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겨울 정도로 말했는데 부산에 용무가 있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원래는 3일 정도 내려가 있으려고 했었는데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그냥 금요일에 내려갔다가 토요일 저녁에 올라오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부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별반
서울과 차이가 없으리라는 생각과 월요일날 출근해야 하는데 일요일날 저녁에 기진맥진해서 귀경하면 일주일이 지옥같이
힘들 거 같았기 때문이겠지. 회고해보자면 역시 하루 더 머물걸 그랬다. 하지만 쉽지 않았을 거다.
아침 8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출발해서 역에 도착하니 9시 반 정도였나. 발권해야 한다고 알았아서 헤매다보니까
순식간에 10시가 되었고 긴장한 탓에 식은땀으로 폭삭 젖어 녹초가 된 채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냥 네이버에서 예매한
것만 보여주면 됐던 건데 쓰잘데기 없는 부연설명이 달려 있어서 오해했지 뭐야. 한창 내려가고 있는데 마침 HSK자격증
수령 건으로 등기우편이 회사로 왔었던지라 급하게 두령님한테 대리 수령을 부탁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
꽤나 오랫동안 이동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시간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기도 하고 하여튼
무궁화호의 특징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이번 기회로 무궁화호를 경험한 셈 치기로 했다. 무궁화호에 다시는
타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무궁화호의 안에서 구겨져 있어야 했는데 정오가 지나니까
끔찍한 공복에 사로잡혀 괴로워 했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KTX를 탔다면 딱 지금쯤 알맞게 도착했으련만.
좀이 쑤셔서 괴로워한 끝에 겨우 부산역에 내려서 그냥저냥 익숙할 뿐인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역으로 향했다. 사실은
부산에 지하철이 없다는 도시 전설을 들었기 때문에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건가 걱정이 많았었다. 어쩌면은 없었는데
생긴 걸지도 모른다. 20년 전에 부산에 지하철이 깔려 있었던가. 20년이 지날 정도면 없었어도 생길만 하지. 지
역시나 부산에 내려오니 여기저기서 사투리 억양이 많이 들리긴 했는데 그런 울림이 낯설지가 않았다. 아마 전생에는
지방에서 살았었나 보다. 역 정거장 이름들이 생소한 것들뿐이라 역 이름 구경하는 재미가 있긴 했다.
아무튼 해운대역 위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원래는 시커먼 남정네 4명이 같이 방을 쓰는 4인실을 예약했었는데
비성수기라서 그런지 인심 좋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2인실을 혼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부산으로
내려갈 일이 있다면 기필코 이곳을 다시 이용하리라 마음 먹었다.
https://ravlitzen.tistory.com/827
고생해보려고 갔다가 힐링했다.. 해운대 위게스트하우스 이용 후기
잠시 부산에 머물러야 하는 일이 생겼다. 원래는 그냥 부산 도착해서 눈에 보이는 아무 숙소 잡을 예정이었다만 만에 하나 숙소를 잡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서 급하
ravlitzen.tistory.com
금강산도 식후경이므로 부산도 식후경.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블로거들이 작성한 칭찬일색의 리뷰는 안 믿는데
부산 의령식당이 돼지국밥 전문집 중에서는 일품이라는 소문을 들어 찾아가기로 했다. 의령식당은 해운대역에 위치했고
사실 굳이 해운대역 근처에 숙소를 잡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의령식당 때문이었다.
일본 돈코츠 라멘이 연상되는 기름덩어리 국물과 얼큰한 맛을 고대했는데 의외로 맛은 그냥 담백했다. 기름양이 많지도
않았고 상당히 맑은 국물이라 기대와는 달라서 까놓고 말하자면 실망을 했지만 가격이 매우 매우 매우 저렴했으며 양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평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점을 줄 수 있으려나. 집 근처에 있었으면 매주 2번은 갔겠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식사 마치고 해운대역으로 다시 언덕을 걸어 내려가니 건너편에 탁 트인 하늘이 마치 장벽처럼
서 있는 것을 보니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거였다. 해수면 위에다가 건물을 세울 수 없으니 당연히 지평선 너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마치 개발되지 않아 랜더링되지 않는 게임 내의 특정 구간을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인상이었다.
어서 가서 바다를 구경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날씨가 좋았다면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몇점 볼 수 있었겠지.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방문한 날에는 안개가 껴 있었고 다음날은 살짝 흐렸다.
씨앗호떡을 먹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조언을 들었었기 때문에 한번 먹어보려고 했다. 줄이 엄청나게 길더군. 맛집이라
그런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대량 생산을 하는 탓에 품질이 썩 훌륭하진 않았다. 대기열이 길던 이유는 아마도 시장에서
유일하게 호떡을 파는 집이라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상당히 기다린 끝에 씨앗호떡 하나랑 꿀호떡 하나를 받아들고
해운대를 향해 걸어가다가 한입 베어 물었는데 의령식당에서 배를 채운 다음이라 그런지 썩 특별한 맛은 못느꼈다.
예전 척추 박살나서 입원해 있다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날 입이 심심해서 사 먹은 호떡이랑 비슷했다. 그 호떡 집도
간판에 부산 씨앗호떡이라는 내용을 달고 있었는데 딱 비슷하더라.
파도 소리를 들으니 상쾌한 기분이 들면서 어쩐지 나른해지고 동시에 수년전의 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많은 청년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젊음을 뽐내고 있는 것을 구경했다. 내일은 결혼식이 있으니까 축의금도 인출했다. 호떡을 먹으면서
해운대를 걸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넓지 않더라. 안타깝게도 구둣발이라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먼발치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어린 연인들이 행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파도를 피해 도망 다니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편한 신발을 신었다면 바닷물 구경이라도 하러 들어가 보는 건데 아쉽다.
해운대의 끝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꽤나 야경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도시의 불빛을 받아 밤바다는 어쩐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는 와중에 외국인 관광객 처자 두 명이 번호를 물어봤는데 난감해하며 물리쳤다. 영어에 자신
있었으면 까짓거 돈도 많겠다 같이 놀아줬겠지만 가방끈이 짧은 관계로 아쉽게 되었다.
확실히 바다가 운치도 있고 이래저래 풍경이 예쁘게 보이더라. 다음에는 기필코 여자친구랑 오리라.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여기저기 더 돌아다녔다.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 묘기를 부리는
사람도 보았다. 버스킹하고 있는 유투버 최소마 씨의 공연도 볼 수 있었다. 모두 좋은 구경이었기 때문에 마침 주머니에
돈도 많겠다 관람료를 적당히 지불했다. 특히 최소마 씨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예정보다 오래 선 채 감상을 했는데
어느덧 밤공기를 실어온 바닷바람이 차갑고 매서워져서 슬슬 손이 시려운데 고생 많겠다 싶어 근처 편의점으로 가 꿀물
한잔 사서 대접해드렸다. 리액션이 맛있더군.
https://www.youtube.com/@user-ck1tl7hx1u
최소마
제 노래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www.youtube.com
상당히 오랫동안 걸어다녔기 때문애 목이 마르기도 해서 모 카페의 베트남 코코넛 딸기 스무디를 먹어보았는데 처음엔
다소 텁텁한 맛이 느껴져서 실패했다 생각이 들었지만 곧 상큼한 딸기의 맛이 자극을 줘서 계속 땡기게 만들더라, 꽤나
별미였는데 하필이면 추워져서 아쉬웠다. 그냥 어디 괜찮은 카페 들어가서 밤바다와 거리 구경하면서 쉴까도 싶었지만
기껏 부산까지 내려왔으니 여기저기 구경 다녀보긴 해야 수지타산이 맞겠지.
참고로 카페 사장님이 상당히 미인이셨다. 괜히 말 더 붙여보고 싶어질 정도의 미모였다. 하지만 지쳤기 때문에 숙소에
돌아가서 땀과 피로를 씻어내리고 일찌감치 누워서 잠들었다. 내일도 아마 많이 걸어야 할테니.
그 다음날에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샤워하고 떠날 채비를 했다. 아참 애석하게도 마그네티 USB 케이블 하나가 맛이
가버렸더라. 단선이 된 것은 아닌데 충전이 되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자석의 영향을 받았을까. 모처럼의 휴일이건만
고객사에서 또 기묘한 의뢰를 준 모양이고 광고 계약이 연장되어 원고를 발행해야만 했다. 간밤에는 숙소에서 삼성
DEX를 이용해 최대한 작성해보려 노력했지만 안 되더군.
해운대에 숙소를 잡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인 해운대 맛집 가야밀면으로 가던 도중 인근 PC방에 들러서 원고 발행을
처리했다. 참고로 PC방은 어디나 다 똑같더군. 참고로 해운대 맛집 가야밀면은 정말 끝장나게 맛있었다.
https://ravlitzen.tistory.com/832
이 맛은... 날 웃음짓게 하는군... 해운대 맛집 가야밀면 식사 후기
부산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목록에 어묵이랑 씨앗호떡 그리고 밀면이 있다. 부산에 간 첫날 씨앗호떡을 먹었을 때는 작년 허리 박살나서 병원 신세를 지다가 퇴원하고 집에 가다가
ravlitzen.tistory.com
그리고 해운대까지 이몸을 행차하게 만든 이유. 군대 동기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참 오랫동안 글을
써왔구만. 역시나 성격 좋은 인싸답게 결혼식도 매우 재미있고 활발해서 이래저래 보는 맛이 있었다. 물론 맛만 치면
예전 회사 선배 결혼식 진행 도중에 나온 코스 요리가 일품이었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 정도로만 따지면 군대 동기의
결혼식이 최고였다.
인품이 훌륭한 친구였기 때문에 여태까지 참석한 동기 결혼식 중에 역대급으로 많은 군대 동기가 모였는데 군대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던 사내놈들끼리 다시 뭉치니까 역시나 재미있더라고. 군대 생활을 참으로 발랄하게 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밝고 명랑한 친구들이 운좋게 한데 모였던 덕분이겠지. 성격 비뚤어진 나를 참 많이 챙겨준
친구들이라 각별히 느껴졌다. 여전히 날 보호자처럼 챙겨주기도 하고 말야. 이 친구 사이에 있으면 나 혼자 중학생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특히나 좋았던 건 우리 부대에서 가장 유명했던 3대 천사 중 한분을 영접할 수 있었던 거였다. 부대 내에서 가장 인망이
두텁기로 유명했고 심지어 유능하여 군 생활 중 부대원들의 칭송을 받았던 분과 전역 후 약 1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흐른
다음에 뵙게 되니 영광이었다. 지금은 강남 소재지의 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를 담당하고 있고 책도 몇권 집필하셨다고
하더라. 역시나 싶었다. 그때부터 이미 이 사람은 어딜가서 뭘해도 성공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 식견이 짧아 걸맞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거 같았다. 무엇보다 이분은
행정계원쪽이었기 때문에 추억을 공유하기에도 살짝 애매. 우리 군대 동기들이랑 같은 생활관을 공유했던 것도 아니라
곧잘 대화에 끼질 못하시는 모습을 보아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동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대상이기도 하고.
무조건 좋은 뷔페로 잡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인지 군대 동기의 결혼식에 겸한 뷔페는 상당히 고급진 곳으로
고기가 가득한 곳이라 매우 흡족했다. 하지만 이용 시간이 퍽 짧은 점에서는 아쉬웠다. 이제 겨우 제대로 식사를 해볼까
싶었더니 퇴실 시간이라더군. 아직 포만도 50%도 못넘겼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스테이크가 꽤나 맛있었어. 3번 먹고 싶었는데 2번밖에 못먹었다. 제기랄.
사진 다시 봐도 군침이 싹 도는군. 딸기 음료가 맛있었지만 국자로 퍼야 하는 얼간이 같은 방식이라 불편해서 많이 마실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음료수를 국자로 퍼서 담냐고. 컵이 죄다 2번 마시면 바닥 보일 정도로 작은 사이즈라서
식사 중에 상당히 목이 탔긴 했지만 그만큼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텀블러 챙겨올 걸 싶더군.
곧바로 헤어지기에는 다소 아쉬웠는데 다같이 부산역으로 이동해서 커피 한잔씩 했다. 3대 천사로 불리었던 선임이
커피까지 쏘셨다. 마지막까지 멋드러진 사람이 아닐 수가 없다. 군대 동기가 10명이 넘어갔던지라 지출이 만만치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런저런 옛날 군대 선임들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곱씹다가 헤어졌다. 원래는 이곳 근처에서 저녁 식사까지 한 후
올라가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KTX에 더 빠른 시간대가 있나 확인했더니 있기에 냉큼 전환해서 귀가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알찼다고 해야 할지.
집에 돌아와 추억과 향수에 젖어서 친구가 답례품과 함께 준 편지지에 적혀있는 글귀를 읽었다. 와인 한잔이 땡기더군.
하루 더 머물러서 맛집 탐방을 더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긴 하지만 적지 않게 피로가 쌓였고 환복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으니 현실적으로는 무리였을 것이다.
예정이 빽빽하게 차 있었던 만큼 바빴고 정신 없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된 거 같다. 원래 뭐든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야 비로소 만족도가 높은 거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가장 크게 아쉬움이 남는 건 지인이 추천해준 부산역 고래사 어묵을 못먹었다는 거다. 부산역에 없는 모양이대.
찾아보니 오히려 해운대역에 하나 있었고 나머지는 서면역 인근에 있었는데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다. 다음에 또 갈 일
생기면 들러봐야지. 그땐 꼭 저 친구랑 가보고 싶다. 역시 여행을 맛잘알이랑 함께 해야 한다니까.
'■ AnyReview > ▶ About Anyth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 나는 멍청한 게 귀엽다니깐☆ 흡착식 빨래건조대 사용 후기 (0) | 2023.05.14 |
---|---|
나를... 언어(Word)의 마술사라고 불러주겠니? (0) | 2023.05.05 |
낭만 다 얼어뒤진 무궁화호 VS KTX 비교 (0) | 2023.04.23 |
이 맛은... 날 웃음짓게 하는군... 해운대 맛집 가야밀면 식사 후기 (0) | 2023.04.15 |
고생해보려고 갔다가 힐링했다.. 해운대 위게스트하우스 이용 후기 (0) | 2023.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