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업계에는 유명한 자격증 2가지가 있다. 하나는 STEN에서 주관하는 국제 QA Software 품질 테스트 자격증 ISTQB
다른 하나는 국내의 TTA Academy에서 주관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CSTS이다. ISTQB랑 CSTS 둘 중에 하나만을
취득해도 충분하다는 평이 많고 이미 ISTQB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의 상태이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심심하니까 CSTS도
한번 공부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서 겸사겸사 시험을 응시하게 됐다.
옛날 노가다 한창 뛸 때 정년 퇴직하고 심심해서 현장 출근하시는 노익장과 대담한 적이 있었다. 노인은 오랫동안 회사를
다녔어도 결국 남는 건 자격증과 경력뿐이라 말했다. 그 조언을 들으니 역시 자격증은 작고 별볼일 없는 것이더라도 많이
따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영향으로 아마 CSTS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원래는 혼자서 공부하고 혼자서 시험을 보는 성향이지만 때마침 QA 회사에 다니고 있기도 하고 CSTS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그럭저럭 있기에 같이 공부할 인원을 모집해서 진행도 해봤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꽤 많은 숫자의
사람이 모였지만 최종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2명뿐이었더군. 공부도 아마 안 했을 거 같다.
Microsoft Office 365를 결제한 이후 한글과컴퓨터를 버리고 Microsoft Word로 갈아타게 됐는데 Word 숙련도를 올릴
목적도 있었다. 확실히 CSTS 필기 자료를 작성하면서 상당히 많이 능숙해졌다. 복합적인 이유가 갖춰졌을 때에야 비로소
행동하기 시작하는 나에게 CSTS 자격증의 공부는 여러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사내 인사 평가에 상당히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KPI 자료. 다른 하나는 Word 숙련도 쌓기. 하나 하나씩 나열하자니 상당히 많은데 아래에다가 한번
번호를 매겨보겠다.
- KPI (인사 평가)
- Microsoft Word 숙련도
-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활성화
- CSTS 자격증 취득
- 명함 개발
- 심심풀이
재미있게도 CSTS 자격증의 경우 QA 업계에 다니는 회사원 대상으로 명함에다 CSTS logo를 넣어주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더라고. 이걸 보니까 예전에 운전 면허 딸 때 면허증 개발하려고 장기 기증을 등록하고 원동기 면허까지
땄던 기억이 났다. 원동기 면허 7번만에 붙었는데 설마 CSTS도 같은 노선을 타는 게 아닌가 불현듯 걱정되네.
아무튼 원래 그다지 욕심나지 않았는데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조금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참 오래도 기다렸던 시험이다. 올해 3월 즈음부터 자료를 준비했었지. 시험 장소 발표를 시험 개시 2주 전에나 알려
주기 때문에 회사 출근하면 매일 업무 준비를 마치고 슬쩍 TTA 아카데미 공고를 확인했으므로 기다림이 더욱 컸던
것 같다. 원래는 3월에 한번 시험삼아 시험 보려고 했는데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이후로 혹시라도 6월의
2회차 시험에도 응시 자체를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까봐 걱정되었다.
원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 끊임없이 공고가 뜨길 학수고대했고, 정확히 시험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결제를 마쳤다. 공부를 적당히 하기는 했는데 까놓고 말하자면 전력까지 다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후반부부터는
리눅스 마스터 2급이랑 HSK 3급의 준비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파격적으로 진행을 했던 이유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까놓고 말하자면 CSTS 자격증은 이론 싸움이다. 계산이 간혹 필요한 문제가 있더라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경우의
수, 백분율을 구하는 문제라 어려운 수학 문제도 아니다. 그저 초등학생 수학 익힘책에 있는 문제 푼다고 생각하며
임하면 그만이다. 필기 자료 작성을 마친 다음에는 더이상 필기 자료를 정독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시간
낭비할 바에는 다른 자격증을 공부해서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따랐을 뿐.
시험장 내부 사진은 촬영할 수 없었고 그러기도 힘든 분위기였다. 놀라운 점이라면 수험생이 정말 많았다는 거다.
30명 안팎일 줄 알았는데 대강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수험생이 많아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긴장되기 시작했다.
시험 안내는 적당했어서 딱히 할말이 없네. 이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할 만한 시험인가 싶었는데 수험생들 표정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여 나까지 시험 개시 전까지 책을 읽게 만들 정도였다.
재미있게도 시험 좌석별로 칸막이가 없어서 개방감이 있는 분위기였다. 시험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나름
개운하게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말이다.
어이 없게도 불합격했다. 내 공부가 소홀했고 태도가 안일했으니 당연한 결과지. 아마 커트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서
붙거나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얼토당토 않는 점수로 떨어졌다는 점이 웃겼다. 100% 암기 시험이라서 재미가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찍은 답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지.
Q. 시험 자체는 어땠어?
시험 자체는 역시 어렵지 않았지만 그만큼 까다로웠다. 예컨대 테스트 단계를 두고 계획인지 실행인지 애매한 단어를
써서 함정에 빠뜨리는 문제가 많았다. 영어였다면 Plan과 Excute로 완전히 용어가 구분되어 보다 쉽게 파악할 수가
있었겠지만 어째선지 한글로 속독하게 되면 둘을 혼동하게 된다. 나중에 모의고사 문제를 검색해서 나름대로 가채점
해보니 어이없는 말장난 함정에 걸린 자신에게 화가 나더군.
시험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진행되며 객관식 50문제랑 OX 10문제, 주관식 10문제로 구분된다. 주관식 문제들이
있다니 당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숫자 하나만 덜렁 집어넣거나, 테스트 명칭 넣는 수준이라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시험 자체가 쉽기 때문에 다 풀고 검토 작업을 끝낸 다음 마킹하기 시작하는데 30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이 여유
시간을 활용할 방법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암기식 문제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바로 수험생이 오답까지
정답으로 단단히 착각하게 되어버린다는 점이며 풀이식처럼 거듭 풀어서 정답을 도출해낼 수 없다. 즉 이미 답안을
마음 속으로 정했다면 더 앉아있어 봤자 시간 낭비이므로 답안지를 제출하고 고사장을 떠났다.
나오니까 역시 안타까움이 남긴 했다.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이번 회차 시험 난이도는 매우 낮은
편에 속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감을 복돋아주고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자
취직에 도움이 되는 국가공인 자격증의 난이도가 대폭 낮게 설정되었다는 소문을 얼핏 주워들었는데 그 영향인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봐온 모의고사 문제를 다시 보니까 여기에서도 이미 10문항 정도는
나온 거 같던데 어차피 결과론이지만 책을 조금더 많이 봤더라면 아쉬움이 남는 일은 적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심 이런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여태까지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점점 준비에 소홀히
변하고 있었는데 한번 7만원의 거금을 내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게 되면 다시금 정신을 차리게 되지 않을까.
시험이 끝나면 외식을 한다. 이 날만큼은 스스로에게 진정한 휴식을 허가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항상 긴장하머 사는
나에게 유일하게 주어지는 정신적인 휴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일이다. 시험이 끝나면 적어도 당일만큼은 아무런
걱정하지 않고 그저 마음 편히 몸과 정신을 쉬게 둔다. 고생했으니. 시험 결과에서 합격이면 준비 과정에 대한 대가
받는 셈이고 불합격이면 뭐,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셈 쳐야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였지. 시험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전력을 내지 않고 모든 신경을 쏟아붓지
않게 된 것은. 자격증 취득의 맛을 알게 된 초창기에는 한자 자격증 시험을 대비한다고 퇴근하면 매일 모의고사를 2회
풀고 출퇴근길에는 수첩만한 크기의 단어장을 달달 외고 다녔었는데. CSTS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 당시에는
심지어 책 한줄 더 보거나 모의고사 문제 하나를 풀어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HSK 중국어 자격증 공부나 리눅스
마스터 2급 공부를 하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성공에 취한다는 말은 있어도 실패에 취한다는 말은 없었지. 아마도 지금까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오면서 성공에
취해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의 불합격으로 정신이 깨는 듯하다. 탈락 원인은 분석하자면 준비의 소홀함과 운이 별로
따라주지 않았다는 점을 짚을 수 있다. 아니, 여기에서 떨어진 건 오히려 운이 좋다고 봐야 하나.
다음 2023년 3회차 CSTS 일반 등급 시험 접수일은 7월 20일부터이고 시험 일자는 8월 19일이다. 2차 도전이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부분은 있다. 시험장 위치와 분위기, 답안지 배분 과정, 수험 정보 전달 방식 등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 받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겠나.
처음 불합격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리눅스 마스터 2급이나 HSK 3급 자격증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고 광인처럼 CSTS
자격증에 몰두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건 그만두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CSTS 자격증 하나를 붙잡고 시간을 쏟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심해서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시간은 대폭 늘어나겠지. 현재는 모의고사
문제도 개인 자료로 문서화할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엑셀을 사용할까 아니면 Word를 사용할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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