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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810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양중)

by 레블리첸 2020. 8. 10.

 

 

 

오늘도 지난 번과 같은 현장으로 가게 됐다. 까놓고 말해서 조금 꺼림칙한데 왜냐면 끝나고 씻을 수도 없고

먼지 털이개도 아직 못찾았는데 현장의 반장님 역시 워낙 괄괄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식비도 없는데다가.

어젠 정오 무렵 일어나서 점심 먹고 헌혈까지 했는데 기묘하게도 새벽 4시까지 잠을 못잤다. 1시간 깔짝 눈

감긴 했는데 의미나 있을런지.

평소대로 출발해서 6시 도착. 근처 편의점에서 국룰 식사했다. 삼각김밥 2개와 음료수 하나.

 

 

 

 

오자마자 흙탕물이 반겨주는군. 정말 우의를 하나 살까 고민된다. 비 맞으면서 일할 일이 많은듯.

각반도 사야겠군.

 

 

 

 

세대 청소를 지시받았는데 '양중'이라고 해서 시멘트 포대 옮기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한 라인당 50포씩

총 100포대를 날라야한다는데 40kg짜리 시멘트를 들고 층계를 이동하는 게 쉽지 않겠지. 듣자하니 이

짓을 하루종일하면 일당 15만원을 쳐준다고... 다른 인력분이 시멘트를 1층에 있는 빠렛트에서 수레로

꼭대기층까지 승강기를 통해 운반하고 내려주면 그것을 들쳐메기 쉽게 올려놓는다. 총 4인팀이었는데

나머지 2명이 1층 위로 올라가면 나와 다른 1명이 각각 하나씩 시멘트를 등에 지고 올라가서 전달한 뒤

전달받은 2명이 지정된 위치에 시멘트를 가져가 쌓는 것.

아마 '양수'가 고여있는 물을 제거하는 일이니 옮길 양(讓)과 물 수(水)를 쓰는듯한데 '양중'은 같은 자를

쓰되 중량이 나가는 것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무거울 중(重)을 사용해 '양중'이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벽돌 나르는 것도 '양중'이라 한다고 하더라고. 기술 분야는 엄연히 구분되어도.

 

 

 

 

 

10개 정도 운반하고 나면 다들 녹초가 되서 숨 좀 고르고 다시 반복하기를 수십 번. 2개 라인에 100개를

다 전달해주고 나니 오전 일과가 끝났다.

 

 

 

 

 

 

점심은 어제 헌혈하고 추가로 받은 햄버거 교환권을 사용했는데 운동하고 먹어서인지 아주 맛있었다.

추가로 40kg짜리 시멘트 포대를 지고 계단 오르내렸더니 내연기관이 열심히 일했는지 용변도 보았다.

이후 다시 창고 앞에 돌아가서 돗자리 깔고 잤다. 역시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자니까 시원하군. 안전화로

승강기에 고여있는 물 좀 긁어서 치웠기로서니 양말이 푹 젖은 걸 보니, 안전화의 방수 능력이 그 명을

다한 것 같아서 그냥 이참에 새로 사야겠다 다짐했다.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당초에 지시 받았던 세대 청소를 시작했다. 덧붙여서 지난 주에 여기에 와서 104동

세대 청소를 했었는데 지게차가 운반하기 힘든 위치에 쓰레기를 내려놓아서 기사님이 좀 고생하셨다는 듯.

저번에 청소한 놈 누구냐고 찾는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은 그럭저럭 할만했다. 다들 오전 내내 양중하느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서 영혼이 반정도 빠져나가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느긋하게 세대 청소를 마쳐가는데 중간부턴 비까지 내려서 비 맞으면서 청소하였고

작업반장님이 방문해서 검사하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원래 지시받은 내용보다 50% 더 일해야만

했다. 빡셌다. 그래도 출근할만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내일은 수강 신청일이라..

드디어 먼지 털이개, 에어건의 위치를 알아냈다. 현장 사무실 입구라는 아주 더러운 위치에 있더라. 어쨌든

진흙투성이 신발을 신고 눈총 받으며 지하철 탈 일은 없어져서 다행이었다. 조금 많이 헤매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