새우잠을 자게 된다. 겨울이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단 여름이라 시원하다.

계속 욕심이 생겨서 나중에는 원터치 캠프 텐트를 사서 들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일하다가 한숨 자는 게 어찌 큰 낙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