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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미지의 기연과 구룡역의 대표 일식 돈까스 맛집 리애

by 레블리첸 2023. 7. 23.

 

 

 

 

 

 

소중한 인연은 언제나 엉뚱한 착각에서부터 비롯된다. 문득 한 지인이 현재 내가 거주하는 곳 근처에서 활동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불현듯 그 지인이 최근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 이번 달의

주머니 사정이 괜찮기도 하여 식사 한끼 대접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 연락을 취했고 약속을 잡았다.

말을 나누어본 결과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걱정은 덜었고 지역은 전혀 가깝지 않아 모든 게 착오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 헛방이 기분 좋은 헛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 대장정의 목표는 적어도 세 가지였다. 첫째는 지인을 만나 회복시키기. 둘째는 맛집 탐방. 셋째는 카페에서 쉬기.

지인도 만났고 함께 맛있는 밥도 먹었고 카페에서 잘 쉬다가 훈훈하게 헤어졌으니까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한편 조금

골치 아팠던 부분은 지인의 거주지 인근에 딱히 갈만한 맛집이 없었다는 거다. '구룡역 맛집'을 한번 검색하니 다행히

바로 근처에 '리애'라고 하는 일식 돈까스 전문점이 있는 것을 알았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호평을 남긴 모양이고 곧장 일요일 예약을 잡아두었다.

 

 

 

 

 

 

 

 

 

 

 

 

 

출발하는데 천장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날씨가 적어도 흐리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바랐지만 신은 무심하기도 하다. 우산 탓에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 지하철로 이동하는데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정상적인 우산 하나 사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빠져나와 나를

마중나온 지인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식당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빗발은 많이 약해졌더군.

카카오맵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게 전경이나 내부 모습을 찍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애시당초 이 만남의 목적이 맛집 탐방이고 '맛집 리뷰'는 아니었으니. 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사진이나 원고에 정신을 팔리면 실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제했다. 원래는 리뷰를 쓸 의도도

전혀 없었지만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가게 음식의 질이 뛰어났고 좋은 음식이 있으니 당연히 만남의 자리도 흥이

높아져 감사한 마음에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게에는 각 자리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장치와 메뉴를 선택하여 주방에 전달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었다.

예전 부산 여행했을 때 보았던 기기인데 역시나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하고 있음이 피부로 와닿게 되는 순간이었다.

수입이 괜찮은 알바 자리를 찾고 있는 사회초년생 대학 새내기에게는 딱한 일이지만 주문 실수나 각종 사건 사고를

확실히 미연에 방지하며 동시에 인건비까지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니 어쩔 도리가 없지.

대학 새내기의 눈물을 느끼며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고민한 끝에 기왕이면 다양한 맛을 즐겨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프리미엄 등심과 안심이 같이 나오는 걸 시켰고 호기심으로 새우까지 각각 추가했다. 음료는 제로 콜라를 주문했다.

캔으로 주시더군. 음식과는 별개로 의외로 그다지 매장이 넓지 않았는데 주방이 완전히 공개되어 있는 방식인 데다

냉방이 세지 않아서 내부가 상당히 후덥지근했다. 튀김 음식이 주를 이루는 특성상 냉방 수준에는 한계가 있을테니

다른 방도가 없었음은 이해하는데 비가 와서 습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밖에서 시원함을 기대하고 가게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음에도 여전히 몸이 끈적끈적해서 썩 쾌적하진 못했다.

넓지 않은 매장에 울려퍼지는 다른 고객들의 말소리에 정작 대화를 나누고 싶은 대상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당혹스럽고 내부 기온은 후덥지근하여 이 만남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심히 걱정이 되던 와중 드디어 주문했던

음식이 도착했는데.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한상이 각각 차려지는 것을 보니까 매장이 더웠는지 옆자리가

시끄러웠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먹을 줄 모르는 놈이라서 어떠한 양념에 찍어먹어야 하는지도 모르는지라

어리버리해졌는데 이 압도적인 한상차림에 문자 그대로 넋이 나가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양념 그릇을 하나 하나 나눠서 주지 않고 구획으로 나뉘어진 한 개의 그릇으로 주는 편이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 소금이랑 와사비가 양이 적은데 너무 휑한 인상이잖아. 그래도 밑반찬은 적당히 먹을

만했다. 샐러드도 맛있었고 대망의 돈까스는 양념 없이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촉촉한 맛이 있어서 전혀 퍽퍽하지도 않았고 튀김옷도 너무 두껍지 않아 많이 먹어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였다. 새우가

궁금해서 추가 주문으로 새우를 하나씩 시켰었는데 만약에 다음에 재방문하게 된다면 안심이랑 등심을 하나씩 추가로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먹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새우도 맛있긴 했지만 과연 주가 되는 음식에는 비할 바가 못되었다.

귀한 손님을 면전에 두고 밥만 먹으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 한번 의중을 여쭈었는데 다행히 지인은

식사 중에 딱 식사에만 집중하는 유형인 것을 알게 되어 나도 거리낌 없이 눈앞의 만찬에 집중했다. 지인은 특히 양이

많아 포만도에서 꽤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나 학교에서 아는 사람들로부터 항상 '대식가'란 평을

받는 나로서 양은 그럭저럭인 수준이었고 밥 한공기 정도 추가로 주문할 수 있었으면 딱 좋았겠다 싶었는데 그것보단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음식의 수준이 질이 좋아 만족스러운 게 컸다.

 

 

 

 

 

 

 

 

새우는 독특했다. 살이 실했지만 기대했던 새우의 맛은 별로 느낄 수 없었던 거 같다. 무난하게 먹을만 했었는데

역시 돈까스가 훌륭했어서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인상이 크다. 거듭 말하지만 새우 시킬 바에는 차라리 돈까스를

추가로 주문하는 게 나았겠다. 맛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식사가 끝나고 너무 급하게 자리를 떠났던 거 같은데. 이어서 방문할 카페를 미리 알아본 다음 자리를 일어났다.

이동하며 이 가게가 어땠는지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가 안 왔더라면 걸음을 늦추고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매우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젖는 것도 싫고 귀인을 젖게 하는 것도 싫어 채비를 서둘러야만

했다. 일단은 여기까지가 구룡역 돈까스 맛집 '리애' 식사 후기.

 

 

 

 

 

 

 

 

 

지인은 집 근처에 이렇게 훌륭한 맛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고 혼자서라도 다시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역시 상당히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 근방에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경우에는 귀가 시각을 늦춰서라도

다시금 방문하여 안심 돈까스를 시켜 먹을 것 같다.

 

 

 

 

 

 

 

 

 

 

 

 

카페에서는 달달한 음료를 하나씩 시켜서 홀짝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혀 몰랐는데 뜻밖에도 지인에게는

축하할 경사가 있었고 또한 클립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동지로서 기술을 전수 받았으니 꽤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생각이 상당히 어린 친구만을 만나오며 얕은 수준의 대화만을 나누다가 간만에 어른다운 지인을 만나니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했다. 가까이에 살았다면 만날 기회가 늘어 좋을텐데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서로가 앞으로 각자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와 같은 상황. 그저 걱정스럽게 비추어지기만 한 지인이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고 본받을 점이 가득하여 성숙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어 기뻤다. 아, 그러고 보니 전혀 몰랐는데 우리의

인연이 굉장히 오래되었더군. 무려 2009년도부터 알던 사이였음을 뒤늦게 인지하게 됐다. 그만큼 내가 주변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달아 조금 부끄러웠다. 간만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몇몇 이름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다음에는 잊고 지내던 오랜 벗들과 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