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근무 일지

2020081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광복절)

by 레블리첸 2020. 8. 15.

 

 

 

비가 내리누나. 광복절이지만 우린 아직 돈의 노예. 세대 청소를 주로 한 현장에서 비올 땐 무슨 일을

주문할지 의문인데 우비가 잔뜩 있는 것을 보아 아마 비 맞으면서 야외 청소를 하게 되지 않을까싶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다. 공사 현장 주변 도로에 범람한 흙탕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며 심상치 않구나

짐작은 했는데 들어가보니 호수나 다름없는 현장을 보니 어떻게 들어가야할지도 막막했다.

이번에야말로 '데마'가 뜨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이 출근했더라. 한 20명 정도는 온듯.

오늘같은 날은 복불복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어서일까.

 

 

 

 

 

 

재수가 없으려니, 지상에서 담수 제거하는 명령을 받았다. 안전장화를 신고 있으니 신발 젖을 일이

없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어쨌든 설치되어 있던 양수기를 제거해서 요청받은 지하로 내려가보니

물이 그다지 없어서 원상복귀했고 그제서야 8시가 됐으며 비는 더 내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일했군. 비 맞으면서 각 세대별 승강기 밑에 차오른 물을 없애기 위해 양수기를 설치하고 옮기길

반복했다. 글로 적으면 간단한데 이동할 때마다 전기선을 다시 감고 양수기에 연결된 호스를 제거한 뒤 또

호스를 잘 정리해서 다같이 장비 들고 빗속에서 이동하는 게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에는 그간 빠렛트에다 쌓아놓은 쓰레기더미 수거를 도와줬다. 그냥 지켜보다가 쓰레기봉투들을 쓸어

담으면 남은 빠렛트를 재사용하기 위해 내려서 건조한 곳에 잘 보관하는 게 다였지만. 역시나 글로 쓰니깐

아주 한가해보이지만 빗속에서 고개 쳐들고 있는 게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점심 식사는 지난 번에 말 통하던 김학장 반장님과 먹었는데 삼각김밥, 라면,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또한

내일도 나오기로 했다. 비가 안 오면 좋을텐데.

 

 

 

 

 

 

오후부터는 세대 내 청소를 하게 됐다. 그렇게까지 바쁜 업무는 아닌듯. 일단 좀 더 쉬다가 안에서 먼지를

쓸어 모으면 삽으로 긁어서 마대에 담아 버리며 그밖에도 계단을 쓸어내리는 일을 했다. 당연히도 무덥고

습한 날씨에 묵직한 자루 들고 걸어나가서 잔비 맞으며 빠렛트 위에 마대 올려놓길 반복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2층부터 지하 2층까지 진행했고 1층에 양이 방대해서 힘들었을 뿐이지 대체로 할만했다. 그나저나 양말이

완전히 젖어서 그다지 컨디션이 안 좋다. 아침에 출근할 때 비오는 거 보자마자 바로 장화로 갈아신었다면

상태가 나았을까.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데...